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전과 기록, 언제까지 남나 — 형의 실효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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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 전과 기록, 언제까지 남나 — 형의 실효와 삭제 

전우석 변호사

벌금형을 받은 분들이 몇 달 뒤에 다시 묻는 질문은 늘 같습니다. "기록이 평생 남나요. 회사에서 알 수 있나요. 해외여행은 갈 수 있나요." 답을 하려면 먼저 '전과기록'이라는 말부터 쪼개야 합니다. 법이 관리하는 기록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지워지는 것과 남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기록을 이렇게 나눕니다. 수형인명부(검찰청 관리)와 수형인명표(등록기준지 관청 관리)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만 기재되므로, 벌금형은 애초에 여기 올라가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빨간 줄'의 실체는 경찰청이 관리하는 수사자료표인데, 이것이 벌금 이상의 형이 기재되는 범죄경력자료와 그 밖의 수사 이력이 기재되는 수사경력자료로 갈립니다(제2조). 벌금형은 범죄경력자료에 남습니다.

그럼 언제까지 남는가. 여기서 '실효'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않고 형 집행을 마친 날부터 벌금형은 2년이 지나면 그 형은 실효됩니다(제7조 제1항 제3호. 징역·금고는 3년 이하 5년, 3년 초과 10년). 실효되면 형 선고의 법적 효과가 장래를 향해 소멸하므로, 실효된 전과는 누범가중이나 가중처벌의 요건이 되는 전과에서 빠집니다. 대법원은 실효된 징역형 전과를 특정범죄가중법상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보았고, 여러 개의 형이 있어도 마지막 형을 기준으로 기간이 지나면 그 이전의 형까지 모두 실효된다고 합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10도8 판결).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합니다. 실효는 말소가 아닙니다. 형이 실효되어도 형을 선고받았다는 역사적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범죄경력자료는 삭제되지 않고 수사·재판 목적의 조회에는 계속 나타납니다. 실효된 전과가 누범가중의 근거는 될 수 없지만 양형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는 있다는 것이 실무이고, 선고유예의 결격사유인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는 형의 실효 여부와 무관하게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도8269 판결). 실효를 "없던 일이 된다"로 이해하면 다음 사건에서 낭패를 봅니다.

그래도 생활에서 체감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조회 제한 때문입니다. 범죄경력·수사경력 조회는 법 제6조 제1항이 열거한 경우 — 수사·재판, 형 집행, 본인 신청,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 확인 등 — 에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허용됩니다. 민간 회사가 지원자의 전과를 조회할 법적 통로는 원칙적으로 없고, 회사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발급받은 회보서뿐입니다. 그리고 외국 입국·체류 허가를 위해 본인이 신청하는 회보서에는 실효된 형은 제외하고 회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시행령 제7조의2). 벌금형 실효 후의 비자용 범죄경력증명서에는 그 벌금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상대국이 자국 심사에서 무엇을 묻고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그 나라 이민법의 문제라 국내법으로 답이 끝나지 않습니다.

취업 결격도 "벌금형이면 무조건"이 아닙니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일반 결격은 금고 이상의 형을 중심으로 짜여 있고, 벌금형이 결격이 되는 것은 개별 조항이 특정 범죄와 금액을 정한 경우입니다. 공무원이 재직 중 직무 관련 횡령·배임으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2년, 성폭력범죄로 100만 원 이상이면 3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벌금형이라도 20년의 임용 제한이 붙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일반 형사사건의 벌금형은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가 아닙니다. 어떤 법이 내 죄명과 벌금액에 결격을 걸어 두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순서입니다.

무죄나 기소유예로 끝난 사건의 기록도 따로 정리됩니다. 수사경력자료는 법정형이 낮은 죄(장기 2년 미만 징역·벌금 등)의 혐의없음 처분이면 즉시 삭제가 원칙이고, 경찰 불송치는 6개월, 기소유예와 무죄판결은 5년 보존 후 삭제됩니다(제8조의2). 기소유예를 받고도 5년간 기록이 남는 이유를 묻는 분들이 많은데, 헌법재판소는 재수사 대비와 상습성 판단 자료로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보존을 합헌으로 보았습니다. 결국 지금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내 형이 실효 기간을 지났는지, 그리고 제출처가 요구하는 서류가 어느 기록의 회보서인지 — 이 둘을 구분하는 것에서 대부분의 걱정이 정리됩니다.

함께 읽을 글 — 벌금형이 확정되기 전, 약식명령 단계에서 다투는 방법은 약식명령 정식재판청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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