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요즘에는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정리하여 강의자료, 전자책, 교육영상, 온라인 수업자료 등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거에는 일부 전문 강사나 출판업자들만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프리랜서들도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정리하여 온라인 강의를 열거나 유료 자료를 판매하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그런데 교육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증가하는 분쟁이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 분쟁입니다.
“내가 먼저 만든 자료를 다른 사람이 베꼈다.”
“강의 순서와 구성이 똑같다.”
“이미지 배치와 강조 방식까지 유사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상대방에게 자료의 사용 중단을 요구하거나,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SNS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른바 ‘저격’을 하면서 그 파급력이 커지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창작한 자료를 그대로 복제하거나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두 자료가 서로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은 아이디어나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외부로 표현된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교육자료라면, 그 프로그램을 처음 실행하고, 메뉴를 선택하고,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 뒤, 결과를 확인하는 순서는 누구나 비슷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순히 두 자료가 닮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먼저 권리를 주장하는 자료에 저작권법상 보호할 만한 창작성이 있는지, 유사한 부분이 아이디어인지 구체적인 표현인지, 그 표현이 해당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인지, 상대방이 실제로 그 자료에 의거하여 자신의 자료를 제작한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오늘은 자신이 만든 교육자료를 베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의뢰인을 대리하여 1심에서 전부승소한 뒤, 상대방이 제기한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 판결을 받아낸 성공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 D님은 40대 남성으로서, 오랫동안 온라인/오프라인 교육 강사로서 활발히 활동해 오셨습니다. D님은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강사이자 이른바 ‘사수’인 J의 교육 자료를 업무에 활용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은 후, 이를 일부 편집 및 보충하였습니다. 해당 자료는 ‘OO캔버스’ 플랫폼을 이용하여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을 기본 폰트와 색상으로 정리한 것으로서, 특별한 개성이나 재산적 가치는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보니 해당 자료를 학생들이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해당 자료는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선배 강사 J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그동안 강사 활동을 하면서 번 모든 금원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해 왔습니다.
원고 측은 해당 자료가 ‘자신이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창작성이 담긴 개성적인 저작물이자 창작물’이라고 하면서, 피고 측을 저작권침해사범이자 나아가 사기꾼이라고까지 맹렬히 비난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뢰인은 너무도 힘들어했고, 사이버 불링까지 시달리면서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원고 측은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이 전방위적으로 수억 원대의 합의금을 요구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무려 2억 원이라는 거액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왔습니다. 저는 1심의 피고 대리인으로 사건을 진행하면서, 의뢰인과 여러 차례 면담하면서 각 자료가 제작된 경위, 의뢰인이 교육자료를 만들 때 참고한 자료, 과거 자료의 수정 내역, 실제 강의 진행 방식 등을 상세히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이 사건에서는 단순히 “베끼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원고가 권리를 주장하는 자료 자체에 저작권법상 보호할 만한 창작성이 있는지부터 근본적으로 다투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에 1심에서 저희는 원고의 교육자료와 의뢰인의 자료를 단순히 외관상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각 자료에 포함된 문구와 이미지, 설명 순서, 정보 배치가 왜 선택되었는지를 하나씩 분석하고, 해당 업계의 다른 교육자료와 프로그램 사용설명서, 공개된 참고자료 등도 함께 비교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의 숫자만 해도 약 300여개, 자료의 전체적인 분량은 만 페이지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분량이었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심지어 소송비용도 원고가 전부 부담하게 하고, 가집행 판결까지 선고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완전승소였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것입니다. 의뢰인께서는 항소심 대리도 저한테 맡기셨고, 법정 다툼은 2심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원고는 항소심에 이르러 새로운 주장과 자료를 대폭 추가하면서, 전문기관의 감정을 통하여 자신의 교육자료에 창작성이 있고 의뢰인의 자료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입증하겠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제로 원고는 항소심에서 저작권 관련 감정을 신청하며 재판의 방향 자체를 바꾸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건을 다르게 보았습니다.
