성폭력 증거보전 청구, 피해자가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경우와 절차
성폭력 증거보전 청구, 피해자가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경우와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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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강제추행 등고소/소송절차

성폭력 증거보전 청구, 피해자가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경우와 절차 

강대현 변호사

성폭력 사건은 수사 초기에 피해자가 진술을 마쳐도 재판까지 가는 데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 사이 기억이 흐려지거나, 가해자 측과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법정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상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형사소송법에는 증거보전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정작 피해자는 이 절차를 직접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모르고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마련한 증거보전의 특례가 무엇이고, 피해자가 검사에게 어떤 절차로 청구를 요청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증거보전 특례란 무엇인가 — 형사소송법 제184조와 성폭력처벌법 제41조

증거보전은 형사소송법 제184조(증거보전의 청구와 그 절차)에 규정된 제도로, 미리 증거를 확보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판사에게 압수·수색·검증·증인신문·감정 등을 미리 청구해 그 결과를 보전해두는 절차입니다. 다만 이 제도는 청구권자가 원칙적으로 검사·피고인·피의자·변호인으로 한정돼 있고, 특히 수사 단계에서는 사실상 검사만 청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피의자나 변호인은 원칙적으로 기소 이후에나 이 절차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 고소인이자 피해자인 사람은 이 제도를 직접 이용할 방법이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1조(증거보전의 특례)는 바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항입니다.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그 사유를 소명하여 제30조에 따라 영상녹화된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다른 증거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184조 제1항에 따른 증거보전의 청구를 할 것을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판사에게 직접 청구하는 구조가 아니라, 검사에게 청구해 달라고 요청하는 간접적인 구조라는 점이 이 제도를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1조는 피해자에게 증거보전을 직접 청구할 권리를 준 것이 아니라, 검사에게 청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다 — 최종 청구는 여전히 검사(또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의 검사)의 몫이다.

언제 요청할 수 있나 — "출석·증언이 현저히 곤란한 사정"

요건의 핵심은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지입니다. 성인 피해자는 이 사정을 스스로 소명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나 심리상담 기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관련 소견서, 가해자와 법정에서 대면할 경우 예상되는 2차 피해를 뒷받침하는 자료 등이 실무에서 주로 쓰이는 소명자료입니다. 소명이 막연하면 검사가 요청의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어, 구체적인 자료를 갖추는 것이 요청의 성패를 가릅니다.

반면 19세미만피해자등에 대해서는 법이 아예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6조 제4항은 19세미만피해자등을 19세 미만인 피해자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로 정의하는데, 이 범위에 해당하면 별도의 소명자료 없이도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취급됩니다. 이때 요청 대상이 되는 증거는 주로 성폭력처벌법 제30조에 따라 수사기관이 조사 과정에서 영상녹화해 둔 진술 영상녹화물이지만, 그 밖에 신체감정 결과나 현장 증거처럼 사라지거나 변질될 우려가 있는 다른 증거도 함께 요청할 수 있습니다.

  • 대상 증거 — 제30조에 따른 진술 영상녹화물, 그 밖에 보전 필요성이 있는 증거 전반.

  • 19세미만피해자등 — 곤란한 사정이 법률상 당연히 인정(소명 불필요).

  • 성인 피해자 — 곤란한 사정을 소명자료로 직접 입증해야 함.

  • 소명자료 예시 — 정신과 진단서, 심리상담 기록, 2차 피해 우려를 뒷받침하는 자료.

검사에게 어떻게 요청하나 — 절차와 준비 서류

실무 흐름은 이렇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사건이 아직 경찰 단계라면 사법경찰관을 통해 요청 취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 증거보전을 요청하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하고, 현저히 곤란한 사정을 뒷받침하는 소명자료를 함께 첨부합니다. 검사는 이 요청이 타당한지를 판단해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증거보전을 청구할지를 결정합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이나 그 법정대리인이 요청한 경우는 다르게 취급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1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검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증거보전을 청구하여야 합니다. 검사의 재량이 사실상 의무에 가깝게 좁혀지는 것입니다. 반면 성인 피해자의 요청은 검사가 타당성을 판단해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재량 영역에 그대로 남아 있어, 소명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췄는지가 성인 피해자에게는 더욱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 피해자가 이미 경찰 조사 1회차에서 영상녹화 진술을 마쳤는데 재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가해자 측이 보석으로 석방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법정대리인이 검사에게 그 영상녹화물에 대한 증거보전을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이 경우 검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해야 하므로, 판사 면전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확정해 둘 수 있습니다.

증거보전은 언제까지 요청해야 하나 — 제1회 공판기일 전이라는 시한

형사소송법 제184조 제1항은 증거보전의 청구를 "제1회 공판기일전이라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문구가 뜻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증거보전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은 수사 단계부터 시작해 재판이 열려 제1회 공판기일이 진행되기 전까지로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일단 공판이 시작되면 법원이 통상의 증거조사절차 안에서 직접 증인신문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그 이후에는 별도의 증거보전 절차를 이용할 실익도 법적 근거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요청 타이밍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수사가 길어지거나 기소가 늦어지는 사이 피해자의 심리 상태가 악화되거나 이사·출국 등으로 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다면, 기소 전이라도 이른 시점에 미리 요청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이미 공소가 제기돼 제1회 공판기일까지 지정된 이후라면 증거보전이 아니라, 다음 항목에서 설명하는 통상의 증인신문 절차 안에서 보호조치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왜 이 절차가 더 중요해졌나 — 영상녹화물 증거능력 특례 위헌결정의 영향

과거에는 19세미만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녹화물에 대해, 조사에 동석한 신뢰관계인 등이 그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기만 하면 그 자체로 증거로 쓸 수 있다는 특례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1. 12. 23. 2018헌바524 결정에서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이 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동·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할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영상녹화물만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방어권 침해가 과도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 결정 이후로는 영상녹화물만으로 자동으로 증거를 확보하던 경로가 막혔고,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절차를 거쳐야 진술의 증거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여지가 커졌습니다. 증거보전 절차는 판사 면전에서 진행되고 피고인·피의자 측에도 참여 및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위헌결정 이후에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다시 반복하지 않고도 증거가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두는 실질적인 통로로 그 중요성이 한층 커졌습니다.

