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나 가족이 함께 세운 회사에서 대표이사가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나도, 그 대표이사가 지분 과반을 쥐고 있으면 주주총회에서 스스로를 해임하는 안건이 통과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상법은 발행주식 3% 이상을 가진 소수주주가 회사가 아니라 법원에 직접 대표이사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절차는 부정행위·법령위반의 중대성, 주주총회 부결, 지분율, 제소기간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문턱을 넘을 수 있고, 순서를 잘못 밟으면 애써 모은 증거가 있어도 소 자체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횡령한 대표이사를 소수주주가 해임의 소로 물러나게 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함정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소수주주 해임의 소 — 대표이사도 이사 지위로 이 절차의 대상이 된다
대표이사는 회사법상 독립된 별개의 직위가 아니라, 이사회에서 선정되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을 부여받은 이사일 뿐입니다. 정관에 대표이사 선임을 이사회 결의로 정한 회사라면 이사회가 대표이사직만 박탈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사람의 이사 지위 자체를 없애지 않는 한 임기가 남은 이사로 회사에 계속 남아 다시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삿돈을 횡령한 대표이사를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축출하려면 결국 이사 해임이라는 더 근본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사 해임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결의사항입니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를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문제는 대표이사가 스스로 다수 지분을 보유하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비상장·가족·동업 회사에서는 이 해임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되더라도 부결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입니다. 지배주주의 의사만으로 회사 운영의 향방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소수 지분을 가진 주주는 횡령 정황을 알고도 회사 내부에서 해임을 관철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마련된 것이 상법 제385조 제2항의 소수주주 해임청구권입니다. 주주총회라는 회사 내부 절차로 해결되지 않을 때,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가 회사가 아니라 법원에 직접 그 이사의 해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동업으로 시작한 비상장회사에서 공동대표 중 한 명이 회사 자금을 유용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그 사람이 의결권 과반을 쥐고 있어 총회에서 해임안이 막힐 것이 뻔한 경우가, 이 조항이 실제로 쓰이는 전형적인 장면입니다.
법원에 청구하려면 갖춰야 하는 네 가지 요건
상법 제385조 제2항은 소수주주가 법원에 이사 해임을 청구하기 위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이사가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런 사실이 있었음에도 주주총회에서 해임 안건이 부결되어야 합니다. 셋째, 청구하는 주주가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넷째, 이 청구는 주주총회 결의가 있은 날부터 1개월 내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네 가지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법원은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 전에 소를 각하합니다.
지분 요건은 회사가 상장회사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상장회사라면 위 3% 요건이 그대로 적용되고 별도의 보유기간 요건은 없습니다. 반면 상장회사는 상법 제542조의6 제3항의 특례가 적용되어, 청구일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50(0.5%)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금이 1천억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라면 그 절반인 1만분의 25(0.25%) 이상으로 지분 요건이 완화됩니다. 상장회사가 지분율 요건을 낮춰준 대신 보유기간 요건을 추가한 것은, 해임청구권이 경영권 분쟁의 수단으로 단기간에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부정행위 또는 법령·정관 위반의 중대한 사실 — 횡령·배임 등 구체적 비위 사실이 있을 것.
주주총회 부결 — 해임 안건이 실제로 상정되어 표결까지 이르렀을 것.
지분 요건 — 비상장 3% 이상, 상장회사는 6개월 계속보유 + 0.5%(대규모 상장사 0.25%) 이상.
제소기간 — 부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법원에 청구할 것.
네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본안 판단 전에 소가 각하되므로, 지분율만큼 절차와 시점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횡령이 "법령을 위반한 중대한 사실"에 해당하는 근거
대표이사가 회사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가 정한 업무상횡령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동시에 회사법적으로는 이사가 상법 제382조 제2항에 따라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상법 제382조의3의 충실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회사 자금의 사적 유용은 형사처벌 대상이면서 동시에 회사법상 의무 위반이라는 두 층위의 문제를 함께 발생시키며, 상법 제385조 제2항이 정한 "법령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은 바로 이런 이중의 위법성을 겨냥한 문언입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해임의 소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민사절차이므로,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법원은 자금이 어떤 경위로 인출되었는지, 이사회 승인이나 정관상 근거 없이 이루어졌는지, 자금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이후 회사에 반환되었는지 등 제출된 증거를 통해 민사소송의 증명 정도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이미 형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그 과정에서 확보된 계좌추적 자료나 진술은 해임의 소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자금 사용의 흠이 곧바로 "중대한 사실"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이사 가지급금 정산 과정에서 생긴 일회성 회계 오류나 사후 즉시 정산된 소액의 유용은 중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인출이 반복적·계획적으로 이루어졌는지, 회사 규모에 비추어 금액이 상당한지, 장부 조작이나 허위 증빙으로 은폐를 시도했는지는 법원이 중대성을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하는 요소들입니다.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경위와 규모, 은폐 정황까지 함께 정리해두는 것이 소 제기 단계에서 유리합니다.
선결 조건 —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이 먼저 부결되어야 한다
소수주주가 곧바로 법원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 제385조 제2항은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한 때"를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어, 법원에 청구하기 전에 반드시 주주총회에 해임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까지 거쳐야 합니다. 총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제기한 해임의 소는 이 선결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상법 제366조를 활용합니다.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회의목적사항과 소집이유를 적은 서면(또는 전자문서)을 이사회에 제출해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이사회가 지체 없이 소집절차를 밟지 않으면 소집을 청구한 주주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를 거쳐야만 해임 안건을 정식으로 표결에 부칠 길이 열립니다.
