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개요
의뢰인 A씨는 초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입니다. 어느 날 딸에게서 같은 학교 상급생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자기 어머니에게 "때린 적 없다"고 말한 상황. A씨는 하교 시간 학교 앞에서 그 학생과 학생의 어머니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들끼리의 대화까지 10분 남짓이면 끝난 일이었습니다.
그 10분이 형사사건이 되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의 일은 학교폭력 심의 절차로 번졌고, 상대 측은 A씨가 아이들이 듣는 앞에서 큰소리로 아이를 다그쳐 정신건강에 해를 끼쳤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아동복지법위반(정서적 학대) 혐의로 약식명령(벌금)을 청구했습니다.
약식명령은 법정에 서지 않고 서류 심리만으로 벌금이 부과되는 절차라, 정해진 기간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됩니다. 벌금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아동학대 범죄 전력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를 학대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남습니다. A씨는 변호인과 상의 끝에 벌금 고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 사건의 쟁점과 어려움
'정서적 학대'는 폭행처럼 경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로서의 사실확인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학대가 되는지가 정면으로 다투어졌습니다.
핵심 증거는 사실상 상대 아동 어머니의 진술("10분 내내 큰소리로 다그쳐 아이가 모든 사람이 쳐다볼 정도로 울었다")뿐이었고, 이를 탄핵할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아냈지만 검사가 항소하면서, 같은 싸움을 항소심에서 한 번 더 치러야 했습니다.
■ 변호인의 조력
CCTV 영상의 초 단위 분석 — 현장이 촬영된 CCTV 영상을 시각 단위로 분해해 진술과 대조했습니다. 대화 시간은 약 14분, A씨가 아이에게 직접 말을 건 것은 처음 사실을 확인한 두세 차례가 전부였고 나머지는 어른들끼리의 대화였다는 점, 삿대질 같은 공격적 행동이 없었다는 점, 대화가 끝날 무렵 양측이 서로 여러 차례 고개 숙여 인사하고 헤어지는 장면까지 — '10분 내내 다그쳤다'는 진술과 영상이 곳곳에서 어긋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법리 구성 —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 발달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행위 경위와 태양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7도5769)를 토대로, 자녀가 맞았다는 말을 들은 학부모가 보호자가 동석한 자리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은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행위임을 논증했습니다.
항소심에서의 증인신문 — 검사가 항소하자, 항소심 법정에 상대 아동의 어머니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습니다. 진술과 영상의 불일치를 법정에서 직접 확인시키고, 이 사건이 학교폭력 심의 절차와 맞물려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도에서 나온 신고라는 맥락도 드러냈습니다. 변론을 종합한 참고서면으로 마무리했습니다.
■ 결과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상당성 있는 행위"라는 판단이었습니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다소 강한 어조로 두세 차례 질문했다 하더라도 정서적 학대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 무죄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벌금 고지서 한 장으로 시작된 사건을 1년 9개월에 걸쳐 두 번의 재판에서 모두 이겨낸 것입니다.
■ 이 사례의 의의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 학교폭력 심의와 맞물려 부모들 사이의 형사사건으로 번지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정서적 학대'라는 모호한 혐의에 맞서 객관적 영상 분석과 법리로 무죄를 끌어낸 사례이자, 약식명령이라고 그냥 벌금을 내고 끝내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전과로 남았을 때의 무게를 따져보고, 다툴 것은 다투어야 합니다.
■ 맺음말
약식명령을 받으셨다면 벌금 액수만 보지 마시고, 그 죄명이 남기는 기록과 불이익을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속이 타더라도 상대 아이를 직접 찾아가 따지는 것은 이 사건처럼 형사 문제로 비화할 수 있으니, 가급적 학교와 기관의 공식 절차를 통하시고 이미 문제가 되었다면 초기에 변호인과 대응 방향을 잡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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