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아람 변호사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생각보다 많은 신체접촉을 하며 살아갑니다.
사람이 많은 엘리베이터에서 어깨가 스치기도 하고, 회식 자리에서 등을 가볍게 두드리거나 악수를 하고, 친분을 표현하기 위해 팔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신체접촉은 특별한 문제 없이 지나갑니다.
하지만 같은 행동이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친밀감의 표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단순한 오해에서 끝나지 않고 형사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강제추행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이 정도 행동으로 처벌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씀하시는 의뢰인들이 많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결국 경찰 조사와 형사재판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성범죄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의뢰인들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성적인 의도는 없었습니다."
"장난이었습니다."
"친해지려고 한 행동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성적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행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제1심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되고 실형까지 선고된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항소심은 단순히 형이 무겁다고 호소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제1심 판결이 내려진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항소심에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사정을 만들어야만 결과를 바꿀 가능성이 생깁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건은 제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서 변론 방향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례입니다.
1. 사건 개요
※ 블로그에 기재된 사례들은 모두 의뢰인 보호를 위하여 세심하게 각색됩니다.
의뢰인은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이어오던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사건은 회사 관계자들 및 거래처 사람들과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의뢰인은 함께 참석한 여성에게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하였고, 결국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수사단계부터 의뢰인은 자신의 행동 자체를 모두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성적인 의도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 친밀감을 표현하거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제1심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변론이 이루어졌습니다.
"강제추행의 고의는 없었다."
"친목을 위한 행동이었다."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남성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했다."
심지어 증거자료로, 의뢰인과 다른 남성들이 친밀하게 어깨동무를 하는 사진들이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실제 의도가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 사건에서 재판부는 단순히 피고인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해당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객관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역시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특히 최근 성범죄 재판은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여 증거를 평가하는 것이 확립된 실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친목의 표시였다.",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것은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로 비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1심 판결에서도 의뢰인은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법정에 직접 출석하여 피해 사실을 진술하여야 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하면서 결국 의뢰인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평범하게 살아온 의뢰인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r징역을 사는 것으로 인하여 직장을 잃을 수도 있었고, 가족들의 생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뢰인은 항소심을 앞두고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저는 기록을 모두 검토한 뒤 의뢰인께 가장 먼저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항소심은 제1심을 반복하는 재판이 아닙니다."
제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변론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1심이 왜 실형을 선고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 원인을 바탕으로 항소심에서 새로운 양형 사정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항소심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2. 서아람 변호사의 조력
저는 의뢰인과 처음 상담하면서 가장 먼저 제1심 판결문과 공판기록을 모두 검토하였습니다.
기록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항소심에서는 제1심과 같은 방식으로 변론해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제1심에서는 의뢰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강제추행의 의도는 없었다.", "친밀감과 친목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동이었다."는 취지로 방어하였습니다.
물론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미 제1심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과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소심에서도 같은 주장만 반복한다면 재판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성범죄 사건은 성인지 감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증거를 평가하는 것이 재판 실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하였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평가된다면 그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계속하여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는 점만 강조할 경우,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의뢰인에게 이러한 점을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을 비판하는 재판이 아니라, 제1심 이후 달라진 사정을 재판부에 보여드리는 절차라는 점도 함께 말씀드렸습니다.
의뢰인 역시 오랜 상담 끝에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고, 더 이상 제1심과 같은 방향으로 사건을 방어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항소심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피해 회복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처음부터 합의 의사가 전혀 없었습니다.
제1심 재판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법정에 직접 출석하여 당시 상황을 다시 진술하기까지 하였기 때문에, 의뢰인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처음에는 합의 제안 자체를 거절하는 등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피해자 측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였습니다.
단순히 합의금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건 이후 의뢰인이 어떤 마음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설명드렸습니다.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하고 협의를 이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측 역시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상당 기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의 진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꾸준히 전달하였고, 피해자 측의 우려와 요구사항도 세심하게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협의를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마침내 피해자 측도 의뢰인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항소심 진행 중 원만한 합의가 성립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합의는 단순히 양형을 위한 절차가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합의 이후에도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선 항소이유서를 통해 피고인이 원심에서 잘못된 방향의 변론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설명하였고, 합의 사실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었으며, 항소심 재판부가 의뢰인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양형자료를 새롭게 준비하였습니다.
가족들의 탄원서와 사회적 유대관계, 성실한 직장생활, 재범 가능성이 낮은 점, 사건 이후의 생활 변화 등을 하나씩 정리하여 제출하였고, 의뢰인이 단순히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삶의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설명드렸습니다.
결국 항소심은 제1심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1심에서 반복되었던 변론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피해 회복과 진정한 반성, 그리고 달라진 양형사유를 중심으로 항소심 전략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 결국 원심을 변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3. 사건 결과
다행히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뒤, 의뢰인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아울러 사회봉사와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하면서도, 실형을 집행하는 대신 사회 내에서 재범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였습니다.
제1심에서 이미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었음을 고려하면 의뢰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집행유예가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담하여야 했고, 법원이 명한 여러 준수사항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실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면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고, 가족들의 생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의뢰인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성실하게 살아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 분께서도 매우 안도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점이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설명만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미 유죄가 인정된 이후에도 같은 주장만 반복한다면, 재판부는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상처를 남겼는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항소심은 제1심의 판단을 다시 평가하는 절차인 만큼, 제1심에서 왜 실형이 선고되었는지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사건 역시 단순히 형이 무겁다는 주장만 하였다면 결과가 달라지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제1심 기록을 검토하면서 실형이 선고된 원인을 하나씩 분석하였고, 그에 맞추어 항소심 전략을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하였습니다.
무엇보다 피해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였고, 의뢰인이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재판부에 설명드렸습니다.
또한 가족관계와 사회적 유대관계, 재범 가능성이 낮은 점, 앞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등을 다양한 양형자료로 보완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운 양형 판단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형사 항소심은 결코 제1심의 서면을 다시 제출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제1심에서 실패한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고, 항소심에서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양형사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 회복, 진지한 반성, 재범 방지를 위한 노력과 같은 요소가 판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결과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항소만 제기했다고 하여 저절로 형이 감경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건의 특성을 정확히 분석하고, 항소심 재판부가 중요하게 보는 부분을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세운다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의뢰인 한 분, 한 분의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마음으로 기록을 분석하고, 가장 효과적인 변론 방향을 찾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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