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친한 친구나 연인,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까지 작성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서로 믿는 사이이기도 하고, 곧 갚겠다는 말을 믿고 돈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돈을 돌려받아야 할 때가 되면 연락을 피하거나, 아예 “빌린 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차용증이 없어도 돈을 받을 수 있나요?”, “계좌이체 내역만 있으면 충분한가요?”입니다.
안녕하세요? 민윤기 변호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차용증이 없다고 해서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대방이 돈을 빌린 사실을 부인한다면, 내가 그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차용증이 없는 대여금 사건에서 실제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오늘은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송금 사실과 대여 사실은 다릅니다
금전소비대차는 돈을 빌려주고 상대방이 반환하기로 약속하면 성립합니다.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좌이체 내역은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돈이 대여금이었다는 사실까지 당연히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생활비나 선물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한다면 돈을 보내게 된 경위와 반환 약속이 있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도 금전이 오간 사실에 다툼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대여 사실을 부인하면, 대여를 주장하는 사람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등).
차용증이 없다면 대화 내용이 중요합니다
차용증이 없는 사건에서는 송금 전후의 문자나 카카오톡 대화가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거나 언제까지 갚겠다고 말한 내용, 반환을 요구했을 때 갚겠다고 답한 내용이 있다면 대여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일부 원금을 돌려받았거나 이자 명목의 돈을 지급받은 내역도 참고가 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료의 개수가 아니라, 각각의 자료를 연결했을 때 돈을 빌리고 갚기로 한 과정이 확인되는지입니다.
특히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는 상대방이 생활비나 증여금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차례 돈을 보냈다면 모든 송금을 하나의 대여금으로 묶기보다 각 송금의 날짜와 목적, 당시 대화를 구분해 살펴봐야 합니다. 같은 사람에게 보낸 돈이라도 일부는 대여금으로, 일부는 생활비나 증여금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금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사업과 관련하여 돈을 건넸다면 상대방이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원금을 반드시 돌려주기로 했는지, 사업의 손익과 관계없이 반환하기로 했는지, 수익 배분이나 사업 참여에 관한 약정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따라서 사업자금으로 돈을 건넸다면 당시 원금의 반환 방식과 수익 지급 조건이 어떻게 정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갚기로 한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면
변제일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603조 제2항은 반환시기를 정하지 않은 경우 돈을 빌려준 사람이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한 기간이 지나야 채무자에게 지체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언제까지 반환해달라고 요구했는지에 관한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반환을 요구하거나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습니다. 다만 내용증명은 대여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자료라기보다 언제, 어떤 내용으로 반환을 요구했는지를 남기는 수단입니다.
소송 전 자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차용증이 없는 대여금 사건에서는 현재 남아 있는 자료로 대여 사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무작정 지급명령이나 소송부터 진행하기보다 송금 경위와 반환 약속, 상대방의 채무 인정 내용 등을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증여금이나 투자금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반박할 자료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거래라면 소멸시효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빌려준 돈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계좌이체 내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대여금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송금내역이라도 어떤 대화와 사정이 함께 존재하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미 대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가 충분한지부터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민윤기 변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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