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되면, 조사 대상은 대표이사 한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고서를 작성한 세무대리인, 장부를 정리하고 자료를 넘긴 경리직원까지 조사 선상에 오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시키는 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말이 왜 형사책임을 피하는 방어가 되지 못하는지, 조세포탈죄의 공범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글에서는 조세범처벌법과 형법총칙이 세무대리인·경리직원을 어떤 요건으로 공범으로 끌어들이는지, 그리고 실제로 지목됐을 때 무엇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조세포탈죄, 납세의무자만의 범죄가 아니다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등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포탈세액 등이 3억원 이상이면서 신고·납부해야 할 세액의 30% 이상이거나, 포탈세액 등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등의 3배 이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 금액이 더 커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8조가 적용되어, 연간 포탈세액 등이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1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여기에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이 병과됩니다.
조문만 보면 처벌 대상이 납세의무자 한 사람처럼 읽히지만, 실제 조세포탈은 혼자 완성되지 않습니다. 매출을 누락하려면 그 사실을 장부에서 지우는 손이 필요하고, 가공경비를 만들려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이를 신고서로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는 세무대리인의 손을 거칩니다. 조세포탈이라는 범죄가 대표이사 혼자만의 결단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실행행위가 이어져야 완성되는 구조라는 점이, 세무대리인과 경리직원이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의 출발점입니다.
조세포탈죄의 처벌 대상은 조문상 납세의무자를 중심으로 규정돼 있지만, 실제 실행행위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므로 그 실행에 관여한 사람 모두가 처벌 대상에서 자동으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형법총칙의 공범 규정이 조세범처벌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세범처벌법은 형법총칙의 적용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습니다. 조세범처벌법 제20조가 배제하는 것은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경합범 가중 시 벌금 병과에 관한 제한 규정)뿐이고, 공동정범·교사범·방조범을 정한 형법총칙의 공범 규정은 그대로 살아 적용됩니다. 즉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때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 제31조의 교사범(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 제32조의 방조범(정범의 형보다 감경)이 조세포탈 사건에도 원칙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구조가 실무에서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세무대리인이 스스로 가공의 경비 항목을 고안해 신고서에 반영했다면 공동정범으로, 대표이사의 결정을 그대로 실행하면서도 그 위법성을 인식하고 신고서 작성이라는 실행행위를 도왔다면 방조범으로 평가될 여지가 각각 생깁니다. 경리직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부 조작이라는 실행행위 자체를 직접 담당했는지, 이미 조작된 자료를 단순히 전달만 했는지에 따라 공동정범과 방조범, 나아가 무혐의 사이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세무대리인이 걸리는 두 갈래 — 제9조의 고유 책임과 방조 책임
세무대리인에게는 조세포탈죄의 공범 여부와 별도로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이 정한 고유의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할 목적으로 타인의 조세에 관하여 거짓으로 신고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입니다. 이는 조세범처벌법 제3조의 조세포탈죄와는 별개의 구성요건으로, 세무대리인이라는 지위 자체를 전제로 한 처벌 규정입니다.
문제는 이 두 책임이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세무대리인이 납세의무자의 조세포탈 범행 자체에 형법상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가담했다고 평가되면, 제9조 위반과는 별도로 제3조 위반의 공범으로도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매출 누락분을 알면서도 장부에서 제외하고 신고서를 작성한 경우, 가공세금계산서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그대로 신고에 반영한 경우, 허위 경비 자료를 확인 없이 그대로 인정해 세액을 축소시킨 경우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유형입니다.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 세무대리인 고유의 거짓신고죄,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형법상 공동정범·방조범 — 납세의무자의 조세포탈(제3조)에 실행 가담·조력한 경우 별도로 성립 가능.
