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횡령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된 분들 중 상당수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피해금을 전액 갚으면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라는 질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변호사 상담 현장에서도 변제와 공탁을 통해 형량을 낮추려는 문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다 갚았으니 이제 문제없는 것 아니냐”, “피해자한테 돈을 보냈으니 재판까지 갈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이 진행되면 전액을 변제하고도 실형을 선고받거나, 반대로 절반도 안 갚았는데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를 보고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변제의 ‘효과’가 생각보다 정교한 기준에 따라 갈리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들은 피해 회복이 죄의 성립 여부와는 무관하지만,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득액이 큰 사건일수록 변제 여부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전액 변제가 횡령죄 양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득액 구간별 형량 기준과 함께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액 변제해도 횡령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변제는 죄의 성립을 지우지 못하고,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만 참작되는 사유입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저지른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이 범죄는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외부로 표현된 시점에 이미 완성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거나 “실제로 다 갚았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 이미 성립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다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제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죄의 성립 여부와 형을 정하는 양형 단계는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변제는 후자, 즉 형량을 정하는 단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참작 사유로 작동합니다.
전액 변제는 무죄 사유가 아니라, 이미 성립한 범죄에 대한 형을 낮추는 참작 사유입니다.
2. 이득액 구간에 따라 권고되는 형량의 폭 자체가 달라집니다
변제 효과를 가늠하려면 먼저 내 사건이 어느 이득액 구간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은 이득액 규모에 따라 감경·기본·가중 영역의 권고 형량 범위를 따로 정해 두고 있습니다. 이득액 1천만원 이하는 감경 시 4월~1년4월, 기본 10월~2년6월이고, 1천만원~5천만원 구간은 감경 6월~2년, 기본 1년~3년, 가중 2년~5년입니다. 5천만원~5억원 구간은 감경 1년6월~3년, 기본 2년~5년, 가중 3년~6년으로 올라갑니다.
이득액이 5억원을 넘어서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함께 적용됩니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 하한이 됩니다. 양형기준 자체도 5억~30억원 구간은 감경 2년6월~5년, 기본 4년~7년, 30억원 초과는 감경 4년~7년, 기본 5년~8년으로 이득액이 커질수록 감경 영역의 하한조차 함께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즉 변제로 얻을 수 있는 감경의 폭은 정해진 상수가 아니라, 애초에 내 사건이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에 따라 출발선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3. 절반만 갚아서는 부족하고,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손해액의 3분의 2 이상을 회복시켜야 특별감경인자로서 힘을 갖습니다.
양형기준은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인자로 명시하면서,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려면 손해액의 상당 부분, 대체로 3분의 2 이상이 회복되었거나 회복이 확실시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봅니다. 전액을 변제한 경우가 가장 강력하게 인정되고, 절반에 못 미치는 일부 변제는 감경 폭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돈을 법원에 공탁한 경우도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그 공탁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피고인이 나중에 공탁금을 되찾아갈 여지가 있는지, 피해의 성격과 규모는 어떠한지를 재판부가 함께 살펴 실질적인 회복인지를 판단합니다. 실제로 하급심 판례에서도 이런 사정이 형을 정하는 데 직접 반영된 사례가 있습니다.
피고인이 원심에서 피해 회복을 위해 피해 법인을 피공탁자로 하여 5억원을 공탁하였고, 피해 전보에 부족한 부분은 자신의 채권으로 정산하겠다고 다짐한 점 등을 참작하여 원심의 형을 감경한다(광주고등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노11 판결).
이 사건에서는 공탁과 정산 계획이 인정되어 피고인들의 형이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낮아졌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액수가 애매한 일부 변제나 진정성이 의심되는 공탁만으로는 이 정도의 감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손해액을 전액, 최소한 3분의 2 이상 회복시켜야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서 감경의 문턱을 넘습니다.
