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미러 접촉사고인데 뺑소니로 조사받는다면
사이드미러 접촉사고인데 뺑소니로 조사받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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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미러 접촉사고인데 뺑소니로 조사받는다면 

전우석 변호사

좁은 길에서 사이드미러가 스치는 정도로 지나갔는데 며칠 뒤 도주치상으로 조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2주 진단서를 냈다는 말까지 들으면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사실에 먼저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이 죄는 진단서가 나왔다고 성립하지 않습니다. 통과해야 할 관문이 따로 있습니다.

조문부터 보면 무겁습니다.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하면, 상해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형이 무거운 만큼 성립 요건도 좁게 잡혀 있습니다.

첫 관문은 상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해는 형법상의 상해여서 진단 일수와 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통증이라면 상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입니다. 통증 호소만 있을 뿐 객관적 자료 없이 진단서가 발급되었고 실제 치료도 없었던 사건에서 도주운전죄의 성립이 부정되었습니다(대법원 99도3910 판결).

둘째 관문은 구호의 필요성입니다. 대법원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도주운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2도4452 판결). 하급심도 같은 방향입니다. 시속 20킬로미터 남짓으로 진행하다 사이드미러끼리만 접촉한 사건에서는 보존적 치료 기재만으로 상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고, 보행자의 팔을 스친 사건에서도 다음날부터 통증이 사라져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호 필요성을 부정했습니다.

거꾸로 피해자가 고령이거나 사고 직후 통증을 호소하고 실제 치료 경과가 남아 있으면 2주 정도의 염좌도 상해로 인정됩니다. 80세 보행자에게 사이드미러가 부딪혀 전치 약 2주의 경추·어깨 염좌를 입힌 사건이 그렇습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고, 항소심도 상해와 도주의 고의를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충격 자체를 몰랐다면 도주의 고의가 없습니다. 아파트 입구로 서행 진입하다 정차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스친 사건에서, 소음과 충격이 거의 없었고 뒤쫓아 온 피해자에게 곧바로 확인한 뒤 연락처를 주고 보험처리를 약속했다는 점을 들어, 법원은 사고 발생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고 차만 긁혔다면 조문이 도로교통법으로 옮겨집니다.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148조). 다만 세워 둔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인적 사항을 주지 않은 유형은 이 조항에서 빠져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가 됩니다(제156조 제10호).

실제 선고는 사건마다 편차가 큽니다. 2주 진단이 붙은 사건들에서는 벌금 300만 원부터 700만 원까지 나왔습니다. 피해자가 추격해 대화까지 했는데도 다시 현장을 벗어난 사건에는 벌금 1,200만 원, 무면허가 겹친 사건에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선고유예가 내려진 예도 있습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진단서에 적힌 병명과 실제 치료 내역, 사고 직후 피해자의 반응, 충격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는지를 각각 나누어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상해와 구호 필요성과 도주의 고의는 따로 판단되는 요건이어서, 어느 하나만 무너져도 도주치상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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