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 없이 선 대규모 보증, 계약은 유효해도 배임죄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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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결의 없이 선 대규모 보증, 계약은 유효해도 배임죄는 별개다 

강대현 변호사

회사 자금이 급한 계열사나 거래처를 돕기 위해 대표이사가 회사 명의로 보증을 서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보증서에 도장을 찍었다면, 그 보증계약은 유효한지, 그리고 대표이사 본인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지가 곧바로 문제가 됩니다. 계약의 효력과 형사책임은 서로 다른 잣대로 판단되기 때문에, 계약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대표이사를 배임죄에서 자유롭게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사회 결의 없이 선 대규모 보증이 대외적으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 그리고 어느 지점부터 배임 문제로 번지는지를 법리 기준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상법 제393조와 보증 — '대규모 재산의 차입'에 보증도 포함되나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지배인의 선임·해임, 지점의 설치·이전·폐지 등을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문언만 보면 '차입'은 회사가 직접 돈을 빌리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가 제3자의 채무를 보증하는 행위는 실제로 돈을 빌린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 재산이 그 채무불이행 위험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그래서 실무와 다수 판례는 보증행위도 그 규모와 성격에 따라 '대규모 재산의 차입'에 준하는 업무집행으로 보아 이사회 결의사항에 포함시킵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 금액이어야 '대규모'로 보느냐입니다. 법원은 일률적인 금액 기준을 두지 않고, 해당 보증의 가액, 회사의 규모, 회사의 영업 또는 재산 상황과 경영상태, 보증의 목적과 자금의 사용처, 그 행위가 회사의 일상적 업무에 속하는지 여부, 그 회사에서 종래 이런 유형의 행위를 어떻게 취급해 왔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대표이사 단독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상당한지를 판단합니다. 즉 절대 금액이 아니라 '이 회사에 이 정도 규모가 갖는 의미'가 기준입니다.

  • 보증금액 자체와 회사 총자산·매출액 대비 비중

  • 회사의 통상적 영업범위에 포함되는 거래인지, 이례적인 자금지원인지

  • 과거에 유사한 규모의 보증을 이사회 결의 없이 처리해 온 관행이 있었는지

  • 보증으로 회사가 얻는 반대급부(수수료·거래상 이익 등)가 있는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지는 보증이라는 행위 자체의 이름이 아니라, 그 보증이 회사 재산에 미치는 위험의 크기로 판단한다.

이사회 결의 없이 선 보증의 대외적 효력 — 원칙은 유효, 예외는 상대방의 악의·중과실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가 보증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계약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은 회사의 내부규정이나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거래라도, 대표이사가 결의 없이 한 대외적 거래행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표권에 대한 내부적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상법 제209조 제2항의 법리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그대로 준용한 것입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거래행위는 무효가 됩니다. 이 판결은 상대방 보호 요건을 '선의·무과실'이 아니라 '선의·무중과실'로 완화해, 단순한 부주의 정도로는 보호받을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회사가 보증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려면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는 점까지 회사 쪽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에게 이사회 결의 여부를 미리 확인할 의무까지 부과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이사회 결의 없는 보증이라도 원칙은 유효하다 — 무효를 주장하려면 회사가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증명해야 한다.

계약은 유효해도 남는 별개 문제 — 배임죄의 임무위배와 재산상 손해

보증계약이 대외적으로 유효하다는 것과, 그 보증을 실행한 대표이사가 형사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자기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그로 인해 본인(회사)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합니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회사에 아무 대가 없이 위험만 떠안기는 방식으로 보증을 섰다면 이 요건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산상 손해'의 범위입니다. 판례는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 위험이 막연한 가능성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되고,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에 이르러야 합니다. 예컨대 상환능력이 뚜렷이 의심되는 회사의 채무를 무담보로, 아무 반대급부 없이 대규모로 보증했다면 이 구체적 위험 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담보를 확보했거나 상환 가능성이 충분한 거래처를 위한 통상적 보증이라면 손해 위험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란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손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며, 이후 그 위험이 해소되었다 해도 배임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것 — 대가·담보·회수조치의 유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 흠결 하나만으로 곧바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결의 흠결을 배임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황으로 보되, 실제 유죄·무죄를 가르는 핵심은 그 보증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위험만 떠안긴 거래였는지에 있습니다. 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보증이라도, 적절한 담보를 확보하거나 채권회수를 위한 조치를 함께 취했다면 배임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여지가 남습니다. 반대로 아무 담보도 없이, 회수 가능성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보증부터 서 준 경우라면 임무위배와 손해 위험 모두를 인정받기 쉬워집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함께 살피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증으로 회사가 얻는 이익이 있었는지(거래관계 유지, 수수료, 지분관계상 이익 등), 피보증인의 재무상태와 상환능력을 사전에 검토했는지, 결의를 생략한 것이 단순한 절차 누락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이사회를 배제한 것인지, 사후에라도 담보 확보나 구상권 행사 등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지입니다. 이런 정황들이 쌓일수록 대표이사의 고의와 임무위배 정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 회사가 보증의 대가로 받은 이익 유무 — 없으면 무상 위험부담으로 평가되기 쉬움

