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뒤이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통지서를 받았다며 당황해서 찾아오시는 분들의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벌금형이니까 벌금만 내면 끝나는 것 아닌가요”, “집행유예도 아니고 그냥 벌금인데 무슨 프로그램을 또 들으라는 거냐”는 생각으로 통지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십니다. 그런데 이수명령 이행 지시를 정당한 사유 없이 미루거나 무시하면, 벌금형과는 별개로 새로운 형사처벌 절차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형벌과는 본질이 다른 별도의 보안처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상자의 신체적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처분이라는 점 또한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벌금형에 정확히 어떤 처분이 붙는지, 어떤 범죄에서 문제 되는지, 그리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벌금형에 붙는 것은 “수강명령”이 아니라 “이수명령”입니다
수강명령과 이수명령은 이름만 비슷할 뿐, 부과 요건과 집행 방식이 전혀 다른 별개의 처분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6조는 법원이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게 유죄판결(선고유예는 제외)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조문에 두 처분이 함께 규정돼 있다 보니 실무에서도 두 용어가 자주 혼동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고 형태에 따라 적용되는 처분이 나뉩니다. 수강명령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즉 집행유예 판결에 붙어 그 유예기간 안에 이행하는 처분입니다. 반면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경우, 그리고 징역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수강명령이 아니라 이수명령이 병과됩니다. “벌금형이니까 수강명령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은 절반만 맞습니다 — 이름이 다른 이수명령이 별도로 붙기 때문입니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병과하는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은 범죄인에 대한 사회 내 처우의 한 유형으로서 형벌 그 자체가 아니라 보안처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지만, 의무적인 강의 수강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의무적 이수를 받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6도15961 판결).
집행 방식도 다릅니다. 이수명령이 벌금형과 함께 부과된 경우에는 형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보호관찰소의 장이 집행을 지휘하고, 대상자는 지정된 기관에서 정해진 시간만큼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합니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에는 형기 안에 교정시설이나 치료감호시설에서 집행되고, 가석방되면 남은 시간은 보호관찰소가 이어받아 집행합니다.
벌금형에 붙는 처분의 정확한 이름은 “수강명령”이 아니라 “이수명령”이며, 형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안에 별도로 이행해야 하는 독립된 절차입니다.
2. 벌금형으로 끝나는 성범죄가 많고, 이수명령은 필요적으로 붙습니다
법원은 재량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이수명령을 병과해야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조가 정한 성폭력범죄에는 강제추행·준강제추행뿐 아니라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등 실무에서 벌금형으로 종결되는 비중이 높은 범죄들이 폭넓게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같은 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각각 정해져 있어, 초범이거나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평가되면 벌금형 선고나 약식명령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성폭력처벌법 제16조 제1항이 “병과할 수 있다”가 아니라 “병과하여야 한다”는 필요적 규정이라는 점입니다. 법원에 재량이 없다는 뜻이므로, 위 범죄들로 벌금형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된다면 이수명령도 예외 없이 함께 붙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강제추행·통신매체이용음란·카메라등이용촬영처럼 벌금형으로 끝나는 비중이 높은 범죄일수록, 벌금형과 함께 이수명령이 필요적으로 병과된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3. “벌금까지 냈는데 왜 또 프로그램이냐”는 항변,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수명령은 형벌이 아니라 재범 방지를 위한 보안처분이므로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수명령 통지를 받은 분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항변이 “이미 벌금을 냈는데 프로그램까지 받는 것은 이중처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쟁점은 헌법재판소에서 정면으로 다뤄진 바 있습니다.
이수명령은 그 목적이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대상자의 건전한 사회복귀의 촉진 및 범죄예방과 사회보호에 있다는 점에서 형벌과 본질적 차이가 있는 보안처분에 해당하므로,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이수명령이 형벌과 병과된다고 하여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6. 12. 29.자 2016헌바153 결정).
벌금형은 이미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한 응보적 제재이지만, 이수명령은 앞으로의 재범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헌재는 이 차이를 근거로 두 처분을 함께 부과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후 하급심도 같은 법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벌금을 이미 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수명령 이행을 거부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이수명령 병과 자체를 다투려면 이수명령만 따로가 아니라, 뒤에서 살펴볼 것처럼 본형에 대한 불복 절차를 통해 함께 다퉈야 합니다.