영상녹화물 자체의 증거능력 특례가 위헌으로 무너진 지금, 판사 면전에서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한 증거보전 절차가 피해자 진술을 법정 밖에서 안전하게 확정지을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가 됐다.

증거보전 절차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 — 판사 면전 증인신문과 보호조치

검사의 청구를 받은 관할 지방법원판사는 형사소송법 제184조 절차에 따라 증인신문·검증·감정 등 필요한 조사를 진행합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증인신문에는 일반 형사절차와 마찬가지로 비공개 심리, 신뢰관계인 동석, 필요한 경우 차폐시설을 통한 신문처럼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함께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는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피고인과 대면할 경우 심리적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히 잃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신문할 때, 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통해 신문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증거보전절차에서도 이런 방식이 함께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판사 면전에서 진행되는 만큼, 여기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는 이후 공판절차에서도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보전절차가 피해자에게 부담이 전혀 없는 완전한 면제 수단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둬야 합니다. 피고인·변호인 측에도 참여권과 반대신문 기회가 법률상 보장되므로, 절차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미리 파악하고 대응을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뢰관계인 동석이나 보호조치를 미리 신청해 두면, 정작 신문 당일에 준비가 되지 않아 곤란을 겪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 — 신문 전에 미리 요청해 둘 것.

  • 차폐시설·중계장치 등 보호조치 활용 여부 사전 확인.

  • 증인신문조서는 이후 공판절차에서 증거로 활용 가능.

  • 피고인 측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을 전제로 진술 준비.

요청이 지연되거나 거부될 때 — 피해자 변호사 제도 활용

검사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절차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이나 성폭력처벌법에 검사의 거부에 대한 별도의 불복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아, 사실상 검사의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성폭력처벌법 제27조에 따른 피해자 변호사 제도입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은 형사절차 전반에서 조력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19세미만피해자등에게는 국선변호사가 지원됩니다.

변호사를 통해 요청서의 소명자료를 보완하거나, 수사기관에 절차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필요하면 다시 요청하는 방식이 실무적인 대응입니다. 처음 요청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도, 추가 자료를 갖춰 다시 요청하는 것 자체는 막혀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기 요청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보완하는 편이, 막연히 같은 내용을 반복해 요청하는 것보다 결과를 앞당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증거보전을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나요?

A. 아니요. 형사소송법 제184조상 수사 단계의 청구권자는 원칙적으로 검사이고, 성폭력처벌법 제41조도 피해자에게 검사에게 요청할 권리를 준 것이지 판사에게 직접 청구할 권리를 준 것은 아닙니다. 최종 청구는 검사를 통해 이뤄지며, 19세미만피해자등의 요청이면 검사가 원칙적으로 청구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Q. 성인 피해자도 증거보전을 요청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다만 19세미만피해자등과 달리 법률상 곤란한 사정이 당연히 인정되지 않으므로, 공판기일 출석·증언이 현저히 곤란하다는 사정을 소명자료로 직접 뒷받침해야 하고 검사가 그 타당성을 재량으로 판단합니다.

Q. 검사가 요청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검사의 거부에 대한 별도 불복 절차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다만 소명자료를 보완해 다시 요청하거나,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수사기관에 절차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실무적인 방법입니다.

Q. 증거보전 절차에서 진술한 내용은 법정에서 다시 증언하지 않아도 되나요?

A. 증거보전절차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는 이후 공판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원칙적으로 같은 내용을 법정에서 다시 진술할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다만 개별 사건의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신문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Q. 19세미만피해자등의 범위는 정확히 어떻게 되나요?

A. 성폭력처벌법 제26조 제4항은 19세미만피해자등을 19세 미만인 피해자 또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범위에 해당하면 증거보전 요청 시 곤란한 사정이 법률상 당연히 인정됩니다.

Q. 영상녹화물이 있으면 증거보전 없이도 증거로 쓸 수 있는 것 아닌가요?

A. 과거에는 조사에 동석한 신뢰관계인 등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 영상녹화물만으로 증거로 쓸 수 있었지만, 헌법재판소 2021. 12. 23. 2018헌바524 결정으로 이 특례조항이 위헌 판단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된 증거보전 절차를 거쳐야 진술의 증거가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증거보전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흐려질 수 있는 증거를 미리 판사 앞에서 확정해두는 절차이지만,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이를 스스로 청구할 권한이 없습니다. 대신 성폭력처벌법 제41조가 검사에게 청구를 요청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뒀고, 19세미만피해자등은 그 요건이 사실상 완화돼 있는 반면 성인 피해자는 소명자료의 구체성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영상녹화물 증거능력 특례가 위헌결정으로 무너진 지금은, 이 절차를 통해 반대신문 기회가 보장된 상태로 진술을 확정해 두는 것의 실질적 가치가 더욱 커졌습니다.

특히 수원지검 관할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는 성폭력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가 증거보전을 요청할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절차를 미리 파악해 두고, 필요한 시점에 소명자료를 갖춰 요청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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