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폭행 사건으로 조사받는 분들의 절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먼저 맞았는데 왜 제가 피의자입니까." 법의 답은 간단하지만 냉정합니다. 한 번의 다툼 안에서도 각자의 유형력 행사는 따로 평가되기 때문에, 상대를 밀치거나 때린 순간 나의 행위도 독립된 폭행이 됩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양형에서 고려될 뿐, 피의자가 되는 것 자체를 막아 주지 않습니다.
그럼 정당방위는 왜 안 되는가.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문제는 대법원이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이루어진 반격을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로 본다는 데 있습니다. 싸움 중의 가해행위는 과잉방위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 오래된 판례의 태도이고(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최근 하급심들도 같은 법리로 정당방위 주장을 배척합니다. "먼저 맞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행위가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방어였는지 되받아치는 새로운 공격이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그 경계는 실제 사례에서 이렇게 그어집니다. 상대가 갑자기 붙잡아 밀치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상황에서 얼굴을 밀어내며 벗어난 행위,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려는 상대를 피하려고 밀친 행위는 정당방위 내지 소극적 저항행위로 무죄가 선고된 예가 있습니다. 반대로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을 두 차례 밀친 행위, 거의 동시에 서로 멱살을 잡고 몸싸움으로 들어간 사안의 밀침은 적극적 공격으로 평가되어 유죄가 되었습니다. 같은 '밀침'이라도 결론이 갈리는 이유는 행위의 외형이 아니라 맥락이기 때문입니다. 정당방위를 주장하려면 CCTV와 목격자 진술로 공격이 일방적이었다는 점, 내 손이 벗어나는 방향으로만 움직였다는 점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쌍방 사건의 두 번째 축은 죄명입니다. 폭행죄(형법 제260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해당하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상해죄(제257조, 7년 이하의 징역)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쪽은 폭행, 한쪽은 상해로 입건되는 순간 합의의 효과가 비대칭이 됩니다. 서로 처벌불원서를 써 주는 쌍방 합의를 해도, 폭행 쪽은 공소기각이나 공소권없음으로 끝나는 반면 상해 쪽은 재판이 계속되고 합의는 양형 사유로만 반영됩니다. 실제 판결에서도 같은 싸움의 두 당사자 중 폭행 부분만 공소기각되고 상해 부분은 유죄가 선고된 예가 존재합니다. 쌍방 사건에서 상대의 상해진단서 한 장이 힘의 균형을 통째로 바꾸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상해진단서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절반입니다. 대법원은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꼼꼼히 따집니다. 보증금 문제로 언쟁하다 밀어 넘어뜨렸다는 사안에서, 범행일로부터 7개월이 지나 고소 직전에 발급받은 2주 요추부 염좌 진단서에 대해 — 의사가 피해자의 통증 호소만으로 진단했고, 이후 치료도 투약도 재진도 없었던 점을 들어 상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이 판결의 또 하나의 의미는, 상해가 무너지면 남는 것은 폭행인데 피해자가 이미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다면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한 부분입니다. 진단서의 발급 시점, 치료 경과, 상해 부위와 사건 경위의 일치 여부를 다투는 것이 죄명을 낮추고, 낮아진 죄명에서는 합의서가 절차를 끝냅니다.
맞고소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판단해야 합니다. 실익은 상대의 일방적 피해자 구도를 깨고 사건 경위를 대칭적으로 심리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쌍방 처벌불원 합의의 교섭 지렛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나도 상해진단서를 뒤늦게 만들어 맞불을 놓는 방식은 위 판례의 잣대에 그대로 걸립니다. 다칠 만큼 다쳤다면 사건 직후에 진료를 받고 사진과 처방 기록을 남기는 것이 유일하게 안전한 준비입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쌍방 합의는 상대방 부분과 내 부분의 죄명이 확정된 뒤에 순서를 맞춰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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