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지급정지 해제, 통장이 묶였을 때 순서
계좌 지급정지 해제, 통장이 묶였을 때 순서
법률가이드
사기/공갈고소/소송절차수사/체포/구속

계좌 지급정지 해제, 통장이 묶였을 때 순서 

전우석 변호사

어느 날 갑자기 통장에서 돈이 빠지지 않고, 은행에 물어보면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이 들어와 지급정지되었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중고거래로 물건을 팔았을 뿐인데,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을 뿐인데 계좌 전체가 묶입니다. 그렇게 계좌가 묶인 분들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실제 진행되는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계좌가 묶이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상 피해자가 피해구제를 신청하면(제3조 제1항), 금융회사는 거래내역을 확인해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즉시 해당 계좌 전부에 대하여 지급정지를 하여야 합니다(제4조 제1항). 문제 된 입금액만이 아니라 계좌 전부가 묶이는 것이 법의 구조이고, 헌법재판소도 피해금의 신속한 인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 구조 자체는 합헌으로 보았습니다. 2026. 8. 4. 시행된 개정법은 적용 범위를 한 번 더 넓혔는데, 재화·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는 여전히 제외되지만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포함된다는 단서가 정비되었습니다(제2조 제2호 단서).

묶인 계좌를 푸는 기본 절차는 이의제기입니다(제7조). 공고일 기준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점, 입금된 돈이 재화·용역의 대가 또는 그 밖의 정당한 권원에 의하여 취득한 것이라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 금융회사에 제출합니다. 다만 두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이의제기를 했다고 자동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이의제기 사실을 통보받은 날부터 2개월이 지나기 전에는 지급정지가 유지되고, 그 전에 풀리려면 객관적 자료로 충분히 소명되어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어야 합니다(제8조 제2항 제2호 단서). 다른 하나는 '정당한 권원' 사유는 명의인이 그 계좌가 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어떤 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내느냐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정상 거래였다"는 말만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하급심에서 정상 상거래 주장이 배척된 사안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입금자 명의가 거래 상대방과 다르거나, 입금 직후 대부분이 다른 계좌로 재이체되었거나, 계약서·거래내역·인도 증빙 없이 말로만 거래를 주장한 경우입니다. 반대로 문화상품권 판매대금임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 지급정지가 해제된 경과가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기록된 예도 있고, 기존 대여금의 변제로 받은 돈이라는 점이 인정되어 명의인이 승소한 하급심도 있습니다. 계약서나 채팅 내역, 거래명세서, 물건을 보낸 운송장, 기존 거래관계 자료를 입금 건별로 묶어 하나의 설명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의제기와 별도로, 수사 절차를 통해 정지가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행령은 수사기관이 명의인에게 관련 범죄사실이 없음을 확인하는 경우를 지급정지 종료 사유로 정하고 있어, 경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취지의 판단을 받아내는 것이 곧 계좌를 푸는 길이 됩니다. 지급정지된 명의인 다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접근매체 양도·대여)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는데, 이 조사가 형사 방어인 동시에 계좌 해제 절차라는 이중의 의미를 갖는 셈입니다. 조사에서 무엇을 다투는지는 통장·카드 대여 혐의에 관한 별도의 글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법원에서 다투는 방법도 있습니다. 명의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낼 수 있는데(제4조의2 제2항), 늘 통하는 수단은 아닙니다. 최근 하급심에는 이의제기 등 다른 수단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상대로 한 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을 부정한 판결과,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고 본안에서 명의인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함께 나오고 있어 경향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소송이 계속 중이면 오히려 그 부분 지급정지가 해제되지 않는 효과(제8조 제2항)도 있으므로, 소송은 이의제기와 수사 대응을 먼저 한 뒤의 선택지로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거꾸로 상대방의 피해구제 신청 자체가 거짓인 경우도 있습니다.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박 자금을 보내 놓고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피해구제를 신청해 계좌를 묶어버리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2024년 신설된 제11조의2는 거짓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한 자에게 명의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우고, 거짓 신청 자체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제16조). 허위 피해 신고로 경찰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까지 발급받았다면 무고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함께 인정된 하급심도 존재합니다. 지급정지가 부당하다면 공고일부터 2개월이라는 이의제기 기한을 먼저 확인하고, 그 안에 입금 경위를 증명할 자료부터 모으는 것이 순서입니다.

함께 읽을 글 — 통장이나 카드를 넘긴 쪽의 형사책임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통장·카드 대여 글에, 가상자산으로 당한 피해의 환급 절차는 보이스피싱 코인 피해 환급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우석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66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