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아파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벽 하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그만큼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 공용공간 이용,
관리비, 누수, 반려동물 문제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이 순식간에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가족이 관련된 문제에서는 감정이 더욱 격해지기 쉽습니다.
본인의 문제라면 한 번 참고 넘어갈 수 있었던 일도
자신의 자녀나 배우자, 부모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방에게 직접 찾아가 따지거나 언성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상대방을 밀치거나 붙잡는 등의 신체접촉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몇 초에 불과한 실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이 끝난 뒤 상대방이 치료를 받고
정신적인 피해를 주장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습니다.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가 뒤따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제1심에서 일부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고 해서 분쟁이 반드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이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면 다시 항소심을 진행해야 하고, 항소심에서 추가적인 치료비와 위자료를 요구하면서 청구액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피고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상대방의 주장 하나하나를 반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항소가 법적으로 적법하게 제기된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간이 존재하고, 특히 항소기간은 판결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절차적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건은 이웃과의 실랑이 과정에서 경미한 폭행이 발생한 뒤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의뢰인이 제1심에서 대부분의 청구를 방어하는데 성공하였으나,
이후 상대방이 다시 항소하여 항소심이 진행되었고,
이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사례입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 A씨는 평범한 50대 여성이었습니다.
A씨는 남편과 자녀들과 함께 오랫동안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족으로부터 같은 아파트 주민 B씨와 관련하여 상당한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A씨 역시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이 입었다고 호소하는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가족이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A씨 역시 점차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결국 A씨는 아파트 내부에서 우연히 B씨와 마주친 기회에 그 문제에 관하여 따져 묻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말다툼이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목소리가 커졌고, 언쟁은 점차 격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B씨가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A씨가 B씨를 붙잡았고, 서로 몸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A씨가 B씨의 팔과 어깨 부위를 밀치는 등 경미한 신체접촉이 발생하였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상해가 발생하거나 장시간 폭행이 이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A씨 역시 사건 직후에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이웃끼리 언쟁을 벌이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벌어진 실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B씨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B씨는 A씨의 행위로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형사절차를 넘어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B씨 측은 단순히 폭행에 따른 위자료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년간의 우울증 치료비를 비롯한 여러 경제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심지어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체가 폐업한 것까지 모두 A씨의 행위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면서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송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1심은 피고 불출석 상태로 공시송달로 진행되었는데, 다행히 원심에서는 원고의 대부분의 청구가 기각되고 청구액의 1/20 정도에 해당하는 극히 일부의 위자료만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B씨는 뒤늦게 추완항소를 제기하였고, 추완항소 사유로는 판결문의 기재 하자를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더 넓은 범위로 손해배상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수십 개의 자료를 제출하였습니다. 항소심 진행 여부를 알게 된 A씨는 저희 사무실을 찾아오셨고, 이 사건의 항소심을 제가 맡아 대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의 일차 목표는 당연히 항소 각하였고, 항소 각하가 되지 않을 경우 항소 기각을 받는 것을 그 다음 목표로 삼고 항소심 전략을 설계하였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민사소송에서 항소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민사소송법상 항소는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제기해야 하고, 이 기간은 단순한 권고기간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불변기간입니다.
상대방 역시 항소기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항소가 아니라 추완항소를 주장했습니다.
추완항소란 당사자가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 때문에 항소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뒤늦게 항소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원고들이 내세운 이유는 조금 특이했습니다.
제1심 판결에는 청구취지 부분에 잘못된 기재가 있었고, 이후 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경정결정을 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이 과정에서 판결 및 경정결정의 내용을 보고 자신들이 청구한 금액 전부에 대하여 승소한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제1심은 원고들에게 각 150만 원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였지만, 판결문의 청구취지 부분에는 잘못된 기재가 있었고 법원은 이후 그 부분을 경정했습니다.
원고들은 바로 이 때문에 자신들이 전부 승소한 것으로 생각하여 항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칫하면 상대방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판결문 전체를 살펴보면 사정은 달랐습니다.
제1심 판결의 주문에는 A씨가 상대방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는 내용과 함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취지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즉, 판결문의 일부 표현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문 자체만 보면 전부 승소 판결이 아니라 일부 승소 판결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경정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 판결의 주문이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판단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제1심에서 충분히 다투었던 여러 손해 항목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치료비, 정신적 손해, 기타 경제적 손해 등을 다시 주장하면서 제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가 너무 적다고 항소하였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원고들은 항소심에서 치료비와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하였고, 제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다른 금전청구는 일부 정리하였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도 당연히 대비했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개별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그 손해가 해당 불법행위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손해액은 얼마인지가 각각 증명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건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치료비 전부가 곧바로 상대방의 책임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질환이나 다른 원인이 존재할 수도 있고, 사고의 정도와 치료의 내용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A씨가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던 부분과 상대방이 주장하는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A씨의 행동을 무조건 정당화하려고 하는 대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책임은 받아들이되, 그 범위를 넘어선 손해까지 A씨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변론의 핵심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제출한 치료자료만으로 그 치료가 당시의 실랑이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 별도의 경제적 손해 역시 A씨의 행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상세하게 소명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상대방은 선고 기일 직전까지도 추가 자료와 추가 탄원서, 추가 진술서를 내면서 강하게 다투었습니다.
3. 사건 결과
최종적으로 항소심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각하하였습니다.
그리고 항소비용 역시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A씨는 제1심에서 인정된 범위를 넘어서 추가적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다시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요구하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그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항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A씨 입장에서는 긴 분쟁을 끝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항소 각하로 본안 쟁점이 따로 다루어지지는 않았으나, 만일 쟁점을 다루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손해배상 인정액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제 의견이기도 합니다.
손해배상소송에서는 각각의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그 손해와 불법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그 금액이 적정한지를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사건의 내용 자체에만 집중합니다.
“누가 잘못했는가.”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었는가.”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가.”
물론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절차입니다.
아무리 억울한 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송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그 주장을 법원에서 심리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피고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주장이 매우 많고 복잡하더라도, 그 소송행위 자체가 적법한지 먼저 점검함으로써 사건을 훨씬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상대방은 제1심 이후 여러 자료를 다시 제출하며 자신의 피해가 훨씬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사건의 구조를 다시 살펴보고, 항소가 적법한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민사 항소심은 단순히 제1심을 한 번 더 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제1심 판결의 내용뿐만 아니라 항소기간, 항소의 적법성, 새롭게 제출된 증거의 의미, 각 손해항목의 인과관계까지 처음부터 다시 분석해야 합니다.
특히 이미 제1심에서 상당 부분 승소한 피고라면, 상대방의 주장에 불필요하게 끌려가기보다 기존 판결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사건에서 눈에 띄는 주장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송 전체의 구조와 절차를 꼼꼼히 살펴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한 대응방향을 찾겠습니다.
사건의 특성을 정확히 분석하고, 항소심 재판부가 중요하게 보는 부분을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세운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의뢰인 한 분, 한 분의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마음으로 기록을 분석하고, 가장 효과적인 변론 방향을 찾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