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횡령 혐의로 수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검찰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계좌추적 결과나 자금 흐름이 어느 정도 특정되면, 소환조사 한두 번 만에 신병 확보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변제할 돈은 이미 마련해뒀으니 구속까지는 안 되겠지”, “주거지도 있고 도망갈 것도 아닌데 설마 구속하겠어”라는 생각으로 심문 준비를 소홀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이 잡히고 나면, 무엇을 어떻게 소명해야 하는지 모른 채 준비 없이 법정에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 사건에서 혐의의 소명과 구속사유를 각각 별개의 요건으로 엄격하게 심사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득액이 큰 횡령 사건일수록 범죄의 중대성이 구속 필요성 판단에 함께 고려되어 피의자 측이 준비 없이 심문에 임하면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요건,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실제로 다퉈야 할 방어 포인트, 그리고 심문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절차를 최근 법리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구속영장이 청구되려면 혐의의 소명과 구속사유가 함께 인정돼야 합니다
혐의가 무겁다고 자동으로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두 요건이 각각 갖춰져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이 원칙의 예외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별도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여기에 더해 제70조제1항이 정한 구속사유 중 하나가 있을 것을 함께 요구합니다.
여기서 상당한 이유란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계좌내역·정산자료·참고인 진술 등 객관적 자료에 비추어 그 사람이 실제로 자금을 유용했다고 볼 만한 개연성을 의미합니다. 소환조사 단계에서 이미 자금 흐름이 상당 부분 특정됐다면 이 요건은 비교적 쉽게 충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인 구속사유입니다. 혐의가 소명됐다고 해도 주거부정·증거인멸염려·도망염려 중 어느 하나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구속영장은 청구 자체가 무리이거나 심문 단계에서 기각될 수 있습니다. 실제 방어는 대부분 이 구속사유를 다투는 데 집중됩니다.
구속영장은 혐의의 소명과 구속사유라는 두 요건이 함께 인정될 때만 발부되며, 어느 한쪽이라도 무너지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2. 구속사유는 주거부정·증거인멸·도망염려이고,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까지 함께 봅니다
이득액이 클수록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어 구속 필요성 판단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은 구속사유를 ①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②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세 가지로 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이 이 사유들을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함께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횡령 사건에서는 이 제2항이 실무상 크게 작용합니다. 유용 금액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구간에 이를 정도로 크다면 그 자체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이는 구속사유 판단을 피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게 만듭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피의자를 일단 유죄라고 추정한 위에 사안의 중대성 등의 실체적 사유를 고려하여 구속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려는 입법이 아니라, 범죄의 상당한 소명을 전제로 형사절차 확보를 위한 구속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사유를 객관화하여 구체적으로 거시하고 이 기준을 통해 비례의 원칙을 확인한 규범이므로 오히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실한 조항이다(헌법재판소 2010. 11. 25. 선고 2009헌바8 결정).
즉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한다고 해서 유죄를 전제로 구속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증거인멸·도망 염려라는 기존 구속사유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뿐입니다. 따라서 방어의 핵심은 이득액의 많고 적음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없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데 있습니다.
구속사유는 주거부정·증거인멸·도망염려 세 가지이고, 범죄의 중대성은 그 판단을 돕는 요소일 뿐 별도의 구속사유가 아닙니다.
3. 이미 협조한 자료가 있다면 증거인멸·도망 염려가 낮다는 점을 적극 소명해야 합니다
심문 전 준비한 자료의 양과 질이 결과를 가릅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검사는 통상 계좌추적 결과, 압수한 장부·전산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 염려를 주장합니다. 이에 대한 방어는 이미 협조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임의제출한 계좌내역, 자진 출석한 조사 횟수, 진술 태도 등을 정리해 심문 전 변호인 의견서로 미리 제출하면 판사가 심문 당일 참고할 자료가 됩니다.
도망염려에 대해서는 재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임대차계약서나 등기부등본 등 주거·직장·가족관계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서면 자료가 핵심입니다. 소환에 성실히 응해온 이력, 여권 미소지나 자진 반납 여부까지 함께 소명하면 도망 의사가 없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는 검사와 변호인이 판사의 심문이 끝난 뒤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심문 도중에도 판사의 허가를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인이 사전에 쟁점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짧은 심문 시간 안에 발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속 전 심문의 승패는 혐의를 부인하는 데 있지 않고, 증거인멸·도망 염려가 없다는 사정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4. 유용 금액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지고, 구속 판단도 그만큼 엄격해집니다
이득액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에 들어가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함께 높아집니다.
