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동업자나 회사 동료 사이의 금전 분쟁에서 합의서를 쓰고 고소를 취하하거나 취소하면 사건이 그대로 종결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횡령 사건에서는 이 통념이 예상과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합의서 쓰고 고소만 취하하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라고 되묻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대방과 합의금을 주고받고 고소취소장까지 제출했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의 출석 요구서나 기소 통지를 받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고소취소가 처벌에 미치는 효력이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서로 다른 사건에서 각각 확인하고 있습니다. 동업자·지인 사이의 횡령과, 가족·친족 사이의 횡령은 고소취소가 갖는 법적 의미 자체가 다릅니다.
아래에서는 횡령죄에서 고소취소·합의가 실제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 그리고 2025년 말 개정된 형법이 가족 간 횡령 사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횡령죄는 원칙적으로 고소를 취소해도 처벌이 계속됩니다
고소취소는 수사의 단서를 지울 뿐, 국가의 소추권 자체를 없애지 못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고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 조문이 실질적인 효과를 갖는 것은 그 범죄가 친고죄이거나 반의사불벌죄인 경우에 한정됩니다. 친고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이고, 고소가 취소되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5호에 따라 법원이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합니다.
그런데 형법 제355조의 횡령죄와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죄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닙니다. 고소는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하는 여러 단서 중 하나일 뿐, 공소제기나 재판 진행의 법적 조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소권자가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수사와 기소, 재판은 원칙적으로 그대로 진행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미 수사가 개시되고 고소인 조사까지 마친 사건이라면, 고소취소는 수사기관의 판단이나 법원의 재판을 막는 법적 장치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고소취소와 합의는 검사의 기소 여부 판단, 그리고 유죄가 인정된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됩니다.
횡령죄는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므로, 고소취소는 처벌을 막는 소송조건이 아니라 정상참작 사유에 그칩니다.
2. 다만 가족·친족 사이의 횡령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025년 말 개정된 형법으로, 친족 간 횡령은 원근을 불문하고 모두 고소가 있어야 처벌되는 범죄가 됐습니다.
형법 제361조는 횡령·배임의 죄에 제328조의 이른바 친족상도례 규정을 준용합니다. 종전에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 및 그 배우자 사이의 범행은 형을 면제하고, 그 밖의 친족 사이의 범행만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상대적 친고죄로 이원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형법 제328조 제1항의 형면제 조항이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등 결정), 그 적용을 즉시 중지시키면서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한다고 정했습니다. 국회는 그 시한에 맞춰 2025년 12월 30일 본회의에서 개정 형법을 통과시켰고, 같은 해 12월 31일 공포됐습니다.
개정된 형법은 형면제 조항을 폐지하고, 친족의 원근을 불문하고 모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통합했습니다. 이제는 가족·친족 사이의 횡령이라면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기소할 수 있고, 고소가 취소되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5호에 따라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됩니다. 관계에 따라서는 합의와 고소취소만으로 처벌 자체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형법 제354조, 제328조의 이른바 친족상도례에서의 ‘배우자’란 혼인에 의하여 결합한 남녀의 일방을 말하고 사실혼관계에 있는 자는 포함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도1765 판결).
이 판례는 사기 사건에서 나온 것이지만, 형법 제354조와 제361조가 똑같이 제328조를 준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횡령·배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동거하지 않는 배우자의 부모·형제자매 같은 법률상 친족은 이번 개정으로 넓어진 특례의 보호를 받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내연 관계는 애초에 이 특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가족 간 횡령은 이제 원근을 불문하고 전부 친고죄가 되어 고소취소로 처벌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 다만 법률상 혼인관계가 아닌 사실혼은 이 특례에서 제외됩니다.
3. 횡령은 소유자와 위탁자 양쪽 모두와 친족관계여야 특례가 적용됩니다
동업자·회사 자금처럼 재물의 소유자와 이를 맡긴 위탁자가 다른 경우, 친족관계 판단은 더 까다롭습니다.
횡령죄는 절도·사기와 달리 ‘위탁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해 자기 것처럼 처분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재물의 원래 소유자와 그 재물의 보관을 맡긴 위탁자가 서로 다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 소유의 돈을 형제가 맡아 관리하다가 임의로 써버린 경우가 그렇습니다.
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 및 위탁자 쌍방 사이에 같은 조문에 정한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단지 횡령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간에만 친족관계가 있거나 위탁자간에만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3438 판결).
