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위반 통장·카드 대여, 초범 처벌 수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통장·카드 대여, 초범 처벌 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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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위반 통장·카드 대여, 초범 처벌 수위 

전우석 변호사

대출을 알아보다가 통장 사본과 체크카드를 보냈고, 몇 달 뒤 계좌가 막히고 경찰에서 연락이 옵니다. 상담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저도 속은 건데 사기 공범이 되는 겁니까"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사기방조는 무죄가 나오면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두 죄의 성립 요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에 관한 금지행위를 다섯 갈래로 나눕니다. 제1호는 양도·양수, 제2호는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 제3호는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하는 대여·보관·전달·유통, 제4호는 질권 설정, 제5호는 앞의 행위들을 알선·중개·광고하는 행위입니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제49조 제4항).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조문마다 '대가'가 붙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양도(제1호)와 범죄이용 인식(제3호)은 대가가 없어도 성립하지만, 제2호의 대여·보관·전달·유통은 대가가 구성요건입니다.

그래서 무상으로 빌려준 사안에서는 제2호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보고, 대여자에게 그런 경제적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대여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도16946 판결). 수사기관이 자주 쓰는 구성이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카드를 넘겼으니 대출이라는 무형의 기대이익이 대가"라는 논리인데,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도15320 판결).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넘긴 것인지, 대출의 대가로 넘긴 것인지를 구분해 진술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대가가 부정되어도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고 인정되면 제3호가 남으므로, 대가만 다투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양도인지 대여인지의 구분도 결론을 바꿉니다. 대법원은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예금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교부했더라도 그것이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을 위임한 데 지나지 않으면 제1호의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교부가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대출의 대가로 상대방이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하도록 하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양도가 되고 고의도 인정됩니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도8084 판결). 판단은 교부의 동기와 경위, 상대방과의 관계, 넘긴 접근매체의 개수, 교부 이후의 정황, 대출의 주체·금액·이자율·수령 방식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를 종합해 이루어집니다.

사기방조와의 관계는 별개로 봅니다. 방조가 성립하려면 정범의 사기 실행을 인식하고 용인하면서 이를 용이하게 했다는 고의가 따로 증명되어야 하고, 불특정한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정도의 인식만으로는 특정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방조 고의까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하급심이 여럿 존재합니다. 사기방조는 무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유죄라는 조합이 실제로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방어의 순서도 자연히 갈립니다. 사기 부분은 인식과 용인을, 전금법 부분은 양도인지 대여인지와 대가성을 다투게 됩니다.

여기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걸리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계좌에 들어온 돈을 뽑아 쓰는 경우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 아니라면 송금·이체된 돈에 관하여 피해자와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므로 이를 임의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된다고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 혐의를 벗을수록 인출한 돈에 대한 횡령 책임은 오히려 선명해지므로, 계좌에 들어온 돈에는 손대지 않아야 합니다.

부수효과도 형과 별도로 남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와 관련해 접근매체를 양도·대여한 자로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날부터 3년, 징역형은 집행유예를 포함해 선고받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하고, 금융회사는 그 사람의 전자금융거래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3조의2). 사건 초기에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것도 이 법에 따른 조치인데, 명의인은 공고일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거나 입금된 돈이 정당한 권원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7조). 조사 일정보다 이 기간이 먼저 끝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장을 넘긴 경위를 남은 자료로 재구성하는 일과 지급정지에 대한 이의 기간을 확인하는 일을 같이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읽을 글 — 계좌가 묶인 명의인의 이의제기 절차는 계좌 지급정지 해제 글에, 가상자산으로 넘어간 피해금의 환급은 보이스피싱 코인 피해 환급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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