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 자금 담당, 지점 관리자. 업무상횡령·배임 사건의 피의자는 대부분 회사에서 돈을 만지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상담의 첫마디도 대부분 같습니다. "잠깐 쓰고 채워 넣으려고 했습니다." 이 사건 유형은 그 말이 법적으로 왜 통하지 않는지, 그리고 무엇이 결과를 가르는지를 아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법정형부터 보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형법 제355조 제1항),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범한 경우, 즉 직무상 돈을 관리하던 사람이 범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형법 제356조). 그런데 진짜 갈림길은 금액입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되고 이득액 이하의 벌금이 병과될 수 있습니다(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하한이 3년, 5년으로 정해진다는 것은 감경 없이는 집행유예 자체가 산술적으로 어려워진다는 뜻이므로, 여러 번에 걸친 인출이 하나의 죄(포괄일죄)로 합산되는지, 별개의 죄로 나뉘는지가 실무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갚을 생각이었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판례의 확립된 법리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1251 판결). 횡령죄는 권한 없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처분하는 순간 이미 성립하고, 나중에 채워 넣을 계획은 성립을 막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반대 방향의 법리도 있습니다. 반환을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횡령이 되는 것은 아니고 거부의 이유와 주관적 의사를 종합해야 하며(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도10005 판결), 지출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거나 위탁받은 목적 범위 안의 사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방어는 "쓴 사실"의 부인이 아니라, 어떤 돈을 어떤 권한으로 어디에 썼는지를 장부와 이체 기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됩니다.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는 인출이 많을수록 불리해지는 구조이므로, 개인 지출과 업무 지출이 섞여 있다면 초기에 전체 자금 흐름을 스스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립이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결과를 가르는 것은 변제와 합의입니다. 변제가 범죄 성립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지만, 검찰 단계에서는 피해 회복과 처벌불원 의사가 기소유예 판단의 명시적 고려 요소이고(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형사조정 절차를 통해 변제 계획을 합의로 만드는 경로도 있습니다. 재판 단계에서는 양형기준이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인자로 정하고 있어 권고형 구간 자체가 내려갑니다. 실무 감각으로 정리하면, 이득액이 5억 원 미만이고 전액 변제와 처벌불원이 갖추어진 초범은 집행유예(형법 제62조: 3년 이하의 징역 선고 시 가능)가 유력해지는 반면, 5억 원을 넘으면 전액 변제가 있어도 집행유예가 보장되지 않고, 50억 원 이상은 초범이라도 실형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구속 여부도 많이 묻는 부분인데, 기준은 금액 자체보다 도망과 증거인멸의 우려입니다. 주거와 가족관계가 일정하고, 자료를 훼손하지 않았으며,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변제 노력을 시작한 사정은 불구속 수사로 이어지는 실질적 요소가 됩니다. 반대로 장부 파일 삭제, 잠적, 피해금의 은닉 정황은 구속영장 청구의 사유가 됩니다. 회사에 발각된 직후 자료를 지우고 싶은 충동이 가장 위험한 선택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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