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투자사기에 관한 글은 대부분 피해금을 돌려받는 방법을 다룹니다. 그런데 상담 현장에는 반대편에 선 사람들도 옵니다. 구인 광고를 보고 상담원으로 일했거나, 결제와 환전을 대행했거나, 계좌나 명의를 빌려줬다가 조직 전체가 수사를 받으면서 사기 공범으로 입건된 사람들입니다. 이 글은 그 경계선 — 어디까지가 단순 근로이고 어디부터가 가담인지 — 을 다룹니다.
조직적 사기에서 개별 가담자의 책임은 무엇을 알았는지와 무엇을 분담했는지로 정해집니다. 법원은 채용 경위가 비정상적이었는지, 업무 내용이 정상 업체로 보기 어려웠는지, 보수가 일의 성격에 비해 과도했는지를 종합해 "사기인 줄 몰랐다"는 항변을 판단하고, 보이스피싱 수거책 사건에서 정리했듯 이 판단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흐름입니다.
실제로 항변이 배척된 사건들을 보면 근거가 비슷합니다. 지인 소개로 폐쇄적으로 들어간 채용 경위, 계좌 하나당 월 수백만 원처럼 정상 거래로 보기 어려운 대가, 유령법인을 반복해 세우고 통장과 보안카드를 통째로 넘긴 업무 방식, 그리고 계좌가 지급정지되면서 사기 연루 사실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는 사정입니다.
텔레그램으로만 지시받는 구조,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회사, 현금이나 코인으로 받는 수당이 겹치면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고 평가될 위험이 커집니다.
분담의 무게에 따라 죄책도 갈립니다. 범행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나눠 맡았다고 평가되면 공동정범으로 사기 전체의 책임을 지고, 조직의 구체적인 기망 방식까지는 몰랐다고 인정되면 방조에 그칩니다. 실제 판결들을 보면 계좌를 넘겼더라도 조직의 존재와 역할 분담까지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면 방조로 정리되지만, 그 계좌 제공이 범죄수익을 실제로 빼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었다고 평가되면 공동정범이 됩니다. 다만 방조로 인정되는 것이 곧 가벼운 처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계좌와 접근매체를 제공한 사람이 방조범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평가되는지는 수사 초기의 진술에서 상당 부분 정해지므로, 맡은 업무와 지시받은 채널, 받은 보수와 관여 기간을 객관 자료로 먼저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계좌를 빌려준 유형이라면 사기와 별도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접근매체 대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독립적으로 성립할 수 있어, 사기 고의가 부정되더라도 처벌이 남는 구조라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이 유형에서 형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입니다. 사무실과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총책과 팀장, 팀원으로 역할이 나뉘며 신규 인원 교육과 실적에 따른 수익 분배, 이탈 방지까지 이루어진 조직이라면 법원은 이를 범죄단체로 인정해 왔고, 리딩투자 사기 유인 문자를 발송한 조직에 대한 유죄 판단이 대법원에서 유지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 죄가 붙으면 조직의 목적이 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되므로 말단 조직원도 실형 범위로 올라갑니다. 실제로 유인 조직 사건에서 총책은 징역 7년, 중간관리자는 5년, 일반 조직원도 1년 6월에서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반면 직접 상담을 했더라도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얻은 이익이 거의 없으며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된 상담원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된 예가 있어, 같은 사건 안에서도 결론의 폭이 큽니다.
연락을 받고 도망치거나 잠적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입니다. 상선의 지시에 따라 도피하고 휴대전화나 서류를 없앤 사정은 그 자체로 사기 인식과 공모관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였고, 실형 선고의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반드시 응하되, 첫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내 역할의 범위와 진술의 방향을 잡아 두어야 합니다.
피해자이면서 가담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 투자 피해를 입고, 손실을 회복하게 해 주겠다는 말에 홍보나 인출을 도운 유형입니다. 이때 피해 사실은 고의를 다투는 중요한 정황이 되지만, 저절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피해 입금 내역, 회유당한 대화, 손실 경위를 시간순으로 묶어 "왜 몰랐다고 볼 수 있는지"를 자료로 구성해야 진술이 힘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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