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선 구간에서 차선을 바꾸다 접촉사고가 나면 상대방으로부터 12대 중과실이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보험사 담당자도 같은 설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설명은 2024년 6월에 효력을 잃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결론을 바꿨습니다.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백색 실선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말하는 통행금지 안전표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백색 실선을 12대 중과실에 넣어 온 종전 판결들도 함께 변경되었습니다(대법원 2022도12175 전원합의체 판결).
이 한 줄이 왜 결론을 뒤집는지는 특례법의 구조를 보면 드러납니다. 운전 중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제3조 제1항),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제3조 제2항 본문),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되어 있으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제4조 제1항). 그 예외가 단서에 열거된 유형이고, 실선 사고는 그중 제1호에 걸리느냐가 전부였습니다.
단서에서 빠지면 남는 것은 본문입니다. 위 전원합의체 사건에서도 피고인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므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 상고가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백색 실선 침범 사고에서 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하급심 판결이 이어졌고,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그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물론 위반이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로를 바꾸려는 방향에서 오고 있는 다른 차의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으면 진로를 변경해서는 안 되고(제19조 제3항), 이를 어기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가 정해져 있습니다(제156조 제1호). 민사에서 과실비율이 무겁게 잡히는 것도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형사처벌을 받느냐이지, 잘못이 없어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특례가 깨지는 자리도 남아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난치의 질병이 생겼다면 종합보험 가입 특례가 적용되지 않고(제4조 제1항 제2호), 보험계약이 무효·해지되었거나 면책으로 지급의무가 없어진 때도 같습니다. 사고 후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면 다시 단서로 돌아갑니다.
상대가 중앙선 침범이나 앞지르기를 꺼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앙선은 황색 실선이나 황색 점선으로 표시한 선, 또는 중앙분리대 같은 시설물을 말하므로(제2조 제5호) 백색 실선은 여기 들어가지 않습니다. 고속도로 교량 위 실선 구간에서 검사가 앞지르기 위반까지 주장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진로변경을 업무상 과실로는 보면서 단서 각 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인할 것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침범한 선이 백색인지 황색인지, 그리고 종합보험 가입 사실이 서면으로 증명되는지입니다. 이 둘이 확인되면 상대의 12대 중과실 주장은 형사 절차에서 힘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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