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욕설로 고소당했다면 — 닉네임과 특정성 다툼
게임 욕설로 고소당했다면 — 닉네임과 특정성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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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욕설로 고소당했다면 — 닉네임과 특정성 다툼 

전우석 변호사

게임 채팅이나 보이스에서 욕을 했다가 몇 달 뒤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끝난 일이라 생각했는데 화면 갈무리가 고소장에 붙어 있고, 죄명이 모욕이 아니라 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적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 욕설 사건은 겉보기와 달리 다툴 지점이 여러 곳에 있습니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에 성립합니다(형법 제311조). 여기서 사람은 특정되어야 하는데, 게임 닉네임만 알고 실명이나 인적 사항을 모르는 관계에서는 그 특정이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자동 매칭으로 처음 만난 상대에게 닉네임을 향해 욕을 한 사건에서 서로 닉네임과 전적만 알 뿐 실존 인물 정보를 몰랐다는 이유로 특정성이 부정된 판결이 있습니다. 함께 게임하던 피해자의 친구가 우연히 그 닉네임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판단도 있습니다.

다만 경계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방송 닉네임이나 다른 식별 정보를 밝혀 현실의 인물과 닉네임이 연결된 뒤라면 그다음 표현은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방송을 하는 상대인지, 커뮤니티에서 신상이 알려진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연성도 매체에 따라 다릅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보는 전체 채팅이나 팀 채팅은 비교적 쉽게 인정되지만, 1대1 귓속말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특정 소수에게만 한 발언이라도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가능성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개연성이어야 하고 검사가 엄격하게 증명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대법원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는 모욕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대법원 2022도14571 판결).

죄명이 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붙었다면 따져 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죄는 성적인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고, 자기나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따로 필요합니다(성폭력처벌법 제13조). 게임 실력을 비난받아 화가 나서 성적 욕설을 섞어 상대를 조롱한 정도라면 그 목적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판결들이 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모욕죄는 인정하면서 이 죄만 무죄로 판단한 예도 있습니다.

반대 방향도 분명합니다. 대법원은 패배 직후 일반 채팅 필터를 피하려고 일부러 1대1 대화를 걸어 상대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노골적이고 가학적인 표현을 반복해 보낸 사건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켜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3도15984 판결). 상대의 성별이나 인적 사항을 몰랐다는 사정은 온라인 범죄의 특성일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표현의 수위, 반복 여부, 필터를 우회해 따로 보냈는지에서 결론이 갈립니다.

여기에 시간 문제가 겹칩니다. 모욕죄는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여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몇 달 전 일로 연락을 받았다면 상대가 나를 언제 특정했는지가 다툼거리가 됩니다. 반대로 고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어서 합의는 그때까지 힘을 가집니다. 다만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이 계산이 통하지 않습니다.

실제 처분은 무겁지 않은 편입니다. 게임 전체 채팅 모욕에 벌금 100만 원, 다른 사건에서 벌금 70만 원, 시청자 30명가량이 보는 방송 연계 채팅에서 벌금 3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팀 채팅에서 세 차례 욕설을 한 사안에 전과 없음과 우발성, 일회성, 게임 종료 후 삭제를 이유로 기소유예가 내려진 예가 민사 판결문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같은 사건의 민사에서는 200만 원을 청구했으나 위자료 10만 원이 인정되었으므로, 요구받은 합의금이 그 수준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부터 가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락을 받았다면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사건에 있는지, 그 말이 몇 명이 보는 자리에서 나왔는지, 성적 표현이 있었다면 어떤 맥락이었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특정성과 공연성, 성적 목적은 각각 따로 다투는 요건이어서, 하나만 무너져도 결론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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