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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승인 후 2년 경과, 이사 책임해제와 부정행위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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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승인 후 2년 경과, 이사 책임해제와 부정행위 예외 

김상훈 변호사

회사 경영권이 바뀌거나 새 대표이사가 취임하고 나서야 비로소 전임 이사가 재직 중 저지른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장부를 다시 들여다보니 특정 거래가 부당하게 처리돼 있었거나, 자금이 이상한 경로로 빠져나간 흔적이 뒤늦게 발견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막상 책임을 물으려 하면 전임 이사 측에서 "이미 정기총회에서 재무제표가 승인됐고 2년도 넘게 지났으니 책임은 끝난 일"이라며 상법 제450조를 근거로 맞서는 일이 흔합니다. 이 조항의 책임해제는 생각보다 좁은 범위에서만 인정되고, 부정행위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뚜렷한 예외가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정기총회 승인·2년 경과·부정행위, 세 가지를 따로 따져야 하는 이유

상법 제449조에 따라 회사는 매 결산기마다 정기총회에서 재무제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상법 제450조는 이 승인 후 2년 내에 다른 결의가 없으면 회사가 이사와 감사의 책임을 해제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문제는 이 "책임해제"가 재무제표를 승인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모든 책임을 덮어주는 포괄적 면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뒤늦게 문제를 발견한 회사나 신임 경영진, 주주 입장에서는 "2년이 지났으니 이미 끝난 일"이라 낙담하기 쉽고, 반대로 전임 이사 입장에서는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방어벽이 생긴다고 안심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①정기총회의 재무제표 승인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②그 후 2년 사이 다른 결의가 없었는지 ③문제된 행위가 애초에 그 재무제표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사항인지, 이 세 가지를 따로 따져야 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특히 세 번째 요건은 부정행위 예외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집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은 사항엔 2년이 지나도 적용되지 않는 이유

상법 제450조는 "정기총회에서 재무제표의 승인을 한 후 2년 내에 다른 결의가 없으면 회사는 이사와 감사의 책임을 해제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사 또는 감사의 부정행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합니다. 2년의 기산점은 정기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결의가 있었던 날이며, 그 사이에 주주총회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별도 결의를 했다면 "다른 결의"에 해당해 책임해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부정행위 예외입니다. 여기서 부정행위란 통상의 경영판단 실수나 단순 임무해태를 넘어,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횡령·배임처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전형적으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예외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판례가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6854 판결입니다. 상호신용금고의 대표이사가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해 대출하면서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지 않아 회사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재무제표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정기총회에서 재무제표를 승인한 후 2년 내에 다른 결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책임이 해제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가 만든 법리는 분명합니다. 상법 제450조의 책임해제는 재무제표에 기재되어 정기총회에 실제로 현출된 사항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반대로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다른 명목으로 숨겨진 사항 — 분식회계, 장부 조작, 부외 손실 등 — 은 애초에 정기총회가 "승인"한 대상 자체가 아니므로, 2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이 조항만으로는 책임해제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정기총회에서 특정 사업연도 재무제표를 승인했는데, 이사가 실제로는 회사 자금 3억 원을 횡령하면서 이를 매출채권으로 분식해 재무제표상 정상 자산처럼 기재해 두었다면, 그 3억 원에 관한 책임은 몇 년이 지나도 해제되지 않습니다. 반면 같은 재무제표에 이미 대손충당금으로 정확히 반영되어 주주들이 그 손실 자체를 알고 승인한 부분이라면, 원칙적으로 그 부분에 한해서는 2년 경과로 책임해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재무제표를 보고 주주들이 그 문제를 알 수 있었는가"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은, 상법 제450조의 책임해제와 상법 제403조의 대표소송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부정행위에 해당해 애초에 책임해제 효력이 미치지 않는 사안이라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상장회사는 6개월 보유 요건과 완화된 지분율이 적용됩니다)가 회사에 이사의 책임 추궁을 청구하고, 회사가 청구일로부터 30일 내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직접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절차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재무제표 기재 여부부터 확인하는 다섯 단계

부정행위 예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이미 재무제표를 통해 드러나 있던 사항이라 책임해제가 인정되는지는 자료를 하나씩 대조해야 판가름이 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정기총회 의사록과 재무제표 원본부터 확보·대조 — 문제된 항목이 실제 승인된 재무제표에 어떤 명목으로, 어떤 금액으로 기재돼 있었는지 확인합니다. 항목 자체가 누락됐거나 전혀 다른 계정으로 처리돼 있었다면, 애초에 정기총회가 "승인"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 2년 기산점과 그 사이 결의 여부 확인 — 정기총회 승인일부터 정확히 계산하고, 그 기간 동안 임시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책임 추궁과 관련된 결의가 있었는지 조사합니다. 결의가 있었다면 그 자체로 책임해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 부정행위 해당성 입증자료 수집 — 횡령·배임 관련 형사판결이나 수사기록, 내부감사보고서, 외부 회계법인의 재감사·특별감사 의견 등을 모아 문제행위가 통상의 경영판단 실수를 넘어선 고의적 부정행위임을 뒷받침합니다.

  • 대표소송 또는 회사의 직접 손해배상청구 병행 검토 — 소수주주 지분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한 뒤 상법 제403조에 따른 대표소송 제기를 청구하거나, 회사가 직접 전임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합니다.

  • 책임해제 항변에 대한 반박 논리 구성 — 상대방이 상법 제450조를 근거로 방어할 것이 예상되면, "재무제표 미기재"와 "부정행위 해당" 두 갈래로 반박 서면을 준비하고 2001다76854 판결의 법리를 적극 원용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2년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

"2년이 지났으니 이미 끝난 일"이라며 지레 포기하거나, 반대로 "재무제표만 승인받아 두면 안전하다"고 방심하는 태도 모두 실제 법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회계 자료가 폐기되거나 흩어지고, 관련자의 기억과 소재 파악도 어려워집니다.

재무제표 승인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사안이라도, 문제된 행위가 재무제표에 실제로 드러나 있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 보시고, 부정행위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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