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이 든 커피'를 마시게 한 행위, 강제추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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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이 든 커피'를 마시게 한 행위, 강제추행인가 

고광욱 변호사

대법원 2026. 7. 9. 선고 2026도2156 판결 재물손괴, 강제추행

* 서 론

2026년 7월, 대법원은 형사 실무계에 강렬한 파문을 일으킨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카페를 운영하는 여성 피해자의 커피 잔에 자신의 정액을 몰래 넣어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마시게 한 행위가 강제추행죄를 구성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1심과 원심(항소심)은 모두 무죄 판단을 유지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이 판결의 사실관계, 쟁점, 법리 전개 과정을 짚어 보고, 이 결론이 형사법 실무에 미칠 의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법원 2026. 7. 9. 선고 2026도2156).

1. 사건의 개요

가. 충격적인 사실관계

피고인은 2024년 7월 서울의 한 카페를 방문한 손님이었습니다. 피해자(여, 29세)는 그 카페의 운영자였고, 피고인과 피해자는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습니다.

피고인은 카페에 앉아 피해자가 바로 옆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여러 차례 관찰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추가 디저트를 주문하였고, 피해자가 카운터로 이동하여 자리를 비운 짧은 순간, 전날 자위행위를 하면서 플라스틱 약통에 미리 채취해 둔 자신의 정액을 피해자의 커피 잔에 넣었습니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디저트를 건네주고 자리로 돌아와 정액이 섞인 커피를 그대로 마셨습니다.

피해자는 즉시 이상한 맛을 느끼고 CCTV를 확인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알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마셨던 커피를 토해내고 위 세척을 받았으며, 이 사건으로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운영하던 카페를 폐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 1심·원심의 판단 — 강제추행 무죄, 재물손괴 유죄

검사는 이 행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제추행) 에 해당한다고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제1심과 원심은 모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원심의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커피 잔에 정액을 넣은 행위 및 피해자가 이를 마신 행위를 피해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폭행 또는 협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죄의 이유였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거나 물리적 위협을 가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 파기환송

대법원은 관여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가. 강제추행죄의 법리 재확인

대법원은 먼저 강제추행죄에 관한 기존 법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때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이는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확립해 온 법리입니다. 이른바 '기습추행' 유형 — 갑자기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방식 — 을 규율하기 위해 발전된 이 법리의 핵심은,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 에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또한 대법원은 추행의 판단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제시하고,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구체적 행위 양태·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에의 적용된 5가지 판단 근거

대법원은 아래 다섯 가지 이유를 종합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행위의 목적과 외형

피고인은 처음 보는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액을 마시게 할 의도로, 피해자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디저트를 주문하는 계략을 썼습니다. 행위는 외형상 피해자의 물건(커피 잔)에 대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피해자의 신체를 향한 행위입니다. 피해자가 정액이 혼입된 커피를 마시도록 유도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② 정액이 가지는 성적·의학적 특성

정액은 강한 성적 의미를 가지는 체액일 뿐만 아니라, 감염 매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타인의 체액을 의사에 반하여 마시게 함으로써 체내에 투입시키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육체적 고통도 유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위 세척을 받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③ 직접 접촉 없이도 폭행 성립 가능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강제추행죄의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이는 기존 기습추행 유형에서 신체 직접 접촉이 없는 경우에도 폭행 개념을 확장 적용한 중요한 판시입니다 .

④ 추행으로서의 요건 충족

정액이 가지는 성적인 의미와 이를 마시게 하는 행위의 성질을 고려할 때, 이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합니다.

⑤ 파기 범위의 결정 — 상상적 경합

대법원은 이유 무죄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파기되어야 하고, 이 부분이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재물손괴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였습니다.

3. 판결의 의의

가. '폭행' 개념의 확장 — 간접적 신체 개입의 인정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폭행의 개념을 간접적·매개적 방식으로도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기존 강제추행 판례에서 폭행은 주로 피고인이 신체를 직접 접촉하거나, 물리적으로 저항을 억압하는 방식을 상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음료라는 매개체를 통해 체액을 신체 내부로 투입시키는 행위도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포섭함으로써, 그 외연을 중요하게 확장하였습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 비접촉 성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서도 강제추행 법리의 적용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물리적 접촉 없이 이루어지는 성적 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법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선례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나.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중심의 해석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강조한 또 하나의 핵심 가치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행위가 아무리 교묘하고 비접촉적이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의미를 지닌 행위를 가하여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면, 강제추행의 보호법익 침해는 현실화됩니다. 이 관점은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는 실제 진술("타인의 체액이 제 몸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성적 수치심이 들어 정말 힘들었다")과도 정합합니다.

형사법의 역할이 단순히 물리적 강제를 규율하는 것을 넘어, 성적 존엄과 자율성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판결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다. 원심 법원의 오류 — 법리 오해의 교훈

1심과 원심은 "피해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을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강제추행의 폭행이 반드시 피해자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여야 한다고 오해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확립한 법리 — 폭행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면 충분하다 — 를 간과한 결과였습니다.

변호사 실무에서 강제추행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의 저항' 또는 '직접적 신체 접촉' 여부에만 주목하는 것은 이 판결 이후로 더욱 위험한 접근이 될 것입니다. 행위의 실질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행위인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4. 예비적 검토 — 인접 쟁점

가. 재물손괴죄와의 관계

이 사건에서는 강제추행 공소사실 외에 피해자의 커피 잔(재물)에 정액을 넣어 그 효용을 해하였다는 재물손괴죄도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었고, 이 부분은 원심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 부분이 재물손괴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형법 제40조). 하나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의 경우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므로, 법정형이 더 중한 강제추행죄로 처단됩니다.

나.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기술 발전 시대의 비접촉 성범죄

이 판결의 확장적 함의는 비단 '이물질 혼입' 사례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기술을 이용하거나 간접적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비접촉 성범죄 사례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유형력의 행사'를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유사 사례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결 어

이번 대법원 2026도2156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과 폭행의 개념에 관한 해석론을 한 단계 진전시킨 중요한 선례입니다. 피해자는 카페를 폐업하고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습니다. 법원이 그 고통의 원인이 된 행위를 형사법의 영역 밖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법감정, 그리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효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이 이 판결에 담겨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이 판결을 읽으면서, 형사법의 해석이 단순히 조문의 문언에 머물지 않고 행위의 실질과 보호법익의 취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이 이 판결의 법리를 어떻게 적용·발전시켜 나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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