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상관에 대한 불만 표출,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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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중 상관에 대한 불만 표출,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는가? 

고광욱 변호사

대법원 2026. 7. 22. 선고 2022도5937 전원합의체 판결

— 군형법상의 상관모욕죄의 '공연한 방법' 요건, 25년 만에 바뀌다

* 함정 조타실의 일상적 언쟁이 군형법 사건이 된 이유

2019년 10월, 해군 함정이 기지로 입항하는 과정에서 작은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전탐장(전탐 장치 담당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은 정장인 대위 최○○에게 기관권고를 했지만, 대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 파트너인 하사 3명이 듣고 있는 가운데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헤드셋을 책상에 집어 던졌습니다.

검사는 이 행위를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모욕죄로 기소했습니다.

1·2심 모두 유죄를 선고했으나, 상고이후 대법원은 2026년 7월 22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원심을 파기하면서, 동시에 같은 논리로 적용해 오던 25년 전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대법원 2022도5937)

1. 사건의 구조 — '공연히'와 '공연한 방법' 사이

이 사건의 쟁점을 이해하려면 두 조문을 나란히 읽어야 합니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상관모욕):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두 조문의 문언 형식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형법 모욕죄는 단순히 '공연히'라는 부사(不特定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요건으로 삼는 반면, 군형법 상관모욕죄는 '문서·도화·우상의 공시' 또는 '연설'을 대표적 예시로 나열한 뒤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이라는 예시적 일반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법원이 이 두 가지 형식을 사실상 동일하게 해석해 왔다는 점입니다.

2. 종전 판례의 법리와 그 결과 — 대법원 99도3801 판결

대법원은 1999년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모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공연성의 정도가 반드시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을 하는 방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이하 '종전 대법원판례'). (대법원 2022도5937)

이 해석에 따르면, '공연한 방법'이라는 요건은 사실상 형법 모욕죄의 '공연히' 요건과 동일해집니다. 즉, 몇 사람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상관에 대한 불만을 내뱉기만 해도 — 그 방법이 문서 게시나 연설과 같은 고도의 공개성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 형법 모욕죄보다 훨씬 중한 군형법 상관모욕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300여 명 이상의 군인이 이 죄목으로 입건되었고, 그 대다수가 병(兵)이었습니다. 징역·금고형밖에 없는 법정형 구조 때문에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비율이 높았고, 직업군인의 경우 집행유예만 선고받아도 신분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3. 전원합의체의 판단 — '공연히'와 '공연한 방법'은 다르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대법관 다수)은 네 가지 근거를 들어 종전 법리를 정면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가. 죄형법정주의

'공연하다(公然하다)'는 '세상에서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다'는 의미이고, '공연한 방법'은 '세상이 다 알 만큼 뚜렷하고 떳떳하게 알릴 목적으로 취하는 수단이나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히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공연히'와 개념적으로 명백히 다릅니다. 형벌법규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할 수 없으므로(확장해석금지 원칙), 종전 판례는 이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22도5937)

나. 입법형식에 따른 해석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예시로 나열한 '문서·도화·우상의 공시'와 '연설'은 모두 고도의 전파성·확산성·지속성을 가진 수단입니다. 예시적 입법형식 아래에서 일반조항('그 밖의 공연한 방법')은 열거된 예시와 동일한 법적 평가를 받거나 충분히 예측 가능할 만큼 유사한 방법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대화 중 발언은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2도5937)

다. 보호법익간의 비교형량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보호법익은 상관의 외부적 명예와 함께 군 조직의 건전한 위계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에 있습니다. 공연한 방법에 의한 상관모욕이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높은 전파성·확산성·지속성으로 인해 상관의 지휘 통제에 대한 위신이 훼손되어 지휘체계가 무너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사적 대화 중의 불만 표출까지 가중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 입법 취지와 부합하지 않습니다.

라. 처벌의 균형성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법정형(3년 이하 징역·금고)은 면전 상관모욕죄(제1항, 2년 이하 징역·금고)보다 높습니다. 그런데 주변의 몇몇 사람에게 일상적 대화로 한 불만 토로가 상관 면전에서의 직접적 모욕보다 행위 불법이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종전 해석은 이러한 처벌 불균형을 야기한다고 다수의견은 지적합니다. (대법원 2022도5937)

4. "별개의견"의 시각 — 보호법익 기준으로 제한해야

5인의 대법관(대법관 천대엽·오석준·엄상필·신숙희·박영재)은 결론(원심 파기)에는 동의하면서도, 판례 변경의 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별개의견을 냈습니다.

별개의견은, 종전 판례가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을 개방적·포괄적으로 해석한 것 자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욕행위 태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타당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처벌 범위의 합리적 제한은 '공연한 방법'의 문언 해석 변경이 아니라, 보호법익인 군 조직의 건전한 위계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에 대한 직접적·구체적 침해 여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법원 2022도5937)

이를 근거로 별개의견은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 역시 — 업무 수행 중 의견 개진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점, 군 위계질서를 직접·구체적으로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파기의 결론에 동참합니다.

다수의견은 이에 대해 '군 조직의 건전한 위계질서 침해'라는 기준이 법관의 가치판단에 좌우되는 불명확한 요소라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합니다. (대법원 2022도5937)

5. 판결의 의의

25년만에 변경된 이번 판결의 핵심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법령의 문언 형식이 다르면 해석도 달라야 합니다. '공연히'와 '공연한 방법'은 입법자가 분명히 다른 형식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군형법이 1962년 제정 이후 수차례 개정 기회가 있었음에도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문언을 형법 모욕죄와 같은 형식으로 바꾸지 않은 것은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를 해석으로 동일하게 만드는 것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둘째, 처벌의 공백은 없습니다. 다수의견이 명시한 바와 같이, 군형법 제64조 제2항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공연히 상관을 모욕한 경우 형법 제311조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고, 별도의 징계처분도 가능합니다. 처벌의 공백을 우려할 필요 없이 각 법규를 문언에 따라 적용하면 됩니다.

6. 이제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번 판결 이후 실무에서는 다음 기준이 중요해집니다.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적용되려면, 모욕의 방법이 문서·도화·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해당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정도이어야 합니다.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영내 식당·운동장 등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문서·도화를 게시하거나, 다수의 청중 앞에 일방적·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연설' 수준의 행위

  •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가상공간에 상관 비방 텍스트·이미지를 공개 게시하거나 상당수 인원이 참여하는 단체 채팅방에 올리는 행위(문서·도화의 공시에 상응)

반면, 조타실에서 옆에 있던 동료 3명이 우연히 들은 발언, 식당·휴게실에서의 사적 대화 중 불만 표출, 상관 지시에 충동적으로 내뱉은 일회성 욕설 등은 원칙적으로 군형법 제64조 제2항이 아닌 형법 모욕죄(제311조)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군 검찰과 법무관은 앞으로 공소 제기 단계에서 모욕의 방법이 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엄격히 검토해야 할 것이며, 법원은 군형법 제64조 제2항 기소 사건에서 이 요건을 구성요건으로 명시적으로 심리해야 합니다.

* 결 어

군에서도 군인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진 국민입니다. 엄정한 군기가 요구되는 조직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 불만 표출·비판적 의사 표명까지 일반 형사범죄보다 훨씬 무거운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적 한계를 넘을 수 있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군 특수성'을 이유로 오랫동안 묵인되어 온 확장 해석에 제동을 걸고, 죄형법정주의가 군 형사절차에서도 온전히 작동함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법리 변경이 군 내부의 건전한 의사소통과 상호 존중 문화를 오히려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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