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나 고객에게서 금품을 받았지만 특별히 봐준 일도, 청탁을 들어준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등의 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실제로 특혜를 제공했는지를 따지지 않고도 성립합니다.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거나 요구·약속하기만 해도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형법상 배임수재죄와는 어떻게 다르고, 어떤 행위가 어느 수준으로 처벌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수재죄란 무엇인가 — 특경법 제5조가 규정하는 세 가지 유형
수재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5조가 정한 "수재등의 죄"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회사등은 은행법상 은행,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자본시장법상 증권회사·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농협·수협 등 조합과 중앙회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특경법 제2조가 개별 법률을 인용해 그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속한 회사의 임원 또는 직원이라면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를 가리지 않고 이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제5조는 행위 유형에 따라 세 항으로 나뉩니다. 제1항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제2항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자신이 아닌 제3자에게 이익을 공여하게 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요구·약속한 경우를, 제3항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소속 금융회사 또는 다른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세 항 모두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동일합니다.
제1항 — 직무 관련 금품 수수·요구·약속. 청탁 여부를 묻지 않음.
제2항 —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이익을 공여하게 함. 청탁이 구성요건.
제3항 — 지위를 이용한 알선의 대가로 이익 수수·요구·약속.
많은 사건이 제1항으로 문제되는데, 이 항목만 놓고 보면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항변은 애초에 구성요건과 무관한 주장이 된다.
청탁이 필요 없는 이유 — 배임수재죄와 다른 보호법익
일반적으로 알려진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때 성립하며,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죄에서 부정한 청탁은 핵심 구성요건이라, 청탁이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처벌을 피할 여지가 큽니다.
그런데 특경법 제5조 제1항의 수재죄는 이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0. 3. 26. 선고 2017헌바129, 2018헌바93(병합) 결정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다루며,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하여 금품 등을 수수·요구·약속했다는 사실만으로 직무의 불가매수성이 심각하게 손상되므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또는 실제로 배임행위로 나아갔는지를 묻지 않고 그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배임수재죄가 "청탁의 대가로 이익을 받는 것"을 처벌하는 구조라면, 수재죄 제1항은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받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두 죄가 지키려는 이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배임수재죄는 개별 위탁관계에서의 신임관계 보호가 목적이지만, 특경법상 수재죄는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업무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지키려는 목적이 강합니다. 은행 대출 담당자, 저축은행 심사역, 증권사 직원처럼 자금의 흐름을 좌우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대가를 조건으로 걸지 않았더라도 금품을 받는 순간 그 직무 수행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린다고 보는 것입니다.
배임수재죄는 "청탁의 대가"를 처벌하고, 특경법 수재죄 제1항은 "직무 관련 이익수수" 자체를 처벌한다 — 이 차이를 모르면 청탁이 없었다는 항변이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수수·요구·약속 — 세 행위 모두 같은 무게로 처벌된다
제1항이 정한 수수·요구·약속은 각각 별개의 행위 태양이고, 셋 중 하나만 충족해도 범죄가 완성됩니다. 수수는 실제로 금품이나 이익을 건네받은 경우이고, 요구는 상대방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를 거절했더라도 요구한 시점에 이미 처벌 대상이 됩니다. 약속은 장래에 이익을 주고받기로 합의하는 것으로, 실제 이익이 오가지 않았어도 약속한 그 시점에 성립합니다. 세 유형 모두 법정형이 같다는 점에서,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보다 직무 관련성과 의사의 존재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이 구조 때문에 실무에서는 "받으려다 거절당했다"거나 "나중에 준다고 말만 했다"는 식의 사안도 수사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여신 담당 직원이 대출 조건을 완화해 주겠다는 말 없이 그저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건네진 상품권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 수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대가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조항 앞에서는 방어 논리가 되기 어렵습니다.
수수 — 실제로 금품·이익을 건네받음. 즉시 기수.
요구 — 달라고 요청. 상대가 거절해도 요구 시점에 기수.
약속 — 장래 수수를 합의. 실제 이익이 오가지 않아도 기수.
처벌 수위 — 수수액에 따라 달라지는 가중처벌
제1항 자체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이지만, 수수액이 커지면 특경법 제5조 제4항이 정한 가중처벌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수수·요구·약속한 금액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단순 수재로 보였던 사안이라도 수수액 합계가 이 구간을 넘으면 형량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5항은 수수한 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병과는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 사항이라, 징역형과 별도로 상당한 액수의 벌금까지 함께 선고됩니다. 수수액이 여러 차례에 걸쳐 나뉘어 있더라도 같은 직무와 관련해 반복적으로 받은 것이라면 포괄해 하나의 죄로 평가되어 합산액을 기준으로 가중 구간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별 건별로 소액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수수액이 3천만원을 넘는 순간부터는 벌금형 선고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고 실형 구간의 유기징역이 법정형 하한이 된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오해 — "관행적으로 받은 선물"이라는 항변
수사·재판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방어 논리 중 하나가 "명절이나 개업 때 관행적으로 오가는 선물이었을 뿐 대가관계는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제1항은 대가관계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이런 항변은 직무관련성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짜야 실질적인 방어가 됩니다. 즉 받은 금품이 그 임직원의 구체적 직무와 무관한 사적인 친분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야 하는데, 거래처·고객·차주 등 업무상 이해관계가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면 이 지점을 다투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무관련성은 담당 업무 그 자체뿐 아니라 그 업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무까지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심사 담당자가 아니라 창구 업무 담당자였더라도, 심사 부서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면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도 절대적 기준은 아니어서, 소액이라 해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받은 정황이 있다면 죄책이 가볍게 평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임수재죄·특경법 알선수재죄와 어떻게 구별하나
비슷해 보이는 세 죄를 구분하지 못하면 대응 방향 자체를 잘못 잡을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는 금융회사 임직원인지를 가리지 않는 일반 규정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면 누구든 적용될 수 있지만 부정한 청탁이 반드시 있어야 성립합니다. 반면 특경법 제5조 제1항의 수재죄는 적용 대상이 금융회사 임직원으로 좁혀지는 대신, 청탁 요건이 빠지고 법정형도 자격정지까지 함께 규정되어 훨씬 무겁습니다.
