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기소 후 회계자료 열람등사, 어디까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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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기소 후 회계자료 열람등사, 어디까지 볼까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회사나 조합 자금을 둘러싼 횡령 사건에서, 기소가 된 이후에도 검찰이 확보한 회계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많은 의뢰인분들이 “기소가 됐으니 검찰이 가진 자료는 당연히 다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이 회계자료 중 일부만 열람등사를 허용하거나, 관련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상당 부분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권을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으로 보고,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위헌·위법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횡령 사건으로 기소된 이후 회계자료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는 범위와 절차, 그리고 검사가 거부했을 때 대응 방법을 최근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기소 후 회계자료도 자동으로 열람되는 것이 아니라 정식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열람등사는 권리이지만,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청 절차를 통해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공소가 제기된 이후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에게 그 사건에 관해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 또는 물건의 목록, 그리고 공소사실의 인정 또는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류등의 열람·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서류·물건에는 압수된 회사 회계장부, 계좌 거래내역, 세금계산서, 전자회계프로그램에 저장된 거래 데이터, 회계 감정서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횡령 사건에서는 이런 자료가 곧 공소사실, 즉 얼마를 어떻게 유용했는지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이기 때문에 그 열람등사 범위가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등의 목록 자체는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항목입니다. 목록을 보지 못하면 애초에 무엇을 신청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목록 열람등사는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의 출발점이 됩니다.

열람등사는 기소만으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직접 신청해야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2. 검사가 증거로 쓸 자료뿐 아니라 공소사실 인정·양형에 영향 줄 수 있는 자료까지 폭넓게 열람등사 대상이 됩니다

범위를 가르는 기준은 검사가 증거로 신청했는지가 아니라 사건과의 관련성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검사가 실제로 법정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만 열람등사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의 대상은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등 전체이고, 공소사실의 인정 또는 양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면 검사가 이를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와 무관하게 신청 대상이 됩니다.

횡령 사건이라면 기소된 유용액을 산정하는 데 사용된 전체 거래내역, 감정인이 유용액을 계산한 근거자료, 피해 회사 측 진술을 뒷받침하는 회계자료 원본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공소장에 적시된 금액과 원본 회계자료를 직접 대조해야만 산정 근거의 오류나 이중 계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검사는 국가안보, 증인 보호, 증거인멸 우려,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한 방해 우려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검사는 그 이유를 지체 없이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막연히 수사 편의나 업무 부담을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등사권은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의 중요한 내용이자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이 되므로, 검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헌법재판소 2010. 6. 24. 선고 2009헌마257 결정).

즉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는 단순한 수사 재량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놓고 헌법상 기본권 침해 여부까지 다투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검사가 증거로 쓸 자료로 한정하지 않고, 공소사실 인정이나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회계자료라면 폭넓게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3. 검사가 거부하거나 일부만 보여주면 법원에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검사의 거부는 끝이 아니라,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의 시작일 뿐입니다.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하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따라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법원에 열람등사를 허용해 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검사의 결정에 그대로 순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검사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준 다음, 열람등사를 허용할 서류등의 범위와 시기, 방법을 지정해 결정합니다. 회계자료처럼 분량이 방대하거나 제3자의 개인정보·영업비밀이 섞여 있는 경우, 법원은 전부 공개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지정해 열람등사를 허용하거나 일부를 마스킹하는 방식으로 절충하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검사가 처음부터 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포괄적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포괄적 거부는 법원 신청 단계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부 사유가 특정되지 않으면 법원도 그 정당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회계자료 열람등사를 거부하거나 범위를 좁혀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별도로 그 당부를 다툴 수 있습니다.


4. 검사가 법원의 허용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그 회계자료를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열람등사를 막은 대가는 검사 스스로 그 자료를 재판에서 쓰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은 검사가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서류등이나 그 서류와 관련된 증인에 대해 증거로 신청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회계자료가 유용액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인 횡령 사건에서 이 조항은 상당히 실효적인 무기가 됩니다.