저작권 소송에서는 감정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먼저 따져야 하는 것은, 과연 그 사항이 감정을 통하여 판단할 문제인지, 아니면 법원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법률적 문제인지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감정 결과를 절대적인 증거처럼 생각하시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의료사고처럼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필요한 사건이나 건설 하자처럼 공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전문가의 감정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표현이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적인 표현인지, 그리고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지는 결국 법원이 판례와 법리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영역입니다. 저는 이 점이야말로 항소심의 핵심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제출한 감정신청 자체의 타당성부터 정면으로 다투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준비서면을 통하여 창작성 여부는 전문가가 대신 판단할 수 있는 사실문제가 아니라 법원이 스스로 판단하여야 하는 법률적 평가의 문제라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 판례를 비롯한 여러 판례들을 정리하여, 저작물의 창작성은 법원이 제출된 증거 전체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사항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아울러 원고는 항소심에서 AI가 작성한 분석자료와 전문기관 감정을 함께 활용하려고 하였는데, 저는 AI가 생성한 의견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에 불과하며 법률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소송에서 ChatGPT 등 생성형 AI의 답변을 증거처럼 제출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는 사실관계를 확정하거나 법률적 결론을 내려주는 기관이 아닙니다. 더구나 저작권 사건에서는 표현의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개별 사안에 맞추어 판단해야 하므로, AI가 일반적인 기준을 설명하는 것과 실제 재판에서 법원이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이 부분도 재판부가 오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하였습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보았던 부분은 감정신청의 시기였습니다.
원고는 1심에서 충분히 주장하고 입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감정을 신청하였습니다. 만약 이러한 신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항소심 절차가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컸고, 사실상 항소심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신청이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공격방법에 해당한다는 점 역시 함께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저는 사건을 검토하면서 원고의 주장 자체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는 여러 페이지를 나란히 비교하면서 두 자료가 비슷하다고 주장하였지만, 실제로 비교 대상이 된 부분들은 대부분 특정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화면, 순서, 기능 설명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실행 순서, 메뉴 구성, 화면 캡처, 중요한 기능을 강조하는 방식 등은 해당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비슷해질 수밖에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요소들까지 모두 특정인의 저작권으로 보호한다면, 같은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다른 강사들은 사실상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판부에 단순히 "비슷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대신,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육자료라는 실용적인 저작물에서는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과 배열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러 판례와 함께 상세하게 정리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재판이 거의 마무리되어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다시 변론을 재개해 달라는 신청과 함께 새로운 주장을 추가하였습니다. 이미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변론을 다시 열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도 즉시 추가 준비서면을 제출하여 원고의 새로운 주장에 하나하나 반박하였고, 이미 제출된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판단이 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습니다.
저희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소명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원고 측의 불필요한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 지연 없이 곧바로 판결 선고 기일을 잡아주셨습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이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한다면 그에 맞추어 방어 논리도 다시 정교하게 구성해야 합니다. 이 사건 역시 1심의 승소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기된 모든 쟁점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면서 대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3. 사건 결과
다행히 재판부는 항소심에서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가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한 주장과 자료까지 모두 검토하였음에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법률적 판단이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원고의 항소는 전부 기각되었고, 제1심의 전부승소 판결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항소비용 역시 모두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이 경우, 인지대, 송달료, 그리고 변호사비용의 일부를 원고가 지급해야 합니다)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원고가 항소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주장과 증거까지 모두 검토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제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단순히 "원심을 유지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새롭게 제기된 주장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에도 원심이 정당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의뢰인 분께서도 길고 힘들었던 싸움이 마침내 완전히 마무리지어졌다는 것과 그 결과에 매우 기뻐하셨고 또 후련해 하셨습니다.
4. 마치며
의뢰인께서는 항소장을 송달받았을 당시만 해도 걱정이 매우 많으셨습니다.
이미 1심에서 긴 소송을 거쳐 승소했는데도 다시 항소심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상대방이 새로운 자료와 새로운 법리를 계속 제출하면서 재판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항소심에서는 상대방이 감정신청까지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려 하였기 때문에, 의뢰인 입장에서는 "혹시 1심에서 이겼더라도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단순히 패소한 사람이 한 번 더 다투어 보는 절차가 아닙니다.
원심판결을 변경하려면 제1심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법률과 증거로 설득력 있게 입증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주장만 많이 한다고 해서, 새로운 자료를 많이 제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쟁점이 법률적으로 중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기된 주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저작권 사건은 두 자료가 비슷해 보인다는 인상만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적인 표현인지, 기능적이거나 통상적인 표현은 아닌지, 실제 침해가 인정될 정도의 실질적 유사성이 존재하는지 등을 매우 세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이 사건은 이러한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저작권 분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당하셨거나, 1심에서 승소 또는 패소한 이후 항소심 대응을 앞두고 계신다면, 사건의 핵심 쟁점과 항소심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 보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1심이 끝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흐름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끝까지 고민하고,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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