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땅을 허가 없이 매매계약부터 체결해 둔 경우, 그 계약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헷갈려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몇 년째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지역이 지정에서 풀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예전에 써 둔 계약서가 그때부터 살아나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무효인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허가 없이 체결된 계약은 곧바로 무효가 아니라 '유동적 무효'라는 특수한 상태에 놓이고, 지정 해제는 이 상태를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계약이 지정 해제로 자동 구제되는 것은 아니며, 계약이 어떤 경위로 체결됐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유동적 무효 계약이 지정 해제로 확정 유효가 되는 요건과, 그렇게 되지 않는 예외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 허가 없이 계약하면 어떻게 되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 또는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을 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그 안의 토지에 관한 소유권·지상권을 이전하거나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같은 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공동으로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신청서에는 계약 내용과 토지 이용계획, 취득자금 조달계획까지 적어 제출해야 하므로 실무적으로도 허가 절차 자체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허가를 받기 전에 매매계약부터 체결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흔하다는 점입니다. 같은 법 제11조 제6항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문언만 보면 허가 없는 계약은 곧바로 무효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조항을 계약이 영영 무효로 확정된다는 뜻이 아니라, 허가를 받을 때까지 계약의 효력이 잠정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상태로 해석해 왔습니다. 무허가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속임수로 허가를 받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 기준 토지가격의 100분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 대상이 되므로, 허가 절차를 아예 건너뛰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을 안는 선택이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허가 없이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법 제11조 제6항에 따라 효력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는 영구 무효가 아니라 허가를 받을 때까지 효력이 유보된 상태라는 것이 판례의 해석이다.
유동적 무효란 — 허가받기 전 계약의 실제 상태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 판결은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체결된 토지거래계약은 허가를 받을 때까지 법률상 미완성의 법률행위로서 채권적 효력이 전혀 발생하지 않지만, 일단 허가를 받으면 계약 체결 시점으로 소급해서 유효로 되고, 반대로 불허가 처분이 나면 무효로 확정되는 이른바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허가가 나기 전까지는,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수도 없고 매수인에게 잔금 지급을 청구할 수도 없는 '멈춰 선' 계약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판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사자 쌍방에게 허가신청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법리를 함께 세웠습니다. 유동적 무효 상태의 계약이라도 당사자는 서로 협력해 허가를 받아낼 의무를 지고, 상대방이 이 협력의무 이행을 거절하면 소송으로 협력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느 한쪽이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뜻을 명백히 표시하면, 그 시점부터 계약은 유동적 무효 상태를 벗어나 확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흐름입니다. 유동적 무효는 그래서 '언젠가 유효가 될 수도, 무효로 굳을 수도 있는' 잠정 상태이지, 방치해도 되는 상태가 아닙니다.
허가받으면 — 계약 체결 시점으로 소급해 유효.
불허가 처분이 확정되면 — 계약은 무효로 확정.
상대방이 협력의무 이행을 명백히 거절하면 — 그 시점부터 확정적 무효로 전환될 수 있음.
협력의무 불이행 시 — 상대방을 상대로 협력의무 이행을 구하는 소송 가능.
