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부터 도로에서 약물 검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이 걸음걸이와 자세를 살핀 뒤 침을 채취해 간이시약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법에 들어왔고(도로교통법 제45조 제2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28조의2), 여기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죄가 됩니다. 술과 달리 약은 처방받아 먹은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처벌은 그 경계에서 갈립니다.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148조의2 제5항). 경찰의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정형이 똑같습니다(같은 조 제6항). 간이시약 결과에 불복하면 혈액이나 소변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약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투약 상태라고 해서 바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주운전의 혈중알코올농도 같은 수치 기준이 없어서, 복용한 약의 종류와 병용 여부, 복용 후 지난 시간, 복약지도서의 경고 문구, 실제 운전 모습과 사고 여부, 말투와 기억 상태를 모아 판단합니다.
처방약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졸피뎀과 알프라졸람, 클로나제팜 등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한 사건에서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되었고, 식욕억제제와 수면제, 항우울제를 함께 먹고 운전한 사건에서는 복약지도서에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다는 점과 중앙선을 걸쳐 주행한 정황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줄 몰랐더라도 수면제의 효력 자체는 알 수 있었다고 본 판단도 있습니다. 감기약이나 항히스타민제만 먹고 운전한 경우가 이 죄로 다루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감정 결과가 나온 뒤에도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대법원은 과학적 증거가 사실인정에 구속력을 가지려면 시료의 채취와 보관, 분석의 전 과정에서 동일성이 인정되고 조작이나 훼손이 없어야 하며 인수인계 기록이 정확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고, 소변과 모발 감정 결과만 있는 사건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를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7도14222 판결). 모발 감정만으로 투약 시기를 단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도 있습니다.
형사처벌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는 물론이고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도 조문이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해 두어 재량의 여지가 없습니다(제93조 제1항 제4호·제4호의2). 두 번 이상 위반하거나 사고를 낸 경우에는 다시 면허를 받기까지 2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5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투약 자체에 대한 마약류관리법 위반은 약물운전과 별개의 죄로 함께 처벌됩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처방전과 복약지도서, 복용 시각을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어떤 약을 언제 얼마나 먹었고 의사에게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가 우려 상태를 다투는 재료가 되고, 채취한 시료의 봉인과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감정 결과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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