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요구, 어디서부터 협박죄·공갈죄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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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 요구, 어디서부터 협박죄·공갈죄가 되나 

전우석 변호사

피해를 입은 쪽에서 합의금을 요구하며 고소하겠다거나 회사에 알리겠다고 말했다가 오히려 협박·공갈로 고소당하는 일이 있습니다.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라는 생각과 압박을 받았다는 상대의 주장이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판례가 그어 놓은 선은 말의 세기가 아니라, 그 말이 권리와 이어져 있느냐입니다.

조문을 나란히 놓으면 격차가 뚜렷합니다.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283조). 반면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쪽에는 반의사불벌 규정이 없습니다(제350조).

협박죄의 문턱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고지된 해악이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면,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겁을 먹지 않았더라도 협박죄는 기수에 이릅니다. 상대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사정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대법원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행사라는 외관도 그 자체로는 면책 사유가 아닙니다.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은 경찰관이 지위를 내세워 타인의 민사분쟁에 개입해, 빨리 변제하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해 문제 삼겠다고 말한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직무집행의 외관이 있어도 실질이 권한 남용이고 사회상규에 반하면 협박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선이 어디에 그어지는지가 남습니다. 뒤에 나온 판결이 판단 요소를 정리했습니다. 민사적 법률관계에서 이해가 상충하는 당사자 사이의 불이익 고지를 두고는 당사자의 관계와 사회경제적 위상, 고지 내용이 통상 예견하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는지, 고지의 방법과 목적 사이에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대법원 2022도9187 판결).

가족이나 직장을 겨냥하면 위험이 커집니다. 사채업자가 채무자에게 변제하지 않으면 과거 행적과 사채를 쓴 사실을 남편과 시댁에 알리겠다는 문자를 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협박죄를 인정하고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했습니다(대법원 2011도2412 판결). 채권추심도 법이 허용하는 절차와 필요한 범위의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은 대체로 실제 채권이 있고 요구 금액과 협상 경위가 과도하지 않았던 경우입니다. 무면허 시술 피해자가 치료비 보상을 요구하며 신고 가능성을 내비치고 500만 원을 받은 사건이 그렇습니다. 이미 고소해 둔 사건에서 합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과 변호사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말한 경우, 변호사를 통해 부제소합의를 체결하고 3,000만 원을 받은 경우에도 각각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여기서 돈이 실제로 오가면 죄명이 무거워집니다. 해악을 고지했지만 상대가 돈을 주거나 이익을 넘기지 않았다면 협박에 머물고, 겁을 먹은 상태에서 처분행위가 이루어지면 공갈로 넘어갑니다. 권리가 실제로 있더라도 실현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으면 공갈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반의사불벌 규정이 없는 쪽으로 옮겨 가는 셈입니다.

합의를 요구할 생각이라면 청구권의 근거와 손해액 산정을 문서로 남기고, 상대의 사생활이나 직장을 겨냥한 표현은 처음부터 쓰지 않아야 합니다. 같은 금액을 같은 사람에게 요구해도, 그 말이 권리에서 나왔는지 약점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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