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상속받은 아파트를 혼자 쓴다면, 나가라고 할 수 있을까
사건 개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형제들이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았는데, 정작 그 집에는 큰형만 계속 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 생전부터 함께 지내던 큰형이 그대로 눌러앉아 살림을 이어가는 사이, 다른 형제들은 상속재산분할 협의조차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는 일이 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형제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형도 나와 똑같이 일부 지분만 가진 것 아니냐, 그런데 왜 혼자 공짜로 사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장 집을 비우라"고 요구하거나, 그게 안 통하면 법원에 인도(명도)를 청구하면 될 것이라 여기고 상담을 청해 오십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른 형제와 마찬가지로 일부 지분만 가진 상속인은 원칙적으로 형에게 '집을 비우고 나가라'는 인도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법리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손해를 감수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청구의 방향을 정확히 바꾸면 실질적인 회복이 가능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속재산분할이 끝나기 전까지 아파트는 형제들의 공유 상태라는 점입니다(민법 제1006조). 둘째, 형이 과반수에 못 미치는 지분만 가진 소수지분권자인 다른 형제를 상대로도, 그 반대로 다른 형제가 형을 상대로도 '나가라'는 인도청구가 인정되는지입니다. 셋째, 인도청구가 안 된다면 대신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지—방해배제와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입니다. 넷째, 이 다툼을 상속재산분할 절차와 어떻게 연결시켜 한 번에 정리할 것인지입니다.
다만 형이 유언이나 기여분 인정 등으로 과반수 지분을 실제로 갖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지분 과반수로 결정할 수 있어(민법 제265조), 과반수 지분권자는 특정 공유자에게 단독 사용을 허락하는 관리방법을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구에 앞서 각자의 실제 상속지분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나가라'는 인도청구 대신 방해배제청구로 방향을 바꾸기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가 인도청구입니다. 예전에는 다른 공유자가 공유물을 독점하고 있으면, 지분이 적은 공유자라도 '보존행위'를 이유로 그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다9392, 9408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이 법리는 2020년에 바뀌었습니다.
1) 인도청구가 막히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합니다.
대법원은 "공유물을 협의 없이 독점 점유하는 소수지분권자를 상대로 다른 소수지분권자가 보존행위로서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례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청구하는 형제 역시 형과 마찬가지로 일부 지분만 가진 소수지분권자일 뿐, 아파트 전부를 단독으로 점유할 권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형을 내보내 봐야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정당한 권리가 청구인에게도 없다는 것이 바뀐 법리의 핵심입니다.
2) 인도청구 대신 방해배제청구·공동점유방해금지청구로 구성합니다.
대신 다른 형제는 자신의 지분권에 기초해 형이 아파트 전체를 독점함으로써 자신의 사용·수익권을 침해하는 상태를 제거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63조, 방해배제청구). 예컨대 형이 방을 하나 비워 함께 쓰게 하라는 식의 공동 점유 회복을 구하는 것이지, 형을 완전히 내쫓아 그 방을 청구인 혼자 쓰겠다는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청구 취지를 이 틀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릅니다.
3) 형의 실제 지분을 먼저 확인합니다.
형이 부모님을 오래 부양했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정이 있다면, 기여분(민법 제1008조의2)이 인정되어 실제 지분이 법정상속분보다 클 수 있고, 유언이 있었다면 지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형이 과반수 지분권자라면 관리방법 결정(민법 제265조)에 따라 단독 거주가 적법하게 인정될 여지도 있으므로, 청구에 앞서 가족관계증명서·기본증명서와 상속재산 목록으로 지분 구조부터 확정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사용이익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하고 분할 절차와 묶어 정리하기
인도청구가 막힌다고 해서 형이 계속 무상으로 살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형이 자신의 지분을 넘어서 얻고 있는 사용이익은 여전히 돌려받을 대상입니다.
1) 지분을 초과하는 사용이익을 부당이득으로 산정합니다.
형은 자신의 상속지분 비율만큼만 아파트를 사용할 권리가 있고, 그 이상 홀로 거주하며 누린 이익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입니다(민법 제741조). 인근 시세를 기준으로 한 차임 상당액 감정을 통해 아파트 전체의 사용가치를 산정한 뒤, 여기에 청구인의 지분 비율을 곱해 매달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구체적인 수치로 만들어 둡니다.
2) 상속재산분할심판과 함께 진행합니다.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이 절차에서 형이 그동안 단독으로 거주해 온 사정과 밀린 사용이익을 함께 다툴 수 있습니다. 재판상 분할은 현물분할이 원칙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경매를 통한 대금분할도 이루어지므로(민법 제269조), 형이 계속 거주를 고집하는 경우 이 아파트를 형이 단독소유로 받는 대신 다른 형제들에게 그 차액을 정산하는 대상분할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3) 소멸시효를 고려해 청구 시점을 놓치지 않습니다.
매달 쌓이는 사용이익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민법 제162조). 협의만 거듭하다 오래된 사용이익분을 시효로 잃지 않도록, 내용증명 등으로 청구 의사를 명확히 밝혀 두고 필요하면 시효 중단 조치를 취해 둡니다.
결론
형이 상속받은 아파트에 혼자 산다고 해서 곧바로 '나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판례가 바뀐 지금, 그런 청구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청구의 방향을 방해배제와 부당이득반환, 그리고 상속재산분할로 정확히 바꾸면 실질적으로 되찾을 수 있는 몫은 분명히 있습니다. 형과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문제 제기를 미루고 계시다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청구가 가능하고 어떤 순서로 접근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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