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점검에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된 재고와 실제 재고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원장과 간호 인력이 함께 조사를 받는 사건이 늘고 있습니다. 이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재고가 안 맞는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차이 자체는 과태료 영역입니다. 의료행위를 목적으로 보유한 향정신성의약품이 보고된 재고량과 다르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입니다(제69조 제1항 제3호). 선이 넘어가는 지점은 보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하고 그 상태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했을 때이고, 그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됩니다(제64조 제2호).
실제로 약이 빠져나간 사실이 드러나면 죄명이 늘어납니다. 약사가 관리대장 구입량을 실제보다 적게 적고 대장에 잡히지 않은 수량을 가져간 사건에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에 업무상횡령이 더해져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간호사가 투약 후 남은 페티딘 앰플을 반환하지 않고 스스로 주사한 사건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은폐가 겹치면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간호조무사가 병원 금고에서 미다졸람 앰플을 반복해 절취하고 투약한 뒤 수백 회의 허위 투약·처방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한 사건에서, 절도와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모두 인정되었습니다. 병원에서 가져간 마약류를 외부에 수개월 보관한 행위는 절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 별도의 소지죄가 된다고 본 항소심 판결도 있습니다.
거꾸로 유용 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행정제재로 정리됩니다. 관리대장에 구입처와 구입량을 적지 않고, 장부와 실재고에 차이가 있었으며, 저장시설 점검부를 작성·비치하지 않은 사건에서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행정심판 재결이 있습니다. 대장 부실기재와 점검부 미작성은 그 자체로는 처분 사유이지 범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문제는 원장이 이 구분에서 비켜서 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종업원이 빼돌린 사건이라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개설자에게 별도의 책임이 남습니다. 프로포폴을 저장시설 없이 책상 서랍에 둔 원장에게 벌금 500만 원, 간호조무사에게 보관과 보고와 점검부 작성을 맡기고 실재고를 확인하지 않은 사이 사용량 허위 신고와 마취기록지 변조가 이루어진 사건에서는 의료법 위반까지 더해 벌금 2,0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그 관리·감독 의무의 내용은 시행령에 적혀 있습니다. 의료용 마약류의 입고·출고·사용 기록을 작성해 2년간 보관하고, 저장시설에는 지정된 종업원 외의 사람을 출입시키지 않으며, 주 1회 이상 점검해 점검부를 작성·비치한 뒤 2년간 보존해야 합니다(시행령 제12조의2). 마약은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견고한 장소에 두어야 하는데(제15조), 이를 어기면 마약은 형사처벌이고 향정신성의약품은 과태료로 갈립니다.
형사로 넘어갔을 때 실제로 무거운 것은 형량이 아니라 면허입니다.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 선고유예를 받으면 의료법상 결격사유에 해당하고(제8조 제4호부터 제6호까지), 그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면허를 취소하여야 합니다(제65조 제1항 제1호). 벌금형이면 결격사유가 아닙니다. 벌금과 금고 이상 사이의 한 칸이 그대로 면허의 존속 여부가 되는 이유입니다.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실재고 확인 시점과 점검부, 폐기 기록, 시스템 입력 이력을 시간 순으로 맞춰 두고, 각 입력을 누가 했는지부터 가려 두어야 합니다. 재고 차이에서 멈출 사건인지 허위 입력으로 넘어갈 사건인지가 그 기록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함께 읽을 글 — 처방약을 나눠 준 경우의 처벌 기준은 처방약 수수 글에, 함정수사 항변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지는지는 마약 함정수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