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입니다.
아래에서는 2026. 4 경 준강간 혐의에 대하여 불송치 결정을 받은 사례를 안내드립니다.
1. 사건 개요
의뢰인 A는 2024년 9월 어느 날 밤, 지인인 B씨와 함께 음주 후 인천 소재 모텔에 투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약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B씨로부터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자신을 간음하였다"는 준강간 혐의의 고소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와 현재 사이의 긴 시간적 공백, 그리고 당사자 진술만이 남은 상황에서 의뢰인께서는 막막함을 안고 문의를 주셨습니다.
본 변호사는 의뢰인의 말을 들으며 즉시 사건의 핵심 쟁점을 파악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 하나, 당시 고소인이 과연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2. 초기 대응 — 결정적 증거의 확보와 변호인 의견서 제출
변호인들이 먼저 확인한 것은 의뢰인이 사건 당일 스스로 녹음해둔 파일이었습니다. 의뢰인 A는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여, 모텔 호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녹음을 시작해두었다고 했습니다.
짧은 녹음 내용에 따르면, B씨는 집에 가려던 A씨에게 "가지마"라고 말하며 직접 만류하였고, 침대 옆자리를 두드리며 "응 있잖아"라는 말로 A씨에게 머물러 달라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습니다. 대화의 흐름과 어조, 언어 능력 등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당시 B씨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였습니다.
본 변호사는 2026년 3월 인천부평경찰서에 변호인 의견서와 함께 녹음파일 및 속기록을 첨부서류로 제출하였습니다. 의견서에서는 1) 피의사실 전면 부인의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2) 당일 만나서 술을 마시게 된 사정, 3) 이후 이동 경로, 4) 당일 모텔 출입 전후 사정, 5) 다음 날 산부인과에 함께 동행한 경위 등 전체적인 정황이 합의에 의한 만남이었음을 적시하였습니다.
3. 피의자 신문조사 동석
변호인 의견서 제출 이후, 경찰은 의뢰인 A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담당 변호사는 피의자 신문조사에 직접 동석하여 의뢰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라 피의자는 신문 시 변호인을 참여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는 형사 절차에서 방어권 보장의 핵심입니다. 변호사가 신문에 동석함으로써 의뢰인은 수사기관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불리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을 피하면서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건 당일의 전체 경위 [고소인을 만나게 된 과정, 모텔 투숙 전후의 상황, 당일 오후 함께 퇴실한 사실, 이후 산부인과 동행 경위 ]를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데 변호인의 조력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4.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검사
가. 폴리그래프 검사란 무엇인가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검사는 피검사자가 질문에 답변할 때 나타나는 호흡, 혈압, 맥박, 피부 전기반응 등 생체 현상을 측정·분석하여 진술의 진위를 판단하는 과학수사 기법입니다. 경찰청 과학수사 기본규칙 제36조에 따르면 폴리그래프 검사는 ① 진술의 진위 확인, ② 사건의 단서 및 증거 수집, ③ 상반되는 진술의 비교 확인을 목적으로 실시될 수 있습니다. ((경찰청)과학수사기본규칙_제36조(폴리그래프 검사))
이 사건처럼 당사자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에서 수사기관이 폴리그래프 검사를 활용하는 것은 실무상 흔히 있는 일입니다.
나. 임의수사로서의 본질 — 동의의 중요성
폴리그래프 검사는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수사에 해당합니다. 경찰청 과학수사 기본규칙 제36조 제3항은 "폴리그래프 검사는 피검사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한하여 실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별지 서식의 폴리그래프 검사 동의서를 피검사자로부터 제출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청)과학수사기본규칙_제36조(폴리그래프 검사)) 즉, 수사기관이 아무리 원하더라도 피검사자가 거부하면 검사는 실시될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 의뢰인 A씨가 검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수사에 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술이 거짓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겠다는 적극적인 방어 행동이었습니다.
또한 같은 조 제4항에 따르면 폴리그래프 검사관은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피검사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하고, 피검사자가 이를 요청하는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도록 하여야 합니다. 다만 생리반응을 측정하는 단계에서는 검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변호인의 참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경찰청)과학수사기본규칙_제36조(폴리그래프 검사)
다. 검사 절차 — 단계별 진행
심리분석 규정 제20조에 따르면 폴리그래프 검사는 다음 절차로 진행됩니다. (심리분석규정_제20조(검사절차))
자료수집: 검사관이 사건 기록, 피검사자 관련 정보 등을 사전에 검토합니다.
