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 받았다면 — 답변서를 보낼 때와 안 보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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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증명 받았다면 — 답변서를 보낼 때와 안 보낼 때 

전우석 변호사

내용증명을 받으면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이 나옵니다. 겁을 먹고 바로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하려는 쪽과, 종이 한 장일 뿐이라며 버리는 쪽입니다. 둘 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무도 만들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의사표시에 따라 이미 법률효과가 발생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증명은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했는지를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우편제도일 뿐입니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6다81325 판결). 법원의 명령이 아니므로 받았다고 해서 지급 의무나 출석 의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회신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 사인 간의 내용증명에 회신 의무를 정한 법률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상대가 굳이 내용증명으로 보낸 이유가 있습니다. 도달의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기는데(민법 제111조 제1항), 대법원은 내용증명 우편물이 발송되고 반송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렵 송달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38322 판결). 그래서 봉투 안에 계약 해제 통지, 채권양도 통지(민법 제450조), 이행 최고가 들어 있었다면, 내가 읽었든 버렸든 그 의사표시의 효력은 이미 발생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취를 거부하는 것은 해법이 아닙니다. 부당하게 수취를 거부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의 형성을 방해한 경우 거부 시점에 효력이 생긴다고 본 하급심도 있습니다. 무시할지를 정하기 전에, 먼저 봉투 안의 문서가 '무엇을 통지하는 문서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받은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시계도 있습니다. 돈을 갚으라는 내용증명은 민법상 '최고'인데, 최고는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압류·가압류·가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174조). 상대가 내용증명만 반복해 보내고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시효는 그대로 흘러갑니다. 주의할 것은 이 6개월 안에 내가 채무를 승인해 버리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최고 후 6개월 내에 채무자의 승인이 있으면 제174조를 유추적용해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합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다46663 판결). 회신서에 "사정이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쓰는 순간 그것이 승인이 될 수 있습니다. 회신을 한다면 채무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읽힐 표현 — 갚겠다, 기다려 달라, 잘못했다 — 을 넣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시효가 임박한 채권이라면 회신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반드시 움직여야 하는 내용증명이 있습니다. 계약 해제·해지를 통지하면서 시정 기간을 준 경우, 임대차에서 갱신 거절이나 명도를 통지한 경우처럼 기간 도과로 법률관계가 확정되는 유형입니다. 이때의 침묵은 상대의 주장 사실을 굳혀 주는 정황이 되고, 다투는 취지의 회신을 기간 안에 남겨 두는 것이 나중 소송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결국 회신 여부는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서가 노리는 법률효과가 무엇인지에 따라 갈리는 판단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소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입니다. 권리 행사라도 한계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해악의 고지가 권리실현의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고, 고지된 해악의 실현이 그 자체로 위법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5910 판결). 실제 고소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면책되지 않습니다. 받은 문서에 과도한 금액, 반복적 압박, 형사처벌·직장 통보 언급이 결합되어 있다면 그 문서 자체가 상대의 공갈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버리지 말고 보관해야 합니다. 어느 유형이든 첫 대응은 같습니다. 문서와 봉투를 그대로 보관하고, 회신 기한이 적혀 있으면 그 날짜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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