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는 통지서로 아는 경우보다 공항 출국심사대에서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출장·유학·가족 행사 같은 일정이 걸려 있으면 생활이 통째로 멈추는 처분이라 체감 타격은 형사절차 자체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처분은 다툴 수단이 법에 정리되어 있고, 실제로 풀린 사건도 있습니다.
출국금지에는 유형별로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는 범죄 수사를 위한 출국금지를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로 정하고,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수사중지되었거나 도주 등으로 수사 진행이 어려운 사람은 3개월 이내, 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은 영장 유효기간 이내로 정합니다. 수사가 아니라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 벌금·추징금이나 세금을 일정 금액 이상 내지 않은 사람 등은 별도 유형으로 6개월 이내의 금지가 가능합니다. 원칙 기간이 짧은 대신 연장이 반복되는 것이 실무의 모습이라, 내 출국금지가 어느 유형으로 언제까지 걸려 있고 몇 번째 연장인지부터 확인해야 다툴 지점이 보입니다.
다투는 방법은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출국금지나 기간 연장의 통지를 받았거나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0일 이내에 법무부장관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법무부장관은 원칙적으로 15일 이내에 타당성을 판단해 이유가 있으면 즉시 해제해야 합니다(출입국관리법 제4조의5). 다만 실무에서 더 빠르게 풀리는 경로는 따로 있습니다. 출국금지는 대개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이루어지므로, 조사에 성실히 응해 왔고 도주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요청 기관에 소명해 그 기관이 해제를 요청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남습니다.
어느 경로로 가든 소명의 내용이 결과를 가릅니다. 행정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된 사건들을 보면 공통점이 뚜렷합니다. 압수수색으로 증거가 이미 확보되어 더 조사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은데도 수사가 정체된 채 연장만 반복되고 있었고, 당사자는 소환에 빠짐없이 응해 왔으며, 국내에 가족과 생활 기반이 있어 부르면 돌아올 사람으로 인정된 사안들입니다. 2년 넘게 스무 차례 이상 연장된 처분을 두고 누적된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취소한 판결도 있습니다.
반대로 기각된 사건들에서는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자료를 지운 정황, 연락을 끊겠다는 취지의 메시지, 잦은 해외 출입국 이력, 국내에 재산도 직업도 없어 돌아올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정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국내에 가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도주 우려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지금 수사기관이 실제로 무엇을 더 조사해야 하는지, 그동안 몇 번 출석했는지, 언제 나가 언제 돌아오며 왜 돌아올 수밖에 없는지를 서면과 자료로 구성해야 합니다. 해외 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구체적인 일정과 본인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까지 소명되어야 비중 있게 평가됩니다.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출국 예정일이 있다면 그 날짜에서 거꾸로 세어, 언제까지 무엇을 어느 기관에 내야 하는지부터 잡아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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