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몸에 이상이 생겨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오진이나 처치 지연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사고를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고를 당한 군인이나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하면, "군인은 국가배상을 못 받는다"는 이야기부터 듣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헌법과 국가배상법에 실제로 있는 이중배상금지 조항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조항의 요건을 정확히 따져보면 모든 군 의료사고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이중배상금지 조항이 실제로 어떤 요건 아래에서만 작동하는지, 군 의료사고가 그 요건에 걸리는 경우와 걸리지 않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군의관의 진료도 '공무원의 직무집행'이다 — 국가배상 청구권의 성립 요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군의관, 군병원 소속 간호장교·의무병 등도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이상, 이들의 진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 역시 원칙적으로 이 조항이 적용되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해당합니다. 민간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와 마찬가지로, 진단·처치·투약·상급병원 전원 결정 등 진료의 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과실 판단의 핵심이 됩니다.
국가배상 청구가 인정되려면 (1) 공무원의 직무집행 중 행위일 것 (2)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을 것 (3) 법령 위반, 즉 위법성이 있을 것 (4)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을 것 (5)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다섯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군 의료사고에서는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요건, 즉 군의관이 그 상황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증상에 비추어 상급병원 전원이나 정밀검사를 미룬 판단이 합리적 재량 범위 안이었는지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술이나 수술 전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즉 설명의무를 다했는지도 별도의 과실 사유로 함께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직무관련성 — 진료행위가 군의관의 정상적인 직무 범위 안에서 이루어졌을 것.
고의·과실 — 그 상황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위법성 — 진단·처치·전원 판단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손해와 인과관계 — 과실과 악화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군의관의 진료행위도 국가공무원의 직무집행이므로, 그 과정의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본문에 따라 원칙적으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
'군인은 배상 못 받는다'는 말의 근거 — 이중배상금지 조항
헌법 제29조 제2항은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 외에 국가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헌법 조항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군인은 국가배상을 못 받는다'는 통념은 이 단서 조항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위험한 직무에 종사하는 군인 등에게 국가유공자 보상이라는 별도의 사회보장체계를 마련해 둔 이상, 같은 손해를 두고 국가배상까지 이중으로 지급하면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3헌바22, 2015헌바147 병합 사건에서 2018년 5월 31일, 이 단서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같은 결정에서 이 조항이 1972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러 국가재정 여건이 크게 달라진 만큼, 조항의 존치 여부를 입법적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함께 밝혔습니다. 즉 조항 자체는 유효하지만, 그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해야 할 이유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스스로의 진단인 셈입니다.
이중배상금지가 실제로 걸리려면 —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조문을 그대로 뜯어보면 이중배상금지가 작동하려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이 전부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이 단서는 적용되지 않고, 통상의 국가배상 청구 요건만 갖추면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분 요건 —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예비군대원 신분일 것. 사회복무요원 등은 원칙적으로 여기 해당하지 않습니다.
인과관계 요건 — 손해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발생했을 것.
보상가능성 요건 — 국가유공자법·보훈보상대상자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을 것.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중배상금지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보상제도 자체가 없는 손해라면 세 번째 요건에서 벗어납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은 두 번째 요건, 즉 문제된 손해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군 의료사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사안마다 결론이 갈립니다. 신분 요건 역시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어서, 예비군 훈련 중 사고를 당한 예비군대원인지, 아니면 훈련 대상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부대에 출입한 사람인지에 따라 애초에 단서 적용 여부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중배상금지는 신분·인과관계·보상가능성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적용된다. 하나라도 빠지면 통상의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핵심 쟁점 —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가 '직무집행과 관련한' 것인가
법원은 군인의 부상이나 사망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말하는 '공상'·'순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그 군인이 자신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다시 말해 손해의 원인이 된 부상이나 질병 자체가 훈련·경계근무·작업 등 군 복무의 특수한 상황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이 요건이 충족됩니다. 이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쪽, 즉 배상책임을 면하려는 국가 측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대체적 태도입니다. 군 의료사고에서는 이 판단이 두 단계로 나뉩니다 — 애초의 부상·질병이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의료과실이 그 인과관계의 연장선에 있는지입니다.
사격훈련이나 유격훈련 중 입은 부상처럼 군 복무의 위험성 자체에서 비롯된 손해라면, 그 부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군의관의 처치가 잘못되어 손해가 확대되었더라도 애초의 원인이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으므로 이중배상금지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감기·장염·급성 질환처럼 군 복무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통상의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과정에서 군의관이 오진하거나 상급병원 전원을 지체해 상태가 악화된 경우라면, 그 애초의 질병 자체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손해의 직접 원인은 훈련이나 전투가 아니라 진료 과정의 과실 그 자체이므로, 이중배상금지 단서가 요구하는 인과관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상의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실제로 어떻게 갈리나 — 구체적인 적용 장면
같은 '군 병원에서 벌어진 사고'라도 애초 손해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다음과 같은 장면으로 나눠보면 판단 기준이 좀 더 선명해집니다.
