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일로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은 부모가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이 "촉법소년이라 처벌은 안 됩니다"입니다. 그 말에 안심했다가, 몇 주 뒤 법원 소년부에서 소환장이 오면 다시 놀랍니다. 처벌이 없다는 것과 절차가 없다는 것은 다른 말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실제로 겪게 될 절차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먼저 나이에 따라 사건의 트랙이 갈립니다.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으므로(형법 제9조),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경찰서장이 사건을 검찰이 아니라 곧바로 가정법원(지방법원) 소년부로 보냅니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제2항).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형사처벌이 가능하므로 검사가 사건을 받아, 보호처분이 적절하다고 보면 소년부로 보내고(제49조 제1항) 죄질상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이 필요하다고 보면 형사재판으로 갑니다. 소년부도 심리 결과 형사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검사에게 되돌려 보낼 수 있습니다(제49조 제2항). 즉 촉법소년은 "재판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형사재판 대신 소년보호재판을 받는" 것입니다.
소년보호재판의 결론이 보호처분입니다. 소년법 제32조 제1항은 열 가지를 두고 있는데, 가벼운 쪽부터 보호자 감호위탁(1호), 수강명령(2호), 사회봉사명령(3호), 단기·장기 보호관찰(4·5호), 시설·병원 위탁(6·7호), 그리고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8호), 단기 소년원 송치(9호), 장기 소년원 송치(10호)입니다. 처벌이 아니라지만 9호·10호는 소년원에 들어가는 처분이므로 체감상 구금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 제한이 있어 사회봉사명령은 14세 이상, 수강명령과 장기 소년원 송치는 12세 이상에게만 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기록 문제는 이렇습니다.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법이 명시하고 있습니다(제32조 제6항). 보호처분은 전과가 아니고, 범죄경력자료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수사 단계의 기록(수사경력자료)도 소년 특례에 따라 성인보다 짧게 정리됩니다. 다만 한계도 알아야 합니다. 보호처분 전력은 이후 다른 소년사건의 심리나 처분 결정에서 참작될 수 있고, 같은 사건에 대해 보호처분이 확정되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제한(제53조)은 거꾸로 보호처분이 확정판결에 준하는 무게를 갖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형사책임이 없다는 것이 돈 문제까지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민법은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 본인의 배상책임을 부정하는 대신(제753조), 그 경우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 — 부모 — 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합니다(제755조).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부모가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벗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커서 책임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부모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바뀝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부모가 일반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정리했습니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전원합의체 판결). 촉법소년 사건에서 상대 부모와의 합의는 형사 문제가 아니라 이 민사책임을 정리하는 절차라는 점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이 얽힌 사건이라면 절차가 하나 더 돌아갑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심의위원회 조치(서면사과부터 전학·퇴학까지, 제17조)는 행정처분이어서 소년보호재판과 별개로 진행되고, 생활기록부 기재 문제는 이쪽에서 결정됩니다. 소년부에서 가벼운 처분을 받아도 학폭위에서 전학 조치가 나올 수 있고 그 반대도 있으므로, 두 절차를 같은 사건의 두 트랙으로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부모가 할 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경찰 단계에서는 소년 조사에 보호자가 동석할 수 있으므로 아이를 혼자 보내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소년부 송치 이후에는 판사가 아이의 성행과 환경을 조사하는 절차가 진행되는데, 이 단계에서 제출되는 보호자의 관리·감독 계획, 피해 회복과 사과, 상담·치료 이력이 처분의 수위를 실질적으로 좌우합니다. 소년보호재판은 처벌이 아니라 환경 조정이 목적이므로, 재판부에 보여줄 것은 반성문 한 장이 아니라 "이 아이를 가정이 감당할 수 있다"는 구체적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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