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거래처와 직접 대금을 주고받는 영업·수금 담당 직원이, 정상적으로 받은 돈을 회사 계좌에 넣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다가 뒤늦게 문제가 되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사업주분들 중 상당수는 처음엔 “거래처가 착오로 늦게 주는 것뿐이겠지”라고 넘겼다가, 확인해보니 직원이 “급전이 필요해서 잠깐 썼다, 곧 채워 넣으려 했다”는 식으로 해명하는 경우를 봅니다. 문제는 이 “곧 채워 넣으려 했다”는 말이 형사책임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거래처로부터 정당하게 받은 돈이라도 회사에 인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유·사용하면 업무상횡령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고, 유용한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아래에서는 거래처 수금액을 회사에 넘기지 않은 직원에게 어떤 요건이 갖춰지면 업무상횡령죄로 고소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소 전에 어떤 자료부터 확보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거래처에서 받은 돈은 회사에 넘기기 전이라도 직원 개인의 돈이 아닙니다
수금 업무를 맡은 직원은 돈을 받는 순간부터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놓입니다.
회사를 대신해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받는 업무를 맡았다면, 그 직원은 거래처에 대한 관계에서는 회사의 대리인이지만,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돈을 회사에 인계할 때까지 보관하는 지위에 있습니다. 거래처가 대금을 지급한 순간 그에 대한 채무는 소멸하고 그 돈의 소유권은 회사로 넘어가므로, 아직 직원의 수중에 있는 동안에도 그 돈은 이미 회사의 재물입니다.
실무에서는 “아직 회사 계좌에 넣지 않았으니 내가 갖고 있어도 문제없다”, “정식으로 인수인계를 한 게 아니니 아직은 내 손 안에 있는 돈”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상 보관자 지위는 반드시 서면 계약이나 매번의 명시적 합의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임치 등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에 한하지 않고 사무관리와 같은 법률의 규정, 관습이나 조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즉 회사가 수금 업무를 맡기면서 “받는 즉시 회사에 넣어라”라고 매번 문서로 못 박지 않았더라도, 고용관계와 업무 관행, 회사 내부 규정만으로도 위탁관계는 충분히 인정됩니다. 거래처 수금 업무 자체가 “받으면 회사에 귀속시킨다”는 취지를 당연히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거래처에서 받은 돈은 회사 계좌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이미 회사의 재산이고, 그 순간부터 직원은 형법상 보관자입니다.
2. “나중에 정산하겠다”는 말만으로는 반환거부에 따른 횡령 성립을 막을 수 없습니다
돈을 쓰지 않고 갖고만 있어도, 회사가 요구할 때 넘기지 않으면 그 자체로 횡령이 완성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보관자라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조문을 보면 알 수 있듯, 처벌 대상은 돈을 써버린 경우만이 아니라 반환을 거부한 경우까지 포함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항변이 “정산하려고 했는데 아직 못 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 즉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인출·미입금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며칠 안에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거나 정산해서 지금은 문제없다는 사정은, 인출·미입금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회사가 정산을 요구했는데도 차일피일 미루며 넘기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반환거부로서 별도의 횡령 성립 사유가 됩니다.
“곧 정산하겠다”는 말은 처벌을 피하는 근거가 아니라, 반환거부 정황을 더 분명하게 만드는 진술이 될 수 있습니다.
3. 일시적으로 돌려썼다가 채워 넣었더라도 형사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정식 거래관계나 계약서가 없어도 보관자 지위와 횡령 책임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급여일이 늦어지거나 개인 사정이 급할 때, 수중에 있는 거래처 수금액을 “잠깐만 돌려쓰고 다음 수금으로 채워 넣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는 갚을 자금이 마련되기 전까지 매번 새로운 횡령이 반복되는 구조일 뿐, 형사책임을 줄여주지 않습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도, 송금인과 피고인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는 경우조차 보관자 지위와 횡령죄 성립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거래처 수금처럼 고용관계에 따른 업무상 위탁관계가 명백한 경우라면, 보관자 지위를 부정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특히 여러 거래처의 수금액을 섞어서 관리하다가 특정 거래처 몫을 다른 거래처 수금액으로 메우는 방식은, 장부와 실제 입금 내역을 대사해보면 시차와 금액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 시차 자체가 유용 정황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나중에 채워 넣었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을 뿐, 인출·유용 시점에 이미 성립한 횡령죄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지 못합니다.
4. 유용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러 거래처 수금액이 쌓이면 포괄일죄로 합산돼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거래처 수금 유용은 처음엔 소액으로 시작해 여러 차례, 여러 거래처에 걸쳐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개별 인출액이 아니라 같은 범의 아래 반복된 금액을 모두 합산한 포괄일죄로 처리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한 건 한 건은 소액이라도 누적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소시효도 함께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단순 횡령의 공소시효는 7년, 업무상횡령은 10년이므로, 수년 전 수금분까지 문제 삼으려면 시효 계산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초범인지, 유용 경위, 반환·합의 여부 등은 횡령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 전 자료 확보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거래처별 수금 내역과 회사 장부의 대사가 사건의 승패를 가릅니다.
거래처 수금액 미입금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업장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직원의 수금액 미입금을 확인했다면, 감정적으로 추궁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처별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입금 요청 내역과 회사 장부·통장 입금 내역을 대사해 미입금 건과 시기를 특정합니다.
직원 개인 계좌의 입출금 내역, 카드 사용 내역 등 실제 사용처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정산을 요구한 시점과 그에 대한 직원의 답변(문자·카카오톡·이메일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반환거부 정황을 남깁니다.
이렇게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업무상횡령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거래처 수금액이 제때 회사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설마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확인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금액을 받지 못한 회사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추궁보다, 거래처별 수금 내역과 장부를 먼저 대사해 미입금 규모와 시기를 특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산 요구와 그에 대한 답변을 기록으로 남길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수금액 사용을 의심받는 직원 입장에서도 “곧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회사의 사전 승인이나 정산 관행이 있었는지, 미입금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거래처 수금액을 둘러싼 업무상횡령 사건에서 자금을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수금 내역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법리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원이 거래처에서 받은 돈을 회사 계좌에 넣지 않고 개인 계좌에 잠시 보관만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도 횡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수금 즉시 그 돈은 회사 재산이 되고 직원은 보관자 지위에 놓이므로, 회사가 인계·반환을 요구했음에도 넘기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반환거부에 따른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정식 인수인계 규정이나 계약서가 없는데도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나요?
A. 인정됩니다. 위탁관계는 계약뿐 아니라 업무 관행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며, 수금 업무 자체가 회사 귀속을 당연히 전제합니다.
Q. 직원이 수금액 전액을 나중에 회사에 채워 넣었습니다. 그래도 처벌 대상인가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변상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 시점과 경위는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여러 거래처 수금액을 조금씩 돌려썼는데, 한 번에 큰 금액을 쓴 게 아니면 괜찮은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동일한 범의 아래 반복된 유용액은 포괄일죄로 합산되므로, 개별 금액이 작아도 누적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Q. 오래전 수금분까지 문제 삼을 수 있나요?
A. 공소시효 내라면 가능합니다. 단순 횡령은 7년, 업무상횡령은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므로, 미입금이 확인된 시점부터 역산해 시효부터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반환청구도 함께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형사 고소 과정에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 반환청구(부당이득·손해배상)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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