이 판례가 다룬 사건에서 피고인은 돈의 실소유자와는 삼촌 관계였지만, 그 돈을 맡긴 위탁자와는 친족관계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소유자와만 친족관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유자·위탁자 어느 한쪽과만 가족이라는 사정으로는 부족하고, 양쪽 모두와 친족관계가 있어야만 고소가 소추조건이 되는 특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친족상도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가중처벌되는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627 판결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 위반죄에 별도의 배제 규정이 없는 이상 형법상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회사·법인 명의의 자금이 피해물건이라면 피해자는 대표이사 개인이 아니라 법인 자체이므로, 그 법인과는 친족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횡령의 친족상도례는 소유자·위탁자 양쪽 모두와 친족관계가 있어야 하고, 가족 회사의 법인 자금은 원칙적으로 이 특례 밖에 있습니다.
4. 유용한 금액과 관계에 따라 처벌 수위와 합의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친족관계가 없다면 합의는 형량을 낮출 뿐이지만, 친족관계라면 합의 자체가 처벌 여부를 가릅니다.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저지른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유용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친족관계가 없는 동업자·직장동료·지인 사이의 횡령이라면, 앞서 본 것처럼 합의와 고소취소는 소추조건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구속영장 청구·발부 여부, 기소 시 구공판인지 약식명령인지, 집행유예 가능 여부 등 거의 모든 단계에서 합의 여부가 중요하게 참작되기 때문에 그 실익이 작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친족관계가 있는 사건이라면, 이제는 고소취소 그 자체가 공소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송조건입니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에 따라 한 번 취소한 고소는 다시 할 수 없고, 취소 시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로 제한된다는 점은 관계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자료 정리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소를 하는 입장이든, 반대로 고소를 당한 입장이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물의 소유자와 이를 맡긴 위탁자가 각각 누구인지, 그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는지부터 정리합니다.
통장 거래내역과 위탁 경위에 관한 계약서·대화 기록을 확보해 인출 시점·금액·빈도를 정리합니다.
친족관계가 있는 사건이라면 고소·고소취소의 시기와 절차를, 친족관계가 없는 사건이라면 합의서의 내용과 시점을 명확히 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친족상도례의 적용 여부를 먼저 검토한 뒤 대응 전략을 세운다면,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형사·민사 대응을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동업자나 가족 사이의 금전 문제는 “그래도 한때 가까웠던 사이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을 잃은 쪽 입장에서는 고소를 취소하기 전에, 상대방과의 관계가 형법 제361조가 준용하는 친족상도례의 적용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관계에 따라 고소취소가 사건을 끝낼 수도,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횡령 혐의를 받는 쪽 입장에서도 “합의했으니 끝났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대방과의 관계, 재물의 소유자와 위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합의의 실제 효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자금을 잃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합의서 한 장이 사건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와 고소취소가 실제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관계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진단받고 싶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동업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소했는데도 계속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동업자 사이에는 친족관계가 없으므로 횡령죄는 비친고죄로 취급되고, 고소취소는 소추조건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다만 합의 사실은 기소 여부와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Q. 부모 자식 사이의 횡령도 이제 고소가 있어야 처벌되나요?
A. 네. 2025년 12월 개정된 형법에 따라 직계혈족을 포함한 모든 친족 사이의 횡령은 원근을 불문하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통합됐습니다. 개정 전처럼 형이 아예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어야 합니다.
Q. 사실혼 배우자 사이의 횡령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나요?
A.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친족상도례의 ‘배우자’를 법률상 혼인관계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사실혼이나 내연관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Q. 회사 돈을 가족이 관리하다 횡령했는데, 그 회사가 가족회사면 특례가 적용되나요?
A. 대부분 적용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대표이사 개인이 아니라 법인 자체이고, 법인과는 친족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유자와 위탁자 양쪽 모두와 친족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법리도 이 경우 충족되기 어렵습니다.
Q. 고소취소는 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A. 형사소송법에 따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고, 한 번 취소한 고소는 다시 할 수 없습니다. 항소심에서 취소해도 소추조건 자체에는 영향이 없고 양형 참작 사유에 그칩니다.
Q. 이득액이 크면 합의해도 실형을 피할 수 없나요?
A. 이득액이 5억원을 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구간이라면 실형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합의·반환·초범 여부 등은 여전히 양형에서 중요하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관계와 금액을 함께 고려한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 위탁관계의 존부 등 초기에 정리해야 할 쟁점이 많고,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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