4. 이득액 5억원 이상 사건은 변제 없이는 집행유예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허용되는데, 특경법 하한이 이미 3년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하는 경우에 한해,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법정형 하한 자체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다시 말해 아무런 감경 사유 없이 법정형 그대로 선고형이 정해진다면 최소 3년이 되어, 애초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문턱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이 문턱을 넘으려면 법관의 재량에 따른 작량감경이나 앞서 본 특별감경인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액 변제, 즉 실질적 피해 회복이라는 특별감경인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별감경인자가 2개 이상이거나 특별감경인자가 특별가중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권고 형량범위의 하한을 1/2까지 낮출 수 있는데, 전액 변제에 더해 처벌불원(합의)이나 초범 등의 사정이 함께 인정되면 선고형을 3년 미만으로 끌어내려 집행유예 가능성 자체를 열 수 있습니다.
결국 5억원 이상 사건에서 변제는 형을 ‘조금’ 깎아주는 정도가 아니라,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문턱을 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5. 변제는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언제 갚느냐에 따라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무게가 달라집니다.
변제나 공탁은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고소 전 또는 수사 초기에 이루어진 변제는 재범 방지 의지와 반성의 진정성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반면, 재판이 임박해서야 이루어진 변제는 형을 낮추려는 목적으로만 비칠 위험이 있습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와 변제는 법적으로 별개의 감경 요소이지만, 두 가지가 함께 인정될 때 감경의 폭이 가장 크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피의자·참고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변제나 공탁은 이 각 단계마다 별도로 재판부·수사기관에 자료로 제출해야 그 효과가 인정됩니다.
피해금을 갚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서두르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통장 거래내역과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한 손해액(이득액)을 먼저 산정합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변제할지, 피해자와 연락이 어렵거나 수령을 거부할 경우 법원에 공탁할지를 결정합니다.
변제 영수증, 계좌이체 내역, 합의서나 공탁서 등 회복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 둡니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형사 절차에 맞춰 제출 시점을 조율하면, 같은 금액을 갚더라도 양형에 반영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횡령 사건에서 변제 문제는 “돈을 갚으면 다 해결된다”는 막연한 기대와, “아무리 갚아도 소용없다”는 지나친 체념 사이 어딘가에서 혼란을 겪는 분들이 많은 영역입니다.
피해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변제·공탁이 이루어졌을 때 그 진정성과 충분성을 다투는 것이 중요하고, 변제를 통해 형을 낮추려는 입장에서는 언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갚느냐에 따라 감경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접근해야 합니다.
저는 피해 회복을 서두르는 피고인 쪽과, 변제·공탁의 진정성을 다투는 피해자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금액이라도 시점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변제 시점과 방식을 잘못 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금을 전액 갚으면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후 반환·변상 의사가 있어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전액 변제는 무죄 사유가 아니라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참작되는 감경 사유입니다.
Q. 절반만 갚아도 감경받을 수 있나요?
A. 가능하지만 감경 폭이 작습니다. 양형기준상 손해액의 3분의 2 이상을 회복해야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인정받아 특별감경인자로서 온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가 돈을 안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법원에 공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공탁만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 의견과 공탁금 회수 가능성 등을 재판부가 함께 판단해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정합니다.
Q. 이득액이 5억원 넘는 사건도 집행유예가 가능한가요?
A. 가능하지만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법정형 하한이 3년 이상이라 작량감경이나 실질적 피해 회복 같은 특별감경인자로 선고형을 3년 미만까지 낮춰야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Q. 변제와 피해자와의 합의(처벌불원)는 같은 건가요?
A. 다릅니다. 변제는 실제 돈을 회복시키는 것이고, 처벌불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입니다. 법적으로 별개의 감경 요소이며, 둘 다 인정될 때 감경 폭이 가장 큽니다.
Q. 지금 당장 변제할 돈이 없으면 불리하기만 한가요?
A. 전액을 못 갚아도 변제 계획서나 일부 변제, 정산 약정 등을 통해 회복 의지를 보여준 사례에서도 감경이 인정된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그 진정성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재판이 이미 시작됐는데 지금 변제해도 의미가 있나요?
A.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수사 초기 변제보다는 참작되는 무게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남은 절차에서 변제·공탁 자료를 최대한 신속히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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