사격훈련 중 낙상으로 골절 → 군의관이 부목 고정을 잘못해 신경손상이 악화된 경우: 원인이 훈련이므로 이중배상금지 적용 가능성이 높아,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인정 절차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내무생활 중 발열·복통을 호소했는데 단순 몸살로 오진, 실제로는 급성 질환이 진행돼 상태가 크게 악화된 경우: 애초 질병이 훈련·전투와 무관하므로 이중배상금지 적용이 어려워 국가배상 청구 가능성이 남습니다.
정기 신체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놓쳐 질환 발견이 늦어진 경우: 검진 자체가 직무수행의 위험성과 무관한 통상의 의료행위이므로 마찬가지로 이중배상금지 적용이 어렵습니다.
경계근무·유격훈련 등 직무수행 중 갑자기 쓰러져 이송이 지연된 경우: 원인 사건 자체가 직무수행 중 발생했으므로 인과관계 요건 충족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구분에서 중요한 것은 '군대 안에서 벌어진 사고인가'가 아니라 '애초의 부상·질병이 군 복무의 특수한 위험에서 비롯된 것인가'입니다. 장소가 군부대이고 가해자가 군의관이라는 사정만으로 이중배상금지가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인정과 배상청구를 함께 준비할 때
부상이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이라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공상군경이나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의 재해부상군경 등록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다만 이때도 국가배상법 단서가 말하는 '지급받을 수 있을 때'는 실제로 보상금을 수령했는지가 아니라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자격이 발생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즉 아직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보상금을 실제로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이중배상금지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애초의 질병·부상이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어 국가유공자 등록 자체가 어려운 사안이라면, 국가배상 청구가 사실상 유일한 구제 수단이 됩니다. 국가배상청구권에도 소멸시효가 있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진단이 늦어져 손해가 뒤늦게 드러나는 의료사고의 특성상,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도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국가유공자 등록 심사와 국가배상 소송은 심사·재판 주체와 절차가 서로 달라 결론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므로, 등록이 거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국가배상 청구까지 곧바로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청구를 준비한다면 — 확보해야 할 자료와 절차
군 의료사고는 사고 경위 파악부터 진료기록 확보까지 민간 의료소송보다 절차적으로 까다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부대 특성상 사고 초기에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근무기록이 정리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사고 직후 최대한 빠르게 관련 사실관계를 기록해 두는 것이 시간이 지난 뒤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큰 차이를 만듭니다. 초기에 다음과 같은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것이 이후 인과관계와 과실을 다투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진료기록 일체 — 초진 기록, 경과기록, 처방·투약 내역, 전원 결정 관련 기록. 군의무기관에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 감정 — 민간 의료소송과 마찬가지로, 그 시점 통상의 의료수준에 비춰 처치가 적절했는지를 밝히는 절차가 핵심입니다.
사고 경위 자료 — 훈련 일지, 근무 일지, 목격자 진술 등 애초 부상·질병의 발생 경위와 직무관련성을 보여주는 자료.
국가배상심의회 배상신청 또는 민사소송 — 배상심의회를 거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군 복무 중 훈련과 무관한 질병으로 진료받다가 오진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A. 애초 질병이 훈련·전투 등 직무수행과 관련 없이 발생한 것이라면 이중배상금지의 인과관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상의 국가배상 청구 요건인 고의·과실, 위법성, 손해, 인과관계만 갖추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안마다 애초 질병의 성격과 발생 경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국가유공자로 등록되면 국가배상은 아예 청구할 수 없나요?
A.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손해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한 것이고 다른 법령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이중배상금지가 적용되어 별도의 국가배상 청구는 어렵습니다. 다만 국가유공자 인정 사유와 국가배상을 청구하려는 손해의 발생 원인이 서로 다르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군의관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나요?
A. 공무원 개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경과실에 그친 공무원 개인에게는 배상책임을 묻지 않고 국가만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판례의 대체적 입장입니다. 따라서 군의관 개인보다는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가 원칙적인 구제 방법입니다.
Q.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계산되나요?
A.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중 먼저 도래하는 시점에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진단이 늦어져 피해가 뒤늦게 확인되는 사안이라면 '안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진료기록은 어떻게 확보하나요?
A. 군의무기관 및 소속 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나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신청해 확보할 수 있고, 소송이 시작된 뒤에는 법원을 통한 문서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로 추가 확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초기에 기록이 누락되거나 폐기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배상심의회를 꼭 거쳐야 하나요?
A. 국가배상법은 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을 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만, 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심의회 절차를 먼저 활용하면 소송 전에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결론을 받아볼 수 있다는 실무적 장점이 있습니다.
맺음말
군 의료사고를 둘러싼 '군인은 국가배상을 못 받는다'는 통념은 이중배상금지 조항의 존재는 맞지만, 그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받아들인 오해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중배상금지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신분·인과관계·보상가능성이라는 세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하고, 그중에서도 애초의 부상·질병이 전투·훈련 등 직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했는지가 사안마다 결론을 가르는 핵심 쟁점입니다.
군 복무 중 진료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면, 그 손해가 어느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가려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진료기록과 사고 경위 자료를 서둘러 확보하고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면, 국가유공자 등록과 국가배상 청구 중 어느 쪽으로 접근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두 절차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므로, 사안에 따라 함께 검토하며 진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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