검사 전 면담(Pre-test Interview): 검사관이 피검사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검사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며, 검사 방법 및 질문 내용을 사전에 피검사자와 논의합니다. 이 단계에서 검사자는 사전 면담표를 작성합니다.
센서 부착: 호흡 측정 벨트, 혈압 커프, 피부 전기반응 센서 등 생체 신호 측정 장치를 신체에 부착합니다.
생리반응 측정: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 시의 생리적 반응을 다수의 차트(최소 3개 이상)로 기록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법심리감정운용규정_제17조(결과 판정))
검사 후 면담(Post-test Interview): 필요한 경우 검사 결과에 대한 추가 확인을 위한 면담을 실시합니다.
결과분석: 측정된 차트를 종합하여 판정을 내립니다.
라. 검사 결과의 판정 방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심리감정 운용 규정 제17조에 따르면, 비교질문검사 기법(CQT)에 의한 결과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로 표현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법심리감정운용규정_제17조(결과 판정))
DI(Deception Indicated): 거짓반응으로 판단됨
NDI(No Deception Indicated): 거짓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됨
INC(Inconclusive): 판단불능 또는 판독불능
A씨의 경우 검사 결과는 수사기관의 혐의없음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방향으로 회신되었습니다.
마.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의 법적 한계
폴리그래프 검사에 자발적으로 응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인지 판단할 때, 변호인은 해당 결과의 법적 지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1984년 이래 일관된 법리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에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①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②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③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것이며, 나아가 측정 기기의 성능, 질문사항 작성의 합리성, 검사자의 자질이 모두 담보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실무상 법원은 폴리그래프 검사결과에 대하여 이러한 전제요건의 충족 여부를 엄격히 심사하고, 충족되지 않는 경우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데 높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폴리그래프 검사에 응하는 것은 법적 구속력 있는 증거를 창출하는 행위가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수사관에게 피의자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심어주는 전략적 행동에 가깝습니다. 변호인은 이 점을 의뢰인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검사 동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였습니다.
5. 2026년 4월 23일 혐의없음 불송치
인천부평경찰서는 2026년 4월 23일, A씨에 대하여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수사기관이 이러한 결론에 이른 데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녹음파일에 담긴 고소인의 발화 내용은 당시 그가 의사능력 있는 상태에서 A씨의 투숙을 스스로 요청한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었습니다.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 이용'은 피의자가 그러한 상태를 인식·이용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녹음파일의 내용은 그 반대 사정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자료가 되었습니다.
둘째, 변호인의 의견서를 통해 제시된 당일 전후 정황 — 모텔 출입 경위, 당일 오후 함께 퇴실한 사실, 이후 산부인과 동행 — 은 피해자와의 관계가 합의에 기초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맥락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셋째, 피의자 신문조사에서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그리고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가 이러한 전체적 판단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6. 결 어
준강간 사건은 대부분 당사자 진술 외에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됩니다. 이러한 사건일수록 초기의 적합한 대응이 결정적입니다.
첫째, 결정적 증거의 선제적 제출입니다. A씨가 사전에 녹음한 파일은 우연의 산물이었지만, 이를 즉시 정확히 분석하여 변호인 의견서에 첨부한 것은 수사 초기에 사실관계의 틀을 확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둘째, 피의자 신문조사에서의 변호인 동석입니다. 변호인이 동석하지 않는 피의자 신문은 의뢰인이 의도치 않게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수사기관의 오해를 유발할 표현을 사용할 위험에 노출됩니다. 변호인의 동석은 방어권 보장의 기초입니다.
셋째, 폴리그래프 검사의 전략적 활용입니다. 사건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의뢰인에게 폴리그래프 검사는 양날의 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진실이 뒷받침되고 의뢰인의 진술이 일관된 경우에는, 폴리그래프 검사에 자발적으로 응함으로써 수사기관에 강력한 신뢰 신호를 보내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검사에 응하기 전 그 법적 의미와 절차를 의뢰인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전략적 판단 하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준강간, 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 혐의로 억울하게 고소를 당하셨다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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