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진료거부, 응급의료법 위반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청구 성립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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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진료거부, 응급의료법 위반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청구 성립요건 

강대현 변호사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병상이 없다", "지금은 처치가 어렵다"는 말과 함께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로 병상이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였는지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 자리에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진료거부가 응급의료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었다면, 단순히 아쉬운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응급실 진료거부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응급의료법 제6조 — 응급의료종사자의 거부금지 의무

응급실 진료거부 문제의 출발점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입니다. 제1항은 응급의료기관등에서 근무하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해야 한다고 정해, 상시 대응태세를 유지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어 제2항은 더 구체적으로,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일반 의료법 제15조도 의료인의 진료거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즉시성과 생명·신체의 급박성을 반영한 응급의료법이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됩니다.

이 의무의 수범자는 의사 개인만이 아닙니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응급구조사를 포함한 응급의료종사자 전체가 대상이고, 실무에서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단계뿐 아니라 다른 병원으로부터 전원 요청을 받은 응급의료기관이 그 환자의 인수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같은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즉 처음부터 접수를 안 받아주는 경우, 접수는 받았지만 실질적인 처치 없이 시간을 끄는 경우, 전원받아야 할 환자를 이유 없이 되돌려보내는 경우 모두 제6조 제2항이 정한 거부·기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응급의료법 제6조 제2항은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즉시 진료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기피를 금지한다 — 이 조항의 위반 여부가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가르는 출발점이다.

'정당한 사유'의 범위 — 병상 부족이라는 말만으로 충분할까

모든 진료거부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9월 안전한 응급실 환경과 원활한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응급의료법상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을 마련해 배포했습니다. 이 지침은 응급의료종사자를 부당한 진료 상황으로부터 보호할 필요와, 즉시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한 것입니다. 지침이 예시로 든 정당한 사유에는 환자나 보호자의 폭행·협박 또는 장비 손상 등으로 정상적인 의료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병상·의료인력·의약품·치료재료 등이 실제로 부족해 새로운 환자를 물리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경우, 보호자가 의료진의 치료 방침에 따르지 않거나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치료법을 요구해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경우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지침이 있다고 해서 병원이 대는 사유가 곧바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병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 시각 실제 병상 현황과 인력 배치, 다른 환자에게 우선순위를 준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는 사후적으로 진료기록·전산 배정기록·근무일지 등 객관적 자료로 검증될 사안입니다. 단순히 접수창구에서 구두로 거부당했을 뿐 실제 병상 부족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 그 거부는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환자·보호자의 폭행·협박·기물손상으로 진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 병상·인력·의약품·치료재료가 실제로 부족해 물리적으로 수용이 불가능한 상황.

  •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 단순히 다른 환자보다 중증도가 낮아 보인다는 주관적 판단만으로 접수 자체를 거절.

  •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 전원 요청을 받고도 실제 병상·인력 부족을 뒷받침할 근거 없이 형식적으로 거부.

진료거부의 형사책임 — 3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한 이유

응급의료법 제6조 제2항을 위반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응급의료종사자는 같은 법 제60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응급실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제60조 제1항, 상해 시 10년 이하 징역 등)만큼 무겁지는 않지만, 일반 형사범죄와 비교하면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닙니다. 응급환자의 생명·신체가 걸린 상황에서 즉시 대응이라는 법익을 지키기 위해 입법자가 그만큼 무겁게 다룬 것입니다.

이 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반드시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고소해야만 수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누구든 수사기관에 신고·진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피해를 당한 환자나 보호자가 진료기록과 당시 상황을 정리해 경찰이나 보건소에 신고하는 것이 수사 개시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처벌이 확정되더라도 그 자체로 환자의 손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므로, 형사절차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응급의료법 제6조 제2항 위반은 제60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지만, 형사처벌만으로는 환자가 입은 손해가 회복되지 않는다.

손해배상 청구의 성립요건 — 위법성부터 손해까지

진료거부로 인한 손해배상은 대부분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근거로 청구합니다. 성립요건은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행위의 위법성, 손해의 발생, 그리고 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입니다. 이 중 위법성 판단에서 응급의료법 제6조 위반 사실은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공법상 의무인 진료 의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법상으로도 위법성과 과실을 인정하는 유력한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접수 단계에서부터 거부당해 진료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면 불법행위책임이 주된 청구원인이 되고, 이미 진료가 시작된 상태에서 처치가 중단된 경우라면 진료계약상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진료를 거부한 곳이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 같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이라면, 소속 의료진의 직무 관련 행위로서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배상청구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됩니다. 청구권원이 민법상 불법행위인지 국가배상인지에 따라 상대방과 절차가 달라질 뿐, 위법성·과실·손해·인과관계를 따지는 판단 구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정되는 손해의 범위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며 추가로 든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 치료 지연으로 악화된 후유장해나 사망에 따른 일실수익 등 소극적 손해, 그리고 부당한 거부 자체로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나뉩니다.