즉 검사가 회사 회계자료 원본이나 감정서의 계산 근거자료에 대한 열람등사를 계속 거부한 채 그 자료로 산정된 유용액만 공소사실로 유지하려 한다면, 변호인은 법원 결정 불이행을 근거로 그 자료에 기반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제재는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이 법원의 허용 결정과 검사의 불이행 사실을 명확히 정리해 재판부에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실제로 작동합니다. 결정문과 이행 여부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5. 회계자료 열람등사 신청부터 법원 결정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신청 시점과 사유 정리가 이후 법원 신청의 성패를 가릅니다.

회계자료 열람등사는 통상 ①공소제기 후 변호인이 검사(수원 관내 사건이라면 수원지방검찰청)에게 서류등목록 교부 및 열람등사를 서면으로 신청 → ②검사가 지체 없이 허용 여부와 범위를 검토해 통지하되, 거부·제한 시 그 사유를 서면으로 밝히는 단계 → ③검사의 거부·제한에 불복하면 법원(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법원)에 열람등사 허용 신청을 하고, 법원이 검사의 의견을 들은 뒤 범위·방법을 정해 결정하는 단계 → ④검사가 법원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자료에 대한 증거신청이 제한되는 단계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회계자료처럼 분량이 많고 전문적인 자료일수록, 신청 초기에 무엇을 어떤 이유로 확인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두는 것이 이후 검사·법원 단계 모두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1. 공소장에 기재된 유용액의 산정 근거가 무엇인지(회계장부, 계좌내역, 감정서 중 어느 것인지) 먼저 특정합니다.

  2. 검사에게 서류등목록 열람등사를 신청해 검찰이 보관 중인 회계자료의 전체 범위를 확인합니다.

  3. 거부·제한 통지서를 받으면 그 사유가 국가안보·증인보호·증거인멸·수사방해 등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법원 신청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회계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면, 검찰이 산정한 유용액에 오류나 이중 계상이 없는지 구체적으로 다툴 수 있고 필요하다면 별도의 회계 감정을 통해 방어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횡령 사건은 기소가 되고 나면 이미 승부가 갈렸다고 생각해, 회계자료 확인 같은 절차적 권리 행사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계자료를 통해 억울함을 밝히려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검사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유용액을 산정했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해야 방어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회사·고소인 입장에서도 영업비밀이나 임직원 개인정보가 담긴 회계자료가 필요 이상으로 넓게 공개되지 않도록, 열람등사 범위를 다투는 절차에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횡령 사건에서 회계자료 열람등사를 신청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피고인 측과, 반대로 회계자료 유출을 우려하는 고소인·회사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떤 자료를 어떤 시점에 확보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회계자료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방어권의 절반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그 절차를 제대로 밟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소되기 전, 수사 단계에서도 회계자료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의 열람등사 신청권은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 발생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피의자신문조서 등 일부를 제한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검사가 보관한 회계자료 전반에 대한 열람등사는 기소 이후 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검찰이 압수한 회계장부 원본이나 전자회계 데이터도 열람등사 대상인가요?

A. 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의 대상은 서류뿐 아니라 물건도 포함하므로, 압수된 회계장부 원본이나 전자회계프로그램에 저장된 거래 데이터도 공소사실 인정·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열람등사 신청 대상이 됩니다.

Q. 검사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회계자료 전체를 거부할 수 있나요?

A. 개인정보 보호만으로 전체를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개인정보 부분만 마스킹해 나머지를 열람등사하도록 절충되는 경우가 많고, 전체 거부가 정당화되려면 법이 정한 구체적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Q. 법원에 열람등사 신청을 하면 재판이 늦어지나요?

A. 결정까지 일정 기간이 걸릴 수 있지만, 방어권 행사를 위한 필수 절차인 만큼 지연 자체를 이유로 신청이 제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신청 시점을 미루면 준비 기간이 줄어들 수 있어 되도록 기소 직후 빠르게 검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변호인 없이 본인이 직접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나요?

A. 피고인 본인도 신청할 수 있지만, 어떤 자료가 공소사실 인정·양형에 영향을 미치는지 특정하고 거부 사유의 정당성을 법리적으로 다투는 과정이 까다로워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법원이 열람등사를 허용했는데 검사가 계속 자료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 제5항에 따라 검사가 법원의 허용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자료나 관련 증인에 대해 증거로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변호인은 이를 근거로 재판부에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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