허가를 배제·잠탈한 계약은 다르다 — 처음부터 확정무효
모든 무허가 계약이 유동적 무효로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허가받을 생각 없이, 허가 절차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은 유동적 무효를 거치지 않고 체결 시점부터 확정적으로 무효입니다. 실무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은 실제 매매대금보다 낮게 신고하는 다운계약, 허가 대상이 아닌 것처럼 계약서를 꾸미는 명의신탁형 거래, 처음부터 허가신청을 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잔금까지 다 치르는 거래 등입니다. 이런 계약은 나중에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더라도, 애초에 유동적 무효 상태를 거친 적이 없으므로 지정 해제의 효과를 받지 못합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지정 해제 소식만 듣고 '이제 우리 계약도 살아났다'고 단정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계약이 유동적 무효였는지, 아니면 애초에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이었는지는 계약 체결 당시의 정황 — 계약서에 기재된 대금과 실제 지급된 대금의 일치 여부, 허가신청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잔금 지급과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허가 없이 이미 마쳤는지 등을 살펴서 판단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 허가를 받을 의사가 분명히 있었고 다만 시기나 절차 문제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면 유동적 무효로 보는 쪽에 가깝습니다.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계약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나
대법원 1999. 6. 17. 선고 98다40459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계약이 이후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거나, 허가구역 지정기간이 만료되었는데도 재지정을 하지 않으면 그 계약은 확정적으로 유효로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지정 해제 전에 이미 확정적으로 무효로 된 경우는 이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판례가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허가구역 지정의 목적 자체에 있습니다. 투기적 거래 방지와 지가 급등 억제라는 공익 목적을 위해 사적자치를 제한했던 것인데, 지정이 해제되면 그 규제 근거 자체가 사라지므로 더 이상 개별 거래에 허가라는 공법적 관문을 강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확정 유효로 전환되는 시점은 지정이 해제되거나 재지정 없이 지정기간이 만료된 그 시점입니다. 별도로 법원에 확인을 구하거나 행정청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아니라, 지정 해제라는 사실 자체로 계약의 효력 상태가 바뀝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등기소나 상대방이 이 사실을 곧바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소유권이전등기를 실제로 마치려면 지정 해제 사실과 계약이 유동적 무효 상태였다는 점(허가를 배제·잠탈한 계약이 아니었다는 점)을 함께 소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거나 재지정 없이 기간이 만료되면, 유동적 무효 상태였던 계약은 그 시점부터 확정적으로 유효가 된다 — 다만 지정 해제 전에 이미 확정무효로 굳어 있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정 해제로도 살아나지 않는 예외 상황
지정 해제가 만능 구제책은 아닙니다. 앞서 본 것처럼 계약이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으로 체결됐다면, 그 계약은 체결 시점부터 확정무효였으므로 지정 해제로 되살아날 여지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정이 해제되기 전에 어느 한쪽이 협력의무의 이행을 명백히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해 계약이 이미 확정적 무효로 굳어버린 경우에도, 그 이후 지정이 해제되더라도 이미 무효로 확정된 계약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논리적 귀결입니다. '유동적' 무효라는 이름 그대로, 확정무효로 굳기 전 단계에서만 지정 해제라는 사건이 계약을 유효 쪽으로 밀어줄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지점은 재지정입니다. 지정이 해제됐다가 같은 구역이 다시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는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지정 해제로 이미 확정 유효가 된 계약은 그 이후 재지정이 되더라도 이미 확정된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대로 지정 해제 시점과 재지정 시점 사이의 간격이 매우 짧아 그 사이에 계약이 체결된 경우라면, 계약 체결 시점에 실제로 허가구역이 아니었는지를 정확히 따져야 하므로 지정·해제·재지정의 각 고시일자를 문서로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 — 지정 해제와 무관하게 계속 무효.
지정 해제 전 상대방이 협력의무 이행거절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계약 — 이미 확정무효로 굳어 지정 해제로도 회복 안 됨.
지정 해제로 이미 확정 유효가 된 계약 — 이후 재지정되어도 영향 없음.
해제·재지정 사이에 체결된 계약 — 계약 체결일 기준 허가구역 해당 여부를 고시일자로 직접 확인 필요.