대표이사가 의결권 과반을 가진 경우라면 총회가 열려도 해임안이 부결되는 것은 사실상 예정된 결과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부결이라는 절차적 사실 자체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기 위한 요건이므로, 승산이 없어 보이더라도 이 단계를 생략할 수 없습니다. 대표이사 측이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거나 총회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소집통지와 의결정족수 요건을 정관에 맞춰 꼼꼼히 갖춰 절차상 흠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1개월 제소기간과 전속관할 —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함정
상법 제385조 제2항은 "총회의 결의가 있은 날부터 1월 내"에 법원에 청구하도록 정합니다. 이 1개월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진 제척기간으로 해석되어, 기간을 넘기면 그 부결을 근거로 한 해임의 소는 더는 제기할 수 없습니다. 같은 사유로 다시 소를 제기하려면 다음 주주총회에 해임 안건을 재상정해 다시 부결시키는 절차부터 새로 밟아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갑니다.
관할도 임의로 정할 수 없습니다. 상법 제385조 제3항은 제186조를 준용해 이 소송을 회사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하고 있습니다. 원고가 거주하는 지역 법원이나 편의상 다른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관할이 없어 이송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만큼 촉박한 1개월의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제소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총회 소집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소장 초안과 증거자료를 병행해 준비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횡령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금 흐름 자료, 정관, 주주명부, 자신의 지분을 증명하는 자료를 총회 개최 전에 미리 정리해두면, 부결 사실이 확정되는 즉시 소장을 접수할 수 있어 제척기간을 넘길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소송 중에도 계속 직무를 수행한다면 —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해임의 소를 제기해도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대표이사는 여전히 회사를 대표해 직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자금 유출이 계속 진행 중이거나 증거 인멸·장부 조작의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 판결 확정만을 기다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상법 제407조 제1항은 이사해임의 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가처분으로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필요하면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이므로, 해임사유가 소명된다는 피보전권리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두면 회사나 주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보전의 필요성을 함께 소명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해임의 소를 본안으로 먼저 제기한 뒤 가처분을 신청하지만, 사안이 급박하다면 본안소송 제기 전에도 가처분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금 유출이나 회사 재산의 처분이 현재도 진행형인 경우.
장부·증빙 조작이나 인멸의 구체적 정황이 있는 경우.
대표이사가 계속 직무를 수행하며 소송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승소한 뒤 남는 절차 — 손해배상과 형사고소는 별개다
해임 판결이 확정되면 그 대표이사는 즉시 이사 및 대표이사 지위를 상실하고, 회사는 등기부상 변경등기를 해야 합니다. 다만 해임 자체가 이미 유출된 회삿돈을 되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횡령으로 발생한 손해를 회복하려면 상법 제399조에 따라 그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추궁해야 합니다. 회사가 스스로 이 책임 추궁을 게을리한다면, 상법 제403조의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소수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그 이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도 해임의 소와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해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을 수 있고, 두 절차는 증거를 서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됩니다.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나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해임의 소의 결론이 자동으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해임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형사 유죄가 당연히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회사 경영권을 정리하는 절차(해임), 회사 손해를 회복하는 절차(손해배상·대표소송), 개인의 형사책임을 묻는 절차(고소)를 각각의 목적에 맞게 함께 설계해야 실질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표이사가 회사 지분 과반을 갖고 있어도 해임의 소를 제기할 수 있나요?
A. 네. 상법 제385조 제2항은 애초에 지배주주가 해임에 반대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는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이므로,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얼마든 발행주식 3% 이상을 가진 다른 주주가 요건을 갖추면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실제로 안건이 상정되고 부결되는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해임의 소 중 무엇을 먼저 진행해야 하나요?
A. 순서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형사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면 계좌추적 등을 통해 해임의 소에 쓸 증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1개월의 제소기간이 정해진 해임의 소는 주주총회 부결일을 기준으로 별도로 진행해야 하므로, 형사 고소 결과를 기다리다 제소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일정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Q. 대표이사가 이사회 소집 자체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A.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상법 제366조에 따라 회의목적사항을 적은 서면으로 이사회에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이사회가 지체없이 소집절차를 밟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를 거쳐야 해임 안건을 표결에 부칠 수 있습니다.
Q. 법원에서 해임 청구가 인용되면 대표이사는 바로 물러나나요?
A. 판결이 확정되면 그 즉시 이사 및 대표이사 지위를 상실하고 회사는 등기부상 변경등기를 해야 합니다. 다만 판결 확정 전까지는 지위가 유지되므로, 그 사이의 위험이 크다면 상법 제407조에 따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해 미리 직무수행을 막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Q. 혼자서는 3% 지분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주주와 지분을 합쳐도 되나요?
A. 가능합니다. 상법 제385조 제2항의 3% 요건은 청구 시점에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면 충분하므로, 여러 소수주주가 공동으로 소를 제기해 지분을 합산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흔히 사용됩니다.
Q. 비상장 중소기업에도 이 절차를 그대로 쓸 수 있나요?
A. 네, 상법 제385조 제2항은 상장 여부를 가리지 않는 일반 규정이라 비상장 중소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상장회사는 상법 제542조의6 제3항의 특례로 6개월 계속보유 요건과 완화된 지분율(1만분의 50 이상)이 별도로 적용된다는 점만 차이가 있습니다.
맺음말
횡령한 대표이사를 소수주주가 해임의 소로 물러나게 하려면, 부정행위·법령위반의 중대성이라는 실체적 요건과 주주총회 부결·지분율·1개월 제소기간이라는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법원은 본안을 살피기도 전에 소를 각하하므로, 순서와 시점을 지분율만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이 절차의 핵심입니다.
총회 소집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증거자료와 소장을 함께 준비하고, 사안이 급박하다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병행해 소송 진행 중의 추가 피해를 막아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동업이나 가족 경영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자금 문제로 번지는 분쟁은 수원·경기남부에서도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되는 유형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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