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 가족이 받아 둔 수면제를 얻어 먹었다거나, 살을 빼려고 지인이 처방받은 식욕억제제를 나눠 받았다가 조사 통보를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정식으로 처방된 약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이것이 마약류관리법 사건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사태를 알게 됩니다.
법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소유·사용·투약·수수·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제공할 수 없고, 예외는 의사에게 적법하게 투약받거나 약국에서 적법하게 구입해 자기 치료 목적으로 소지하는 경우 정도로 한정됩니다(마약류관리법 제4조). 졸피뎀 계열 수면제, 펜터민·펜디메트라진 같은 식욕억제제, 알프라졸람 계열 항불안제가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내가 적법하게 처방받은 약이라도 남에게 건네는 순간 예외를 벗어납니다. 대법원은 자기에게 투약할 목적으로 적법하게 처방·조제받아 소지하던 졸피뎀이라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먹이거나 그 투약을 위해 제공하면 허용 범위를 벗어나 처벌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21도16232 판결). 졸피뎀과 알프라졸람,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은 시행령 별표에서 모두 같은 분류에 들어 있어, 주고받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직접 만든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대리수령 제도와 혼동하기 쉽습니다. 의료법은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면서 같은 병으로 장기간 같은 처방이 이어지는 경우에 한해,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형제자매 등이 처방전을 대신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처방전을 대신 받아 오는 것까지만 허용하는 제도이고, 신청서와 관계증명서류, 신분증 확인이라는 형식 요건도 갖춰야 합니다. 거동에 문제가 없는 배우자 명의로 수면제 처방전을 계속 받아 대신 복용한 사건에서 처방한 의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된 예가 있습니다.
거래로 넘어가면 형이 확연히 무거워집니다. 트위터에 수면제를 판다는 글을 올려 여러 차례 넘긴 사건에서 징역 1년과 추징이 선고되었고, 인터넷 광고로 반복 판매한 사건에서는 주범에게 징역 1년 2개월, 함께한 사람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광고만 한 사람에게도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타인 명의를 이용해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를 반복해 사들여 가지고 있던 사건에서는 징역형과 추징이 함께 나왔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줄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처방 없이는 살 수 없는 약이고 본인도 처방받아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고의를 인정한 판단이 있습니다. 법적 분류를 몰랐다는 것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여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착오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약이 착오로 전달되어 자기 약으로 알고 복용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가 선고된 사건도 있으므로, 약이 내 손에 들어온 경위를 정확히 재구성하는 일이 방어의 출발이 됩니다.
의사가 과다처방을 했더라도 받은 사람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루 권장량을 크게 넘는 처방과 중복처방, 반복적인 재처방 요구가 인정된 사건에서 처방한 의사와 이를 반복해서 받아 간 사람이 함께 처벌되었습니다. 연락을 받았다면 처방 이력과 약을 주고받은 경위, 대가가 오갔는지를 시간 순서로 적어 두어야 조사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한 번 얻어 쓴 것인지 반복해서 사들인 것인지, 대가가 있었는지에서 사건의 무게가 갈립니다.
함께 읽을 글 — 「수면제 먹고 운전하면 — 약물운전 처벌과 면허취소」 · 「마약 소변·모발검사 결과, 언제까지 검출되나」
덧붙이면, 병원이나 약국에서 마약류 관리가 문제된 경우의 처벌 기준은 병원 마약류 재고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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