이수명령은 벌금형에 대한 이중처벌이 아니라, 별개의 목적을 가진 재범 방지 조치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4. 이수명령 시간은 재범 위험성에 따라 달라지고, 이행하지 않으면 또 다른 처벌을 받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수명령을 거부하면 벌금형에 이어 별도의 벌금이나 징역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500시간이라는 상한 안에서 실제로 부과되는 시간은 법원이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정합니다. 통상 기본과정, 집중과정, 그리고 그보다 긴 심화과정으로 단계가 나뉘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될수록 이수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50조는 이수명령 불이행에 대한 처벌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보호관찰소의 장 등으로부터 이수명령 이행에 관한 지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해 경고를 받은 뒤, 재차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벌금형과 병과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징역형 이상의 실형과 병과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즉 벌금형만 받은 사건이라도 이수명령을 방치하면 별도의 벌금형 전과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결과가 됩니다. “바빠서 미뤘다”, “통지서를 못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쉽지 않고, 경고 이후에도 불응이 반복되면 별도의 형사입건으로 이어집니다.
이수명령을 방치하면 벌금형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형사처벌 이력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5. 수사부터 이수명령 집행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벌금형이 확정되기 전 단계부터 이수명령 병과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통지를 받고 당황하지 않습니다.
성폭력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인지 및 조사 → ②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약식명령 청구 또는 정식기소 → ③법원(수원지방법원)의 약식명령 고지 또는 정식재판을 통한 판결 선고, 이 단계에서 벌금형과 함께 이수명령이 병과 → ④형 확정 후 보호관찰소의 이수명령 이행 통지 및 6개월 이내 프로그램 이수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특히 약식명령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되어 이수명령까지 함께 확정됩니다. 이 때문에 정작 이행 통지서를 받고 나서야 이수명령의 존재를 알게 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통지서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식명령서 또는 판결문에 이수명령 병과 여부와 부과 시간이 함께 기재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형 확정일과 6개월 이행기한, 관할 보호관찰소의 연락처를 확인합니다.
이행 지시에 응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경고를 받기 전에 보호관찰소에 정당한 사유를 미리 소명합니다.
이수명령 병과 여부 자체를 다투려면 원칙적으로 벌금형이나 징역형 등 본형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상소와 함께 다퉈야 하므로, 약식명령을 받은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 이의제기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마치며
벌금형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안도감 때문에, 뒤이어 오는 이수명령 통지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수명령 통지를 받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벌금형과는 별개로 정해진 기한과 절차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반대로 재범 방지 취지가 실제로 지켜지길 바라는 사회와 피해자 입장에서도, 이수명령이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흘러가지 않으려면 이행 여부가 꼼꼼히 관리되는 절차가 함께 필요합니다.
저는 성범죄 형사사건에서 벌금형 단계의 방어부터 이수명령·신상정보등록 등 부수처분 대응까지 폭넓게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건 초기에 어떤 처분들이 함께 따라오는지를 놓치면 이후 대응이 훨씬 복잡해지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벌금형을 받았다고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이수명령 통지서를 받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벌금형만 받았는데 이수명령까지 받는 게 이중처벌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수명령이 형벌과 본질이 다른 보안처분이라는 이유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벌금형과 이수명령은 함께 부과될 수 있는 별개의 처분입니다.
Q. 이수명령은 몇 시간이나 받게 되나요?
A. 법률상 상한은 500시간이지만 실제 부과 시간은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법원이 개별적으로 정합니다. 통상 기본과정부터 집중·심화과정까지 단계가 나뉘어 있습니다.
Q.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확정됐는데 이수명령 얘기가 없었습니다. 안 받아도 되나요?
A. 약식명령서에 이수명령이 함께 기재돼 있는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성폭력범죄에 대한 유죄 확정이라면 원칙적으로 필요적으로 병과되므로, 명령서를 놓쳤거나 통지가 늦어진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이수명령을 안 받고 그냥 넘어가면 어떻게 되나요?
A. 보호관찰소의 이행 지시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해 경고를 받은 뒤에도 다시 불응하면, 벌금형과 병과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벌금형 전과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Q.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다른 법률에 따른 이수명령을 이미 받았는데 또 받아야 하나요?
A.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수강명령·이수명령을 이미 부과받았다면, 성폭력처벌법상 이수명령은 중복해서 병과하지 않습니다.
Q. 이수명령 병과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다툴 방법이 있나요?
A. 이수명령만 따로 불복할 수는 없고, 본형(벌금형이나 징역형)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나 상소를 통해 함께 다투는 것이 원칙입니다. 약식명령을 받은 단계에서부터 병과 여부와 시간을 검토해야 합니다.
Q. 벌금형에 이수명령까지 받으면 신상정보 등록도 함께 되나요?
A. 신상정보 등록은 이수명령과는 별개의 요건으로 판단됩니다. 죄명과 형의 종류에 따라 등록 대상 여부가 달라지므로, 개별 사건에서 함께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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