  • 피보증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사전 검토 자료의 존재 여부

  • 담보 확보 여부와 그 담보가치의 적정성

  • 결의 생략의 경위 — 단순 누락인지 의도적 배제인지

구체적 적용 예시 — 계열사 무담보 보증 사례로 보는 판단

가정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회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 B사의 은행 대출채무 30억원을 A회사 명의로 연대보증했습니다. A회사는 이 보증으로 얻는 대가가 전혀 없고, B사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가까워 상환능력이 의문시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A회사와의 보증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면, 앞서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보증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해 A회사는 보증채무를 이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대표이사 개인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무담보로, 아무 반대급부 없이,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계열사를 위해 대규모 보증을 선 행위는 임무위배에 해당할 소지가 크고, B사의 채무불이행으로 A회사가 실제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되면 현실적 손해가, 이행 전이라도 상환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였다면 구체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약의 유효성과 형사책임이 이렇게 분리되어 움직인다는 점이, 이 유형의 사안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결론이 달라지는 지점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만약 A회사가 B사의 지분 상당수를 보유해 B사의 부도가 A회사 매출·거래관계에 직접 타격을 주는 구조였고, 보증 실행 전 B사로부터 담보를 일부 확보하는 등 손실을 줄이려는 조치가 있었다면, 같은 무결의 보증이라도 임무위배의 정도와 손해 위험의 구체성 평가는 상당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즉 '계열사를 위한 무상보증'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실행 과정에서 회사 이익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는지가 실제 평가를 가릅니다.

형사처벌의 수위 — 상법상 특별배임죄와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

배임죄로 인정될 경우 적용되는 조문도 하나가 아닙니다. 상법 제622조는 이사를 포함한 회사 임원이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한 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 특별배임죄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배임행위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 즉 이득액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병과될 수 있습니다.

보증 관련 배임 사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이 바로 이 이득액 산정입니다. 보증액 전액이 곧바로 이득액이 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회사가 입은 손해나 손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 접근입니다. 보증금액과 실제 인정되는 이득액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형량 구간을 가르는 5억원·50억원 기준선 근처에서는 이득액 산정 방식 자체가 사건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보증 실행 이후 실제로 회사가 채무를 대신 갚아 현실적 손해가 확정된 경우와, 아직 채무이행 전이라 손해의 위험만 존재하는 단계의 경우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위험의 구체성을 다투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되고, 전자의 경우에는 이미 확정된 손해액 중 회수 가능한 부분(구상권 행사·담보 실행 등)을 공제해 실제 이득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됩니다.

실무 대응 — 사전 예방과 결의 흠결이 드러난 뒤의 수습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이사회 규정을 정비해 일정 금액 이상의 보증은 반드시 사전 이사회 승인을 거치도록 명문화하고, 대표이사 전결로 처리할 수 있는 금액 한도를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입니다. 보증을 실행하기 전에 피보증인의 재무상태와 상환능력을 검토한 자료, 담보 확보 방안, 회사가 얻는 반대급부를 정리한 검토보고서를 남겨두면 추후 절차적 문제나 형사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경영판단으로서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이미 결의 없이 보증을 선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면, 사후에라도 이사회를 소집해 추인 결의를 받아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후 추인이 형사책임까지 자동으로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절차를 정상화하고 대표이사의 고의성을 낮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정황이 됩니다. 이와 함께 피보증인으로부터 담보를 추가로 확보하거나 구상권 행사 방안을 마련해 실제 손해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조치도 병행해야 합니다.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판단 당시의 정보와 절차가 합리적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사후 추인과 담보 확보는 형사책임을 자동 소멸시키지 않지만, 절차 정상화와 고의성 평가에서 유리한 정황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사회 결의 없이 보증을 섰다면 회사는 보증책임을 피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피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이사회 결의 없는 보증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회사가 무효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Q. 보증계약이 유효하다면 대표이사는 배임죄로 처벌받지 않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의 대외적 효력과 대표이사의 형사책임은 별개로 판단됩니다. 임무위배와 재산상 손해(또는 구체적 위험) 요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뒤늦게라도 이사회 추인 결의를 받으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A. 절차적 흠결을 정상화하고 고의성 평가에 유리한 정황은 될 수 있지만, 추인 그 자체가 이미 발생한 형사책임을 자동으로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담보 확보 등 손해 방지 조치를 함께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어느 정도 금액부터 '대규모 재산의 차입'에 해당해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가요?

A. 법원은 일률적인 금액 기준을 두지 않고, 보증 가액과 회사 규모, 경영상태, 자금의 목적·사용처, 일상업무 관련성, 종래 취급 관행 등을 종합해 대표이사 단독 결정에 맡기는 것이 상당한지로 판단합니다.

Q. 계열사를 위해 무상으로 보증을 서면 무조건 배임이 되나요?

A. 무상보증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배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담보나 채권회수조치 없이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계열사를 위해 대규모로 보증했다면 임무위배와 손해 위험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Q. 회사가 뒤늦게 결의 없는 보증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이사회를 소집해 추인 여부를 결정하고, 담보 확보나 구상권 확보 등 손해를 줄이는 조치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대표이사 개인의 형사책임 문제가 함께 걸려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받아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이사회 결의 없이 선 보증은 대외적으로는 원칙상 유효하되 상대방의 악의·중과실이 증명되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계약 효력의 결론이고, 대표이사 개인의 배임 책임은 임무위배와 재산상 손해(또는 그 구체적 위험)라는 별도의 요건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형사책임의 결론입니다. 이 두 갈래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놓치면, 계약이 유효하니 문제없다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결의만 없으면 무조건 무효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결국 핵심은 절차 자체보다 그 보증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어떤 위험을 남겼는가입니다. 담보와 반대급부, 상환능력 검토 기록을 갖추었는지가 형사책임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대규모 보증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결의 없이 보증을 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상황이라면 사안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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