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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이사 상대 소송, 감사가 회사 대표하는 이유와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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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이사 상대 소송, 감사가 회사 대표하는 이유와 절차 

김상훈 변호사

경리 업무를 총괄하던 이사가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빼돌린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면, 회사는 곧바로 그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소장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예상 밖의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통상 회사를 대표해 계약을 맺고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은 대표이사이지만, 이번처럼 회사와 이사가 서로 다투는 소송에서는 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횡령한 이사가 대표이사와 평소 가까운 사이였거나, 심지어 대표이사 본인이 문제된 이사라면 이 점을 모르고 넘어갔다가 소송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이사 횡령 소송에서 대표이사 대신 감사가 나서야 하는 구조

회사와 이사 사이에 소송이 벌어질 때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감사가 회사를 대표합니다(상법 제394조 제1항). 회사가 횡령한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든, 반대로 이사가 해임이나 보수 등을 두고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든 마찬가지입니다. 이 원칙을 모른 채 평소처럼 대표이사 명의로 소장을 접수하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소송을 진행한 셈이 되어 절차 자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이 규정이 실제로 문제 되는 장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횡령한 이사가 대표이사와 평소 친밀한 관계에 있어, 대표이사가 소송을 미온적으로 진행하거나 합의로 무마하려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회사처럼 애초에 감사를 두지 않은 경우로, 이때는 감사가 없으니 누가 회사를 대표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정해야 합니다. 두 경우 모두 방치하면 소송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셈입니다.

아래에서는 왜 법이 굳이 감사에게 대표권을 넘기는지, 감사가 없는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미 대표이사 명의로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상법 제394조와 이해상충 방지, 대표권 흠결의 효과

상법 제394조 제1항은 회사가 이사에 대하여 또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감사가 그 소에 관하여 회사를 대표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 원칙을 분명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86918 판결은 회사와 이사 간의 소송에서는 감사가 회사를 대표하고, 이 경우 대표이사에게는 그 소송에 관한 대표권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런 예외를 둔 이유는 이해상충 방지에 있습니다. 대표이사와 문제된 이사는 같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평소 업무를 함께 결정해 온 동료 관계입니다. 만약 대표이사가 그대로 회사를 대표해 동료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지휘한다면, 회사의 이익보다 이사들 사이의 온정주의가 앞서 소송을 소극적으로 이끌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슬쩍 합의해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이사의 업무 집행을 감시·감독하는 기관인 감사에게 이 소송의 대표권을 맡긴 것은 바로 이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감사위원회를 둔 회사라면 원칙적으로 감사위원회가 이 역할을 대신합니다. 다만 문제된 이사 본인이 감사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면 감사위원회조차 스스로에 대한 소송을 대표할 수 없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감사위원회 또는 다른 이사가 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자를 선임해 달라고 신청해야 합니다(상법 제394조 제2항).

감사를 아예 두지 않은 회사도 있습니다.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인 회사는 감사를 선임하지 않을 수 있는데(상법 제409조 제4항), 이런 회사에서 이사와 소송이 벌어지면 회사·이사·이해관계인 중 누구든 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자를 선임해 달라고 신청해야 합니다(상법 제409조 제5항). 감사가 없다고 대표이사가 자동으로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대표권 없는 사람 명의로 소송이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1990. 5. 11. 선고 89다카15199 판결은 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서 회사의 대표자를 감사가 아닌 대표이사로 잘못 표시한 사안에서, 이런 대표권 흠결은 항소심에서도 감사로 정정하는 방식으로 보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는 '보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 방치해도 무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대표권 흠결을 다투며 시간을 끌면 그만큼 심리가 늦어지고, 그 사이 이사의 재산 상태가 나빠지는 등 회사에 불리한 사정이 쌓일 수 있습니다.

시효 문제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사의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상법 제399조)은 위임관계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의 성격을 가지므로, 판례는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 10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민사상 시효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형사 쪽도 함께 점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 민사 손해배상청구(상법 제399조) — 소멸시효 10년

  • 업무상횡령죄 형사고소(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 — 공소시효 10년

예를 들어 자본금 5억 원인 소규모 회사에서 감사를 두지 않은 채 운영해 왔는데, 대표이사가 3년에 걸쳐 회사 자금 2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감사가 없으므로 곧바로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없고, 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자 선임을 먼저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부터 선임까지 통상 수 주가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소멸시효나 공소시효 자체가 임박하는 경우는 드물더라도, 대표이사가 그 사이 회사 재산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재산을 은닉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이 실질적인 위험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감사 확인부터 대표자 선임 신청, 형사고소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감사 존부부터 확인 — 등기부등본과 정관을 확인해 감사가 선임돼 있는지,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감사가 있다면 그 감사 명의로 소장의 회사 대표자를 표시해 접수해야 하며, 대표이사 명의로 접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 감사가 없다면 법원에 대표자 선임 신청 — 자본금 10억 원 미만이라 감사를 두지 않은 회사라면, 소를 제기하기 전에 회사 본점 소재지 관할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자를 선임해 달라는 신청부터 해야 합니다(상법 제409조 제5항). 이 절차를 건너뛰고 대표이사 명의로 소장을 내면 대표권 흠결로 다툼의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 이미 대표이사 명의로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대표자 정정 — 판례상 항소심에서도 감사로 정정하는 보정이 가능하므로(89다카15199), 뒤늦게 문제를 발견했더라도 소를 처음부터 다시 낼 필요 없이 대표자 표시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이를 다투기 전에 먼저 정정해 두는 편이 절차 지연을 막습니다.

  • 횡령 증거부터 확보 — 회계장부, 법인카드 및 계좌 거래내역, 품의서·결재 문서 등을 확보하고, 필요하면 상법 제467조의 검사인 선임 청구로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공적으로 조사받아 둡니다. 감사가 대표권을 갖더라도 실제 증거 수집과 소송 진행은 결국 이 자료들에 좌우됩니다.

  • 형사고소 병행 여부 판단 — 손해배상청구와 별개로 업무상횡령죄로 형사고소를 병행하면 수사기관의 계좌 추적·압수수색을 통해 민사소송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형사 절차와 민사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므로, 어느 쪽을 먼저 진행할지는 사안별로 판단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대표권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

이사의 횡령이 확인된 순간부터 회사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손해액이나 증거가 아니라 '누가 회사를 대표해 소송을 진행할 것인가'입니다. 이 출발점을 잘못 짚으면 아무리 증거가 탄탄해도 절차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습니다.

감사가 있는지, 감사위원회 위원이 문제된 이사와 겹치지는 않는지, 감사가 없다면 법원의 선임 절차부터 밟아야 하는지를 먼저 확인하시고, 그 위에서 증거 확보와 형사고소 병행 여부를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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