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거책, 몰랐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을까
보이스피싱 수거책, 몰랐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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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수거책, 몰랐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을까 

전우석 변호사

"단순 심부름 알바인 줄 알았습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건의 피의자 대부분이 하는 말이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구인 사이트나 SNS에서 '고액 일당', '서류 전달', '수금 대행' 같은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피해자에게서 현금을 받아 지정 계좌에 무통장 입금하는 일을 몇 차례 한 뒤 사기 공범으로 입건되는 구조입니다. 이 유형에서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딱 하나, '몰랐다'는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지는가입니다.

먼저 법적 구조를 보면, 수거책은 보통 사기죄의 공동정범(형법 제30조) 또는 방조범(형법 제32조)으로 의율됩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무게가 크게 다릅니다. 공동정범은 범행 전체에 대해 정범으로 책임지는 반면, 방조범은 형이 필요적으로 감경됩니다. 판례상 그 경계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는지, 즉 범행의 본질적 부분을 분담하며 전체 범행에 관여했는지에 있습니다. 지시받은 대로 수거·입금만 반복한 사안은 방조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를 직접 속이는 역할까지 하거나 조직 운영에 관여한 사안은 공동정범으로 평가됩니다.

핵심 쟁점인 고의는 '확정적으로 알았는가'가 아니라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감수했는가', 즉 미필적 고의로 판단됩니다. 대법원이 최근 무죄 원심을 뒤집으며 든 사정들이 실무의 판단 기준을 잘 보여줍니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1716 판결). 면접이나 근로계약 없이 텔레그램만으로 채용과 지시가 이루어진 점, 타인 명의로 100만 원 이하로 쪼개어 무통장 입금하도록 지시받은 점, 약 3주간 13회에 걸쳐 2억 원 가까운 현금을 운반한 점, 피고인의 연령과 사회경험에 비추어 정상적인 업무가 아님을 인식할 수 있었던 점 등입니다. 요컨대 일의 외형이 정상 업무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아챌 만한 사람이었는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반대로 실제 회사 사무실에서 면접을 봤고, 급여가 통상 수준이었고, 업무 내용이 위장에 정교하게 가려져 있었던 사안에서는 고의가 부정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실명을 밝히고 일했다거나 경찰 연락에 자진 출석했다는 사정을 들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들에 대해서도, 채용 경위의 이례성과 지시·송금 방식 등 전체 정황을 종합해야 한다며 잇달아 파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대법원 2024도13466, 2024도20664 등), '몰랐다'는 주장의 문턱은 낮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채용 경위의 기록입니다. 구인 광고 화면, 지원 경위, 면접 여부, 지시를 받은 대화 내역, 약속된 보수 조건을 지우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십시오. "몰랐다"는 주장은 말이 아니라 이런 객관적 자료로 증명되는 것이고, 수사기관도 같은 자료로 미필적 고의를 판단합니다. 대화방을 탈퇴하거나 기록을 삭제하면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함께 알아둘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수거·전달 과정에서 본인 계좌나 접근매체(체크카드·OTP 등)를 넘겨준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별도로 문제되고(같은 법 제6조 제3항의 양도·대여 등 금지, 제49조 제4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이 부분은 사기 고의가 부정되더라도 남을 수 있습니다. 둘째,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입니다. 수거책은 조직에서 받은 일당에 비해 피해액 전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이고,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가장 큰 양형 요소가 피해 회복 여부입니다. 피해 회복의 경로는 피해자와의 직접 합의 외에도 검찰 단계의 형사조정 절차,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할 수 있는 형사공탁 등이 있는데, 법원은 공탁금 액수 자체보다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의 과정을 평가하는 경향이므로 시기와 방식이 중요합니다. 형사절차와 별도로 피해자가 제기하는 민사소송·배상명령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점까지 포함해, 사건 초기에 전체 그림을 파악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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