인과관계 입증의 특수성 — 치료기회 상실과 입증책임 완화

의료소송에서 가장 큰 난관은 통상 인과관계 입증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진료거부와 그로 인한 악화·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하지만, 법원은 의료행위의 전문성·밀실성을 고려해 이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리를 확립해두고 있습니다. 환자 측이 일련의 진료 과정에서 과실 있는 행위, 즉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거부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결과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병원 측이 그 결과가 진료거부와 무관한 전혀 다른 원인 때문이라는 점을 반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가 사실상 추정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실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치료기회 상실에 대한 배상입니다. 설령 그 시점에 진료를 받았더라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으리라고 100% 단정할 수 없는 경우라도, 적시에 치료받았다면 회복하거나 생존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다는 점만 증명되면, 그 상실된 기회 자체를 별도의 손해로 보아 위자료 형태의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진료기록감정·신체감정을 통해 "그 시점에 진료를 받았다면 어떤 처치가 가능했을지"를 가정적으로 재구성하는 절차가 핵심적인 입증 수단이 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배상 책임 —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진료거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인정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2019년 10월 경남 양산의 한 병원에서 편도 수술을 받은 4세 아동이 수술 부위 출혈을 일으켜 부산 소재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야간 당직의가 충분한 처치 없이 구급차 편으로 아이를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이송 도중 의식을 잃은 아이를 태운 구급대가 원래 병원의 소아 응급실에 재이송을 요청했지만, 그 병원은 심폐소생술 중인 응급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고, 아이는 20km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된 끝에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듬해 3월 사망했습니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재이송 당시 실제로는 수용을 거부할 만큼 급박한 응급환자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은 두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수용을 거부하고 부적절하게 재이송한 행위를 공동불법행위로 인정해, 유족이 청구한 약 5억 7,898만원 중 70%에 해당하는 약 4억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지점은 명확합니다. 병원이 내세운 거부 사유는 병원의 주장일 뿐이고, 그 정당성은 사후적으로 실제 병상·환자 현황 같은 객관적 자료로 검증되며, 근거 없는 사유는 형사·민사 양쪽에서 책임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는 병원의 주장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 실제 병상·환자 현황 등 객관적 자료로 사후 검증되며, 근거 없는 사유는 배상책임을 막지 못한다.

증거 확보와 절차 — 진료기록 보전부터 소멸시효까지

진료거부 상황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그 순간의 기록입니다. 접수 시각과 거부 사유를 들은 시각, 담당자의 이름과 직책, 가능하다면 대화 내용을 메모하거나 녹음해두는 것이 나중에 정당한 사유 여부를 다툴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이후 실제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았다면 그 병원의 진료기록도 함께 확보해, 거부당한 시점과 실제 치료 시작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 그 사이 상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병원 측 진료기록이나 응급실 CCTV, 전산 배정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정리되거나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소송 제기 전이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보전신청 절차를 통해 원본을 미리 확보해두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서로 다른 절차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고, 형사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료기록이나 수사기록은 문서송부촉탁 등을 통해 민사소송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소송 전 단계에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해 감정 절차를 거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권에도 기한이 있다는 점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므로, 너무 늦지 않게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거부 당시 접수 시각·담당자·거부 사유는 그 자리에서 메모하거나 가능하면 녹음.

  • 실제 치료받은 병원의 진료기록으로 거부 시점과 치료 시작 시점 사이 상태 변화 확인.

  • 거부한 병원의 진료기록·전산기록은 필요시 증거보전신청으로 조기 확보.

  •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 확인.

자주 묻는 질문

Q. 응급실에서 "병상이 없다"고만 하고 거부당했는데 이것도 위법인가요?

A. 병상 부족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사유이지만, 그것만으로 자동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각 실제 병상·인력 현황이 진료기록이나 전산기록으로 뒷받침되는지가 관건이며, 근거 없이 구두로만 거부했다면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진료거부로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면 제가 직접 고소해야 하나요?

A. 응급의료법 제6조 위반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누구든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피해 환자나 보호자가 당시 상황과 진료기록을 정리해 신고하는 것이 수사 개시의 실질적인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형사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네, 두 절차는 별개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형사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료기록이나 수사기록은 문서송부촉탁 등을 통해 민사소송에서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아 결과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면 배상받을 수 없나요?

A. 결과가 심각하지 않더라도 부당한 거부 자체로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치료가 지연되어 상태가 악화된 경우라면 치료기회 상실에 대한 배상까지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국립대병원 같은 공공병원이 거부한 경우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경우 소속 의료진의 직무 관련 행위로서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배상청구가 함께 검토될 수 있고, 위법성·과실·인과관계를 따지는 판단 구조는 민법상 불법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Q.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시효가 있나요?

A. 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응급실 진료거부는 그 자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진 거부라면 응급의료법 제6조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그로 인해 치료가 지연되거나 상태가 악화됐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관건은 병원이 내세운 거부 사유가 실제로 정당했는지를 진료기록과 객관적 자료로 검증하는 일이고, '응급실 뺑뺑이' 사건처럼 거부 사유가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상당한 규모의 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이미 있습니다.

특히 대형 응급의료센터가 여러 곳 몰려 있는 수원 등 경기남부 권역에서는 병원 간 전원 요청이 잦은 만큼, 그 과정에서 벌어진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거부당한 순간의 정황과 이후 치료 경과를 기록해두는 것이 나중에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관련 자료부터 정리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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