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만 진행한 공사, 대금 다툼 생기면 무엇으로 입증하나
사건 개요
소규모 인테리어나 전기·설비 공사는 계약서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발주자가 "일단 견적부터 보내달라"고 하면 수급인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대략의 공사범위와 금액을 알려주고, 발주자가 "그럼 시작해주세요"라고 답하는 것으로 공사가 시작됩니다. 정식 도급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공사가 끝난 뒤에 벌어집니다. 발주자는 "그 금액에 합의한 적 없다", "추가공사는 요청한 적 없다"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감액을 요구하고, 수급인은 "분명히 그 조건으로 시작했다"고 맞섭니다. 계약서가 없으니 누구의 말이 맞는지 서면 한 장으로 정리되지 않고, 결국 처음 견적서를 어떻게 보냈는지, 공사 중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가 다툼의 전부가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구두로 진행한 공사라도 도급계약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하며, 대금을 받지 못했다면 당연히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상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일의 완성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결과에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낙성·불요식 계약이므로(민법 제664조), 서면이 없어도 계약의 존재 자체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관건은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 공사범위와 대금액 — 을 무엇으로 증명하는가입니다.
핵심 쟁점
구두 공사계약의 대금 분쟁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최초 견적서가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었는지입니다. 수급인이 견적서를 보내고 발주자가 별다른 이의 없이 그대로 공사를 진행시켰다면, 그 견적서는 청약이고 공사 착수는 승낙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둘째, 공사 진행 중 오간 문자·카카오톡 대화가 계약 내용을 뒷받침하는지입니다. "그 부분은 원래 견적에 없던 거니 추가로 처리해달라"는 식의 대화는 추가공사 합의의 증거가 됩니다. 셋째, 지급된 금액의 성격입니다. 계좌이체 내역에 "선금", "1차 기성금"처럼 남아 있는 표시는 전체 대금 규모를 가늠하는 단서가 됩니다. 넷째, 공사가 중도에 중단된 경우 기성고를 어떻게 산정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소송에 이르렀을 때 판단 자료가 결국 서면 계약서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실제로 남긴 흔적뿐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남겨두었는가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견적서·문자를 계약 내용의 증거로 재구성하기
계약서가 없는 사건일수록, 흩어진 자료를 시간 순서로 엮어 "이 조건으로 계약이 성립했다"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자료를 정리합니다.
1) 최초 견적서를 계약 내용의 출발점으로 세웁니다.
견적서에는 대개 공사항목별 단가, 총액, 자재 사양, 공사기간이 적혀 있습니다. 발주자가 이 견적서를 받은 뒤 별다른 수정 요구 없이 "진행해달라"는 취지로 답했다면, 견적서의 내용이 그대로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근거가 됩니다. 따라서 견적서를 보낸 시점, 발주자가 승낙 취지로 답한 문자, 그 이후 실제 공사가 견적서 항목대로 진행된 사실(현장 사진·작업일지)을 하나로 묶어, 견적서가 곧 계약서를 대신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2) 공사 중 오간 대화를 항목별로 분류합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대화는 그 자체로 사문서에 준하는 증거로 법원에서 다뤄지지만, 대화를 캡처 화면째로 제출하면 어느 부분이 어떤 쟁점의 증거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화 전체를 시간순으로 정리한 뒤, 원래 견적에 포함된 항목에 관한 대화와 현장에서 추가로 요청된 항목에 관한 대화를 구분해 표로 만듭니다. "이 부분은 처음 견적에 없던 거니 별도로 처리해달라"는 취지의 발주자 발언이 담긴 대화는 추가공사 합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3) 계좌이체 내역과 세금계산서로 금액을 뒷받침합니다.
발주자가 실제로 지급한 선금·중도금의 액수와 입금 시 남긴 메모("착수금", "1차 기성" 등), 발행된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은 당사자들이 실제로 합의했던 대금 규모를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입니다. 발주자가 나중에 "그 금액에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스스로 그 금액 산정 방식에 따라 이미 여러 차례 지급해 온 내역이 있다면 그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기성고 산정과 유치권으로 청구액을 지켜내기
계약 내용을 증명하는 것과 별개로, 공사가 중도에 중단되었거나 발주자가 끝내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이를 지킬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1) 공사가 중단됐다면 기성고 비율부터 산정합니다.
공사가 도중에 중단된 경우라도, 이미 완성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성고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상 확립된 법리입니다. 기성고 비율은 통상 실제 소요된 공사비를, 실제 소요된 공사비와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더한 금액으로 나누어 산정합니다. 다툼이 예상되는 사건이라면 공사 중단 시점의 현장 상태를 사진·동영상으로 남기고, 필요하면 감정을 통해 기성 부분의 가액을 객관화해 청구액의 근거를 미리 확보해 둡니다.
2) 목적물 점유가 가능하다면 유치권을 검토합니다.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수급인이 그 목적물(건물이나 시설물)을 점유하고 있다면, 대금을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할 권리가 있습니다(민법 제320조). 유치권은 발주자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되므로, 공사가 종료된 뒤에도 목적물을 인도하기 전 대금 협상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점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3) 3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관리합니다.
수급인의 공사에 관한 채권은 공사가 종료된 때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민법 제163조 제3호). 발주자와의 협상이 길어지는 사이 이 기간을 넘기면 증거를 아무리 잘 갖추었어도 청구 자체가 막힙니다. 그래서 협상 초기에 소멸시효 완성일을 먼저 계산해 두고, 협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면 내용증명 발송이나 지급명령 신청 등으로 시효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합니다.
결론
구두로 진행한 공사라 해서 대금을 받을 권리가 약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면 계약서가 없는 만큼,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구체적인 내용을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지는 공사가 끝난 뒤가 아니라 진행되는 동안부터 챙겨야 할 문제입니다.
견적서와 문자·카카오톡 대화, 계좌이체 내역을 흩어진 채로 두지 않고 시간 순서에 따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해 두었는가가 결과를 가릅니다. 지금 공사대금을 둘러싸고 다툼이 생겼거나 생길 조짐이 보인다면, 갖고 있는 자료로 계약 내용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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