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개요
의뢰인은 40대 후반의 남성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부모님을 부양하고 지역 복지시설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이어온 성실한 생활인이었습니다. 어느 늦은 밤, 의뢰인은 길에서 평소 안면이 있던 여성을 만났고, 반가운 마음에 양팔로 상대방을 끌어안았습니다. 상대방은 원치 않는 신체접촉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의뢰인은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성범죄 피의자가 되어 조사 일정을 통보받은 의뢰인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인사라고 생각했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의뢰인 스스로도 상대방이 느꼈을 불쾌감과 두려움 앞에서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했고, 그 상태로 저희를 찾아주셨습니다.
■ 사건의 쟁점과 어려움
이 사건은 혐의를 다툴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1) 포옹을 한 사실 자체가 명백했고, 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기습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체접촉도 강제추행으로 봅니다. 2)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무거운 범죄이고, 설령 벌금형이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성범죄 전과와 함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3)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는 순간, 의뢰인이 지켜온 생계와 부모님 부양, 평범한 일상 전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4) 처분의 폭도 문제였습니다. 같은 '인정 사건'이라도 검찰 단계에서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되는 경우가 있고 기소유예로 종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두 결론이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릅니다. 초범이라는 사정만으로 선처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 변호인의 조력
방향은 처음부터 분명했습니다. 부인이 아니라 증명 — 잘못을 인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제로 전부 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일관된 인정과 반성 — 의뢰인은 수사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고, 변호인은 그 진정성이 기록으로 남도록 자필 반성문을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제출하도록 도왔습니다.
피해 회복 — 피해자분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면서 사과와 합의 절차를 신중하게 진행했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가 전해졌고, 합의금 800만 원과 함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받았습니다. 합의는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분의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재범방지의 증명 — 누가 요구하기 전에 성범죄 예방 심리교육을 자발적으로 이수하고 이수증을 제출했습니다.
'사람'을 보여주는 정상자료 —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부모님 부양과 오랜 재능기부 활동, 지인의 탄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상황과 분위기를 읽는 데 서툴렀던 인지적 여건까지, 변명이 아니라 배경 사정으로 정리해 변호인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이 모든 자료가 '한 번의 실수가 이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읽히도록 배열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변호인 의견서에서 "기소유예 등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요청했습니다.
■ 적용 법리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할 때 성립하고, 판례는 갑작스러운 포옹처럼 저항할 틈을 주지 않는 기습추행도 여기에 포함시킵니다. 한편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여러 정상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처분입니다. 형을 선고받는 것이 아니므로 전과가 남지 않고, 유죄판결 확정을 전제로 하는 신상정보 등록 절차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또한 성범죄 수사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검사가 처분을 정할 때 중요한 정상 요소로 고려됩니다.
■ 결과
검찰은 변호인 의견서에 담긴 정상 사유들을 받아들여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의뢰인은 법정에 서지 않았고, 벌금도 전과도 신상정보 등록도 없이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 이 사례의 의의
혐의를 다툴 수 없는 성범죄 사건에서 변호인의 일은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성과 피해 회복을 증명 가능한 형태로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사과, 합의와 처벌불원, 교육 이수, 정상자료가 하나의 흐름으로 검사에게 전달되었을 때 처분의 결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동시에 이 사건은 분명한 교훈도 남깁니다. 의도가 어떠했든,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은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 맺음말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사건일수록 초기 대응이 처분을 좌우합니다. 섣부른 변명으로 피해자의 마음을 다시 다치게 하기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회복, 재범방지 노력을 빠르게 실행하고 증빙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피해자와의 합의는 감정이 격한 초기에 서두르다 오히려 어긋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접근 방식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늦기 전에 변호사와 대응 순서부터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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