두 책임은 배타적이지 않고, 실행 가담 정도와 인식 내용에 따라 함께 성립하거나 하나만 성립.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 방어가 되지 않는 이유 —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한 방조의 고의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의 실행을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인식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3928 판결은 금지금(금괴)을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이른바 폭탄업체로부터 매입해 수출한 사업자에게 방조범을 인정하면서, 방조범이 성립하는 데 필요한 정범의 고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까지 인식할 필요 없이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으로 충분하고, 정범이 누구인지 확정적으로 인식할 필요도 없다는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주도하거나 핵심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조세포탈 사실을 알면서도 시세보다 싼 금지금을 대량으로 매입해 수출하는 통상의 사업행위를 계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조범 책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 법리를 세무대리인·경리직원의 사안에 대입하면,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대표님이 시켜서 그냥 처리했다"는 진술 자체가 오히려 미필적 인식을 스스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읽힐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실행행위를 직접 하지 않고 결재나 승인, 묵인만 했더라도 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공모공동정범의 법리를 확립한 대법원 1971. 4. 30. 선고 71도496 판결은 범죄행위를 공모한 후 그 실행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공모자가 분담해 실행한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실행행위를 누가 손으로 했는지가 아니라, 조작된 자료라는 사실을 언제 어느 수준으로 인식했는지에 있습니다.
방조범 성립에 필요한 정범의 고의는 구체적 내용까지 알 필요 없이 미필적 인식·예견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 "몰랐다"가 아니라 "확신은 없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수준의 인식만으로도 방조의 고의는 인정될 수 있다.
경리직원의 책임 범위 — 어디까지 업무이고 어디부터 가담인가
경리직원의 통상적인 업무, 즉 전표 입력, 세금계산서 수수 내역 정리, 급여 관련 자료 취합, 신고자료를 세무대리인에게 전달하는 행위 자체는 그 자체로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매출 누락, 가공경비 계상, 이중장부 작성처럼 조작 행위 자체에 직접 관여하거나, 그 조작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면서도 자료를 그대로 넘긴 경우입니다.
가령 대표이사가 별도 계좌로 매출대금 일부를 받아 회사 장부에서 빼라고 지시했고, 경리직원이 그 지시대로 이중장부를 작성해 축소된 매출자료를 세무대리인에게 넘겼다면, 이는 조세포탈의 실행행위인 장부 조작을 직접 분담한 것으로 평가되어 공동정범으로까지 이어질 소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경리직원이 이미 축소된 형태로 넘어온 자료를 회계프로그램에 그대로 입력하고 조작 여부를 알 방법이 없었다면, 방조의 고의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결국 같은 "장부 정리"라는 표현 안에서도 실제로 누가 조작을 실행했는지, 조작 사실을 인식할 만한 위치에 있었는지가 형사책임의 분기점이 됩니다.
경리직원의 형사책임을 가르는 것은 "장부를 만졌는가"가 아니라 "조작을 실행했는가, 조작임을 알 만한 위치에 있었는가"다.
법인도 함께 처벌된다 — 양벌규정의 구조
조세범처벌법 제18조는 법인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조세범처벌법 위반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해당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면 처벌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 구조가 갖는 실무적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리직원이나 세무대리인 개인의 형사책임과 별개로 회사 자체도 벌금형이라는 별도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 입장에서 내부통제·주의감독 체계를 갖췄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방어수단이 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개인이 방조나 공동정범 책임을 지는지 여부는 법인이 처벌받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법인이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의 공범 성립을 곧바로 뒷받침하지는 않습니다.
세무조사에서 형사절차로 — 조세범칙조사와 고발
국세청이 일반 세무조사를 진행하던 중 조세포탈 혐의가 구체적이고 명백하다고 판단하면, 조사는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됩니다. 이 단계부터는 사전 통지 없는 압수수색을 포함해 형사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집니다. 조세범칙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세무관서는 통고처분(벌금·과료 상당액 등의 납부를 통고)이나 조세범 처벌절차법 제17조에 따른 고발 중 하나로 사건을 처리합니다. 통고처분을 받고도 정해진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혐의가 중대해 통고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고발되어 사건이 정식 형사절차로 전환됩니다.
