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개요
의뢰인 A씨(30대 직장인)는 오랜 친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여러 차례 돈을 빌려주며 곁에서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친구가 일하러 나간 사이 친구의 집에서 친구의 연인인 B씨와 술자리를 하게 되었고, 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B씨는 "강제로 당했고, 촬영까지 당했다"며 주변에 알렸고, 이틀 뒤 A씨는 강간과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두 혐의로 고소되었습니다. 오랜 인연들이 얽힌 관계 속에서 하루아침에 성범죄 피의자로 지목된 A씨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사건 직후부터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움직였습니다. A씨는 "관계는 서로의 의사가 맞아 이루어진 것이고, 촬영도 상대방에게 알린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곧바로 변호인을 찾았습니다.
■ 사건의 쟁점과 어려움
강간에 더해 촬영 혐의까지 두 개의 죄명이 걸려 있었습니다. 촬영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건이었기에, 촬영의 경위와 동의 여부가 별도의 쟁점이 되었습니다.
단둘이 있던 공간에서 벌어진 일로, 전형적인 진술 대 진술 구도였습니다.
수사 도중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했지만, 강간과 불법촬영은 친고죄가 아니어서 취하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취하 이후에도 피의자 조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자칫 '취하됐으니 끝났겠지'라고 손을 놓으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변호인의 조력
기억이 선명할 때, 기록으로 고정 — 사건 직후 A씨와 함께 그날의 일을 시간대별 타임라인으로 정리했습니다.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문자메시지·송금내역 등 객관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끼워 넣었고, 당일 현장 부근에 있었던 지인이 변호사 상담에 동석해 내용을 검토한 뒤 사실과 일치하는 부분에 직접 서명하도록 했습니다. 진술서 한 장이 아니라, 증거가 뒷받침되고 제3자가 확인한 '구조화된 기록'을 만든 것입니다.
관계 당시의 실시간 녹음 — A씨는 관계 도중 불안한 느낌이 들어 휴대전화 녹음을 켜 두었고, 그 녹음에는 당시 두 사람의 대화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이를 국가공인 속기사무소의 녹취록으로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사후에 만들 수 없는, 사건 그 시각의 기록이었습니다.
촬영 혐의에 대한 소명 — 촬영은 관계 직후 상대방에게 알리고 이루어졌고, 누구에게도 보여주거나 전송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경위와 함께 밝혔습니다.
조사 동석 — 피의자 조사에 변호인이 직접 동석해 조사 전 과정과 조서 열람까지 함께했습니다. 진술이 기록과 어긋나지 않도록 지키는 자리였습니다.
수사가 진행되던 중, 고소인은 "오해로 인하여 발생한 고소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취하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여기서 대응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취하는 형식적 종결 사유가 아니기에, 이후의 피의자 조사까지 준비한 대로 마쳤습니다.
■ 적용 법리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촬영물이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촬영 자체를 부인하기보다, 촬영의 경위·목적과 상대방의 인식, 이후 유포 여부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강간죄 역시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전후 사정 전체로 판단하므로, 사건 전후의 객관적인 기록이 판단을 좌우합니다.
■ 결과
경찰은 두 혐의 모두에 대하여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각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고소 취하에 따른 형식적인 종결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실체를 판단해 내린 혐의없음이었습니다. A씨는 고소 접수 약 5개월여 만에 두 혐의 모두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 이 사례의 의의
고소가 취하되어도 성범죄 수사는 계속됩니다. 이 사건의 진짜 성과는 '취하로 흐지부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증거로 결백이 확인된 사건'으로 종결시켰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무혐의라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당사자가 안고 가는 무게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사건 직후 며칠 사이에 만들어 둔 기록 — 시간대별 타임라인, 제3자의 확인, 그 시각의 녹음 — 이었습니다.
■ 맺음말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되셨다면, 기억이 선명한 초기 며칠이 가장 중요합니다. 관련된 대화·송금·이동 기록을 지우지 말고 모아 두시고, 그날의 일을 시간 순서로 정리해 두십시오. 그리고 고소가 취하되었다는 말만 믿고 안심하지 마시고, 혐의없음 판단을 받아 사건이 실체적으로 종결될 때까지 변호인과 함께 대응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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