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으로 알게 된 상대가 계속 권해서 결국 손을 댔다며 함정수사를 주장하는 항변이 자주 나옵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결과가 무죄일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판결의 형식은 공소기각입니다.
대법원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를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 경우로 봅니다(대법원 2005도1247 판결).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 판결로써 공소기각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어, 실제 주문도 그렇게 나옵니다.
어떤 유인이 위법한지는 범의가 어디서 생겼는지에서 갈립니다.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쉽게 해 준 정도라면 함정수사가 아니고, 본래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으로 범의를 일으키게 한 경우만 위법합니다. 앞의 유형은 사안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전제입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이 구별은 권유 횟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피유인자의 반응과 처벌 전력,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종합해 판단하라고 정리했는데(대법원 2006도2339 판결), 그 가운데 실제로 결론을 만드는 것은 유인한 사람이 수사기관과 이어져 있었는지입니다.
연결이 뚜렷했던 사건들은 공소가 기각되었습니다. 검찰 마약수사주사와 제보자가 이른바 작업을 통해 메스암페타민 수입 범의를 일으키게 한 사건, 담당 공무원이 범행을 제안하고 계획을 세우며 자금을 조달하고 범행방법과 제보방법까지 지시한 사건이 그렇습니다. 친밀관계를 이용하거나 금전적·심리적 압박,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까지 나아간 경우도 같은 평가를 받습니다.
연결이 끊겨 있으면 같은 경위라도 배척됩니다. 체포된 동거남의 석방을 위해 사인들이 순차로 밀수입을 권유한 경우, 이른바 야당으로 활동하던 제보자들이 포상금 같은 사적 동기로 채팅 앱을 통해 독자적으로 유인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법원은 경찰이 제보를 받기 전까지 피고인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건의 공범 사이에서 결론이 나뉘기도 합니다. 필로폰을 직접 구해 온 피고인은 기회제공형으로 보아 유죄가 인정되었고, 알선 역할에 그친 다른 피고인에게는 범의유발형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항소심 판결이 있습니다. 유인이 각자에게 미친 정도를 따로 본 것입니다.
덧붙이면,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명문 규정이 마약류관리법에는 없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하여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를 조문으로 허용하고 허가 절차와 기간까지 정해 두고 있지만(제25조의2, 제25조의3), 마약류 사건에는 그에 대응하는 조문이 없습니다.
수사 초기부터 누가 먼저 연락했고 권유가 몇 차례 있었는지, 상대가 대금이나 물건을 어떻게 마련해 주었는지를 대화 기록 그대로 보존해 두어야 합니다. 그 기록이 유인자와 수사기관의 연결을 보여주는 자료가 되고, 연결이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리 여러 번 권유받았어도 주장은 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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