이 단계에서 세무대리인이나 경리직원도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진술조서, 업무 이메일, 메신저 대화 내역은 이후 미필적 인식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로 쓰입니다. 공소시효는 조세범처벌법 위반이 원칙적으로 7년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고액 포탈 사건은 10년이며, 이 기준은 정범뿐 아니라 공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공범으로 지목됐을 때의 대응 — 방조 고의를 부인하는 방법
수사기관이 세무대리인이나 경리직원을 공범으로 지목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업무가 통상적인 업무 범위 안에 있었는지입니다. 업무분장표, 결재라인, 지시가 담긴 이메일이나 메신저 기록은 스스로 독자적인 판단 여지 없이 상급자의 지시만을 따랐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회계기준이나 세법상 통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는 근거, 세무대리인이라면 납세자가 제공한 자료를 통상적인 신뢰 범위 안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에 유리합니다.
조사 초기 단계의 대응도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방조의 고의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으므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그대로 방조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조세범칙조사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역할과 인식 범위를 정확하게 진술하고, 섣부른 포괄적 인정 진술을 피하는 것이 이후 형사절차에서의 방어 가능성을 넓히는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세무대리인이 대표가 준 자료 그대로 신고서만 작성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세무대리인이 자료의 허위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통상적인 신뢰 범위 내에서 신고서를 작성했다면 방조의 고의 자체가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매출 누락이나 가공경비가 외관상 뚜렷했는데도 별다른 확인 없이 그대로 반영했다면 미필적 인식이 인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Q. 경리직원이 월급만 받고 시키는 대로 장부를 정리했다면 방조범이 되나요?
A. 단순 입력 업무를 넘어 매출 누락이나 이중장부 작성 같은 조작 행위를 직접 실행했다면 방조를 넘어 공동정범으로도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작 사실 자체를 몰랐고 알 방법도 없었다면 고의가 없어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Q. 조세범처벌법 제9조 위반과 조세포탈 공범, 둘 다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제9조는 세무대리인 고유의 거짓신고 책임을 규정한 별개의 구성요건이고, 형법상 공범 책임은 조세범처벌법 제3조 위반에 대한 것이어서 사실관계에 따라 두 죄가 함께 성립하거나 하나만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행 가담 정도와 인식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Q. 세무조사 단계에서 진술을 잘못하면 불리해지나요?
A. 조세범칙조사 단계의 진술조서는 이후 형사절차에서 핵심 증거로 활용되므로, 자신의 역할과 인식 범위를 정확히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섣불리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진술은 미필적 고의를 자인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Q. 회사가 조세포탈로 처벌받으면 세무대리인이나 경리직원도 자동으로 처벌되나요?
A. 양벌규정은 법인과 행위자를 별도로 처벌하는 구조여서, 법인 처벌과 개인의 공범 성립 여부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개인이 방조나 공동정범에 해당하는 고의와 행위 분담을 갖췄는지는 따로 입증돼야 합니다.
Q. 조세포탈 공범 혐의의 공소시효는 얼마나 되나요?
A. 조세범처벌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7년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고액 포탈 사건은 10년입니다. 이 기준은 정범뿐 아니라 공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맺음말
조세포탈죄는 조문상 납세의무자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실제 처벌의 경계는 그보다 훨씬 넓게 그려집니다. 형법총칙의 공동정범·방조범 규정이 조세범처벌법에도 원칙 그대로 적용되고, 방조의 고의는 확신에 가까운 인식이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세무대리인과 경리직원이 "지시받아 처리했을 뿐"이라는 말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관건은 자신이 맡은 업무가 통상적인 범위 안에 있었는지, 조작된 자료라는 사실을 인식할 만한 위치에 있었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소명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수원·경기남부 관할에서 조세범칙조사가 수원지검 고발로 이어지는 사건에서는 세무대리인이나 경리직원도 초기 조사 단계부터 참고인을 넘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는 만큼, 조사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자신의 역할과 인식 범위를 정리해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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