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사례] 명예훼손 무죄 변론 전략과 법원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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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례] 명예훼손 무죄 변론 전략과 법원 판단 

안영진 변호사

무죄

대****

1. 서설

사건을 처음 만난 순간이 생각납니다. 2025년 초여름, 의뢰인 A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두툼한 고소장 사본을 든 채 찾아왔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그냥 레퍼런스 체크 해준 것뿐인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습니다.”A씨는 20년 경력의 업계 전문가였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B씨가 연락해 자기 친구인 F 대표 회사로 이직하려는 D를 물었고, A씨는 우연히 들은 소문이 떠올라 답했습니다. “D가 전 직장에서 법인카드 문제로 소송 준비 중이라는 말이 있더라. 확실하지 않으니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이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피고인 → B → F → D → C’ 순으로 흘러갔고, D와 전 상사 C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사건 기록을 검토하면서 명예훼손의 본질을 다툴 지점이 보였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명확히 가르는 기준인 전파 가능성과 고의 문제였습니다. 사건을 맡아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을 하나씩 해체했습니다.

2. 변론 전략과 법원 판단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공연성, 사실의 적시, 고의라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저는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법리에 따라 논리를 세웠습니다.

첫째, 공연성과 전파가능성을 다퉜습니다. 명예훼손죄에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대법원은 단 한 사람에게 말했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해 왔습니다.검찰은 “A씨가 B씨에게 말했고 B씨가 F에게 전달했으니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저는 이 논리를 피하지 않고 전파가능성을 인정할 때 필요한 주관적 요소를 파고들었습니다.

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도5622 판결은 전파가능성으로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며, 전파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법정에서 저는 이렇게 변론했습니다. A씨가 B씨에게 한 말은 F 대표에게 전달된 뒤 멈췄습니다. F 대표는 이직 예정자의 평판을 확인해야 하는 채용 담당자로, 해당 정보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인입니다. A씨가 이 발언이 F 대표를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것이라 예상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씨에게는 전파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위험을 용인할 의사도 없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고의 여부입니다. 명예훼손죄는 상대방 명예를 떨어뜨리는 발언을 했다는 결과만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명예를 훼손하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017 판결은 명예훼손 사실을 발설한 경위가 확인 요구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발설 내용과 동기에 비추어 명예훼손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A씨는 스스로 D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습니다. B씨의 물음에 기억나는 소문을 전달하며 확인해 보라고 조언했을 뿐입니다. A씨는 D와 같은 회사에서 일한 적도,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어 명예를 훼손할 동기 자체가 없었습니다.

셋째, 구체적 사실 적시 여부입니다. A씨는 B씨에게 법인카드 문제로 소송 준비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을 뿐, 언제 어디서 얼마를 유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B씨 역시 F에게 전달하며 확인해 보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주의 환기 차원에서 전달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저의 변론 논리를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E와 F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동종 업계에 속하고 피고인과 B, F의 관계를 볼 때 업계에서 이직자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는 관행이라고 보았습니다. A씨 발언을 소문 유포가 아닌 업계 관행에 따른 정보 제공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전파 범위 역시 피고인이 B에게 한 말이 F 한 명에게만 전달되었고, F는 레퍼런스 체크 대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특정인이므로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되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과 D는 소속 회사가 다르고 서로 모르는 사이여서 D의 명예를 훼손할 동기가 없었다며 고의를 부정했습니다.

3. 이번 사건의 의미와 경과

이번 판결은 전파가능성이 무제한으로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전달 범위가 특정인에 국한되고 그 특정인이 정보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다면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파로 볼 수 없습니다.

인사 실무에서 필수적인 레퍼런스 체크 절차도 보호받을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적절한 절차와 의도를 갖춘 평판 조회 대화는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판결입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확정된 사실처럼 단정하거나,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만들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했다면 결론은 달랐을 것입니다.‘질문에 대한 응답’이라는 법리도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수동적으로 답변한 행위와 능동적으로 유포한 행위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이런 순간을 맞이할 때 일의 보람을 느낍니다. 억울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법리에 맞춰 사건을 분석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면 법원에서 진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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