업무상횡령죄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용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법정형이 무거워지는 구간에 들어갈수록,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이 정한 범죄의 중대성 요소가 크게 작용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집니다. 실무적으로 특경법 구간 사건에서는 소환조사 단계부터 구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이득액이 크더라도 이미 상당 부분을 변제·공탁했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진행 중이라면, 이는 구속의 필요성, 즉 비례성 판단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유용 금액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피해 회복 노력은 구속사유 판단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5. 구속영장 청구부터 심문, 결정까지는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됩니다
심문 전 며칠 안에 자료를 준비해야 하므로 미리 체크리스트를 갖춰두는 것이 좋습니다.
횡령 사건에서 구속영장 청구 절차는 통상 ①검사가 관할 검찰청(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청구 → ②법원(수원지방법원)이 심문기일을 지정해 검사·피의자·변호인에게 통지 → ③지정된 기일에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고 검사·변호인이 의견을 진술 → ④법원이 구속사유 유무를 판단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체포된 피의자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까지 심문이 이뤄집니다.
심문기일과 청구 사이의 시간이 짧기 때문에, 통보를 받은 즉시 자료를 정리하지 않으면 준비 없이 심문에 임하게 됩니다.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직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임대차계약서 등 주거와 직장, 가족관계의 안정성을 보여줄 서면 자료를 확보합니다.
계좌내역·정산자료 등 수사기관에 이미 임의제출했거나 협조한 자료 목록을 정리해 증거인멸 우려가 낮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변제 계획서나 공탁 진행 상황 등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줄 자료를 준비해 구속 필요성(비례성) 판단에 참작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인이 심문 전 의견서를 제출하고 심문 당일 쟁점을 압축해 진술한다면, 짧은 심문 시간 안에도 실질적인 방어가 가능합니다.
마치며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통보를 받으면, 짧은 시간 안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속을 앞둔 피의자 입장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증거인멸·도망 염려가 없다는 사정을 구체적 자료로 소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피해 회복을 기다리는 피해자 입장에서도, 신병 확보 여부와 별개로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준비해두는 것이 실질적인 회수에 유리합니다.
저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측 심문 대응과, 반대로 신속한 신병 확보를 요청하는 고소인 측 대리를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심문 전 며칠의 준비가 결과를 가르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구속 전 심문은 다시 기회가 오지 않는 절차입니다. 준비할 시간이 남아있는 지금,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속영장 청구 통보를 받으면 무조건 구속되나요?
A. 아닙니다. 혐의의 소명과 별개로 구속사유(주거부정·증거인멸·도망염려)가 인정돼야 하며, 심문에서 이 사유가 없다는 점을 소명하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Q.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불리해지나요?
A. 혐의 자체에 대한 진술거부만으로 불리하다고 단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구속사유에 관한 소명(주거·가족관계·도주 의사 없음 등)까지 거부하면 판단 자료가 부족해질 수 있어, 이 부분은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변호인이 없으면 심문을 받을 수 없나요?
A. 변호인이 없는 피의자에게는 지방법원판사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므로 변호인 없이 심문이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국선변호인은 기록을 준비할 시간이 짧으므로, 가능하다면 사선 변호인을 미리 선임해두는 것이 방어에 유리합니다.
Q. 심문 결과는 언제 나오나요?
A. 법으로 정해진 기한은 없지만, 실무상 심문 당일 또는 다음날 안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이미 피해금액을 변제했으면 구속을 피할 수 있나요?
A. 변제·공탁 여부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지만, 구속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불법영득의사 자체를 부정하는 사유는 아니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Q.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다시는 청구되지 않나요?
A. 동일한 사정만으로는 재청구가 쉽지 않지만, 새로운 증거나 사정변경이 있으면 다시 청구될 수 있습니다. 기각됐다고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므로 불구속 상태에서도 수사 대응은 계속 준비해야 합니다.
Q. 체포적부심사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체포적부심사는 체포된 피의자가 체포의 적법성을 다퉈 석방을 구하는 절차이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판사가 구속사유 유무를 심리하는 절차입니다. 적용되는 국면과 심사 대상이 서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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