특경법 제5조 제3항이 정하는 알선 관련 수재는 또 다른 유형입니다. 이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소속 금융회사나 다른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 사항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경우를 가리키며, 자기 직무를 대가 없이 수행한 것이 아니라 남의 직무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가라는 점에서 제1항과 행위 태양이 다릅니다. 세 죄 모두 결과적으로 금품 수수가 문제 되지만, 청탁의 존부와 누구의 직무에 관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적용 조항이 갈립니다.
형법 배임수재죄 — 대상 제한 없음, 부정한 청탁 필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특경법 제5조 제1항 수재죄 — 금융회사 임직원 한정, 청탁 불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수수액별 가중).
특경법 제5조 제3항 알선수재 — 금융회사 임직원 한정, 타인 직무의 알선 대가, 제1항과 동일 법정형.
수사·재판 단계에서 실제로 다투는 지점
청탁이 없었다는 주장이 통하지 않는 구조인 만큼, 방어의 무게중심은 다른 곳에 실려야 합니다. 우선 직무관련성 자체를 다투는 방법이 있습니다. 받은 금품이 담당 직무와 실질적 관련이 없는 순수한 사적 거래나 우연한 친분에서 비롯된 것임을 구체적 정황으로 뒷받침하는 접근입니다. 둘째로 수수액 산정을 다투는 방법입니다. 여러 차례의 금품수수를 포괄일죄로 묶을 것인지, 개별 범죄로 나눌 것인지에 따라 가중처벌 구간이 달라지므로, 합산 방식과 개별 수수 시점을 꼼꼼히 정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로 몰수·추징 대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수한 금품이나 그 가액은 원칙적으로 몰수·추징 대상이 되므로, 형사 절차와 별개로 재산상 불이익이 함께 발생합니다. 초기 조사 단계에서 진술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후 재판에서의 양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소환 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무관련성 부인 — 담당 업무와의 실질적 연관성 반박.
수수액 산정 다툼 — 포괄일죄 여부·합산 범위 검토.
몰수·추징 대비 — 재산상 불이익까지 함께 고려한 대응.
초기 진술 관리 — 소환 단계부터 자료·진술 정리.
실무 유의점 — 받지 않았어도, 퇴직한 뒤에도 문제 될 수 있다
요구나 약속만으로도 기수에 이른다는 점은 실무에서 종종 간과됩니다. 실제로 금품을 받지 못했거나 나중에 돌려줬다고 하더라도, 이미 요구하거나 약속한 시점에 범죄는 완성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돌려줬다는 사정은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요소일 뿐, 애초에 죄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약속받은 뒤 퇴직 이후에 실제로 그 이익을 수수한 경우에도, 약속 시점의 직무관련성을 근거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둔 뒤라도 과거 재직 시절의 거래관계가 뒤늦게 수사선상에 오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이유입니다. 내부통제 기준을 갖춘 금융회사일수록 거래처로부터의 금품수수 신고 의무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애매한 상황이라면 자체 신고 절차를 통해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이후 형사책임을 다투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절에 거래처에서 관행적으로 받아온 선물도 수재죄에 해당하나요?
A. 특경법 제5조 제1항은 청탁이나 대가관계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직무와 관련된 상대방에게서 받은 것이라면 관행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금액이 소액이고 직무와 무관한 사적 친분에서 비롯된 것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면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Q. 청탁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무죄가 되나요?
A. 아닙니다. 청탁 유무는 제1항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는 무죄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 받은 이익이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점, 즉 직무관련성 자체를 다투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 방향이 됩니다.
Q. 형법상 배임수재죄와 특경법 수재죄 중 어느 쪽이 적용되나요?
A.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이익을 수수했다면 특경법 제5조가 우선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금융회사에 속하지 않는 일반 회사 직원의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형법 제357조 배임수재죄가 문제 됩니다.
Q. 돈을 요구만 하고 실제로 받지 않았어도 처벌되나요?
A. 그렇습니다. 요구는 상대방이 이를 거절했더라도 요구한 시점에 이미 범죄가 완성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약속 역시 실제 이익이 오가지 않았어도 합의한 시점에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수수액이 얼마부터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가나요?
A. 수수·요구·약속한 금액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이 함께 부과됩니다.
Q.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회사 직원도 특경법으로 처벌되나요?
A. 특경법 제5조는 은행·저축은행·증권회사·신용협동조합 등 특경법 제2조가 정한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에게만 적용됩니다. 그 밖의 일반 회사 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검토됩니다.
맺음말
수재죄는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항변이 구성요건과 무관해지는 몇 안 되는 재산범죄 중 하나입니다. 금융회사 임직원이라는 지위, 그 직무와 관련된 금품이라는 두 가지 사실만 확인되면 대가 조건의 존부와 무관하게 처벌 대상이 되고, 수수액이 커질수록 법정형 하한 자체가 유기징역으로 올라갑니다. 조사 통지를 받은 단계라면 청탁 여부를 다투기보다 직무관련성과 수수액 산정이라는 실질적인 쟁점부터 짚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기남부 지역에도 저축은행·신협 등 지역 금융기관이 다수 있고, 이와 관련된 특경법 수사는 수원지검을 비롯한 관할 수사기관에서 드물지 않게 진행됩니다. 소환 통지 초기 단계부터 진술과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이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가능한 이른 시점에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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