확정 유효로 전환된 뒤 당사자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
계약이 확정 유효로 전환되면, 그때부터는 허가라는 관문 없이 계약상 권리를 그대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은 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매도인도 매수인에게 잔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동적 무효 상태에서는 이런 이행청구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다만 확정 유효로 전환됐다고 해서 계약 내용이 자동으로 이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상대방이 등기 이전에 협조하지 않으면 결국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으로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단계에서 실무적으로 챙겨야 할 자료는 계약서 원본, 계약 체결일, 허가구역 지정·해제·재지정 고시 내역, 그리고 계약이 유동적 무효 상태였을 뿐 허가 배제·잠탈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정황(허가신청을 시도했던 기록, 실제 거래대금과 신고금액의 일치 등)입니다. 시간이 오래 지난 계약일수록 관련 증빙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므로, 지정 해제 소식을 접했다면 뒤로 미루지 말고 관련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등기 실무에서는 지정 해제만으로 곧바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도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법원은 계약 체결 경위, 대금 지급 내역, 당사자들이 그동안 허가를 받으려는 태도를 실제로 보였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피므로, 계약 체결 이후 오간 연락과 대금 지급 자료를 시계열로 정리해 두면 소송 단계에서 훨씬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다투는 지점 — 해제 시점과 계약 성격의 증명
이 유형의 분쟁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지정 해제 또는 재지정 불이행이 정확히 언제 발생했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의 계약이 유동적 무효였는지 아니면 확정무효였는지입니다. 첫 번째는 관보나 시·도 고시를 확인하면 비교적 명확히 정리되지만, 두 번째는 계약 체결 당시의 정황 증거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도인 측은 애초에 허가받을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확정무효를 내세우고, 매수인 측은 허가를 받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유동적 무효와 지정 해제에 따른 확정 유효를 주장하는 구도가 흔합니다.
이런 다툼에서는 계약 체결 전후의 문자메시지·통화 녹취·중개업소 상담 기록처럼 당사자의 실제 의사를 보여주는 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잔금 지급과 목적물 인도가 허가 없이 이미 완료됐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허가 없이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면 이는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할 의도였다는 정황으로 읽힐 여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잔금 지급을 허가 완료 시점까지 유보해 두었다면, 이는 당사자들이 애초부터 적법한 절차를 예정하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개업소를 통해 계약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중개업소가 보관한 상담 이력도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계약 당시 중개업소가 허가구역이라는 사실을 고지했는지, 허가 신청 절차를 안내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면 당사자의 허가 의사를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다면 이런 자료부터 먼저 확보해 두는 편이 이후 소송에서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곧바로 무효인가요?
A. 곧바로 확정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허가를 받을 때까지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유동적 무효 상태에 놓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라면 체결 시점부터 확정적으로 무효입니다.
Q.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계약이 자동으로 이행되나요?
A. 지정이 해제되면 계약의 효력 자체는 확정 유효로 전환되지만, 소유권이전등기나 잔금 지급 같은 실제 이행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협조하지 않으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 등으로 이행을 구해야 할 수 있습니다.
Q. 다운계약서를 써서 허가를 피한 거래도 지정 해제로 살아나나요?
A. 아닙니다.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은 처음부터 확정무효이므로, 이후 지정이 해제되더라도 유동적 무효를 거친 적이 없어 구제되지 않습니다.
Q. 상대방이 허가신청 협력의무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협력의무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협력의무 이행을 명백히 거절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 시점부터 계약이 확정적 무효로 전환될 수 있어, 방치보다는 빠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Q. 지정 해제 이후 같은 구역이 다시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 예전 계약은 어떻게 되나요?
A. 지정 해제로 이미 확정 유효가 된 계약은 그 이후 재지정이 있어도 이미 확정된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해제와 재지정 사이의 짧은 기간에 체결된 계약이라면 정확한 계약 체결일과 고시일자를 대조해 확인해야 합니다.
Q. 유동적 무효 상태에서 이미 지급한 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면 지급된 계약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정 해제 등으로 확정 유효가 되면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일부로 그대로 유지되고 반환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맺음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는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던 계약에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모든 무허가 계약을 구제해 주는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허가를 배제·잠탈할 목적이었는지, 지정 해제 전에 이미 협력의무 거절 등으로 확정무효가 됐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허가구역에서 풀렸으니 우리 계약도 이제 유효'라고 단정하기보다, 계약 체결 당시의 정황과 지정·해제 고시일자부터 정확히 맞춰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특히 개발 기대감으로 지정과 해제가 반복되는 양평·용인 처인구 일대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 변동이 잦은 지역에서는, 지정 해제 소식만 믿고 곧바로 등기 이전을 추진하기보다 계약의 성격부터 다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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