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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형사합의금, 민사 손해배상에서 공제되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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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형사합의금, 민사 손해배상에서 공제되는 기준 

김상훈 변호사

회사 자금이나 동업자 재산을 횡령당한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진행하다 보면, 수사 단계나 재판 도중 가해자 측이 합의를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금을 받고 처벌불원서를 써 주면 형사 절차는 일단락되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이미 받은 형사합의금이 있는데,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면 그 금액은 손해배상액에서 빠지는 건가요, 아니면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합의서에 어떤 문구를 넣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합의서에 서명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형사합의금이 민사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지는 합의서 문구가 가른다

횡령죄는 형법 제355조 제1항(단순횡령,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업무 관련성이 있으면 제356조(업무상횡령, 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로 처벌되는 형사범죄인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과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에 따른 반환청구권이 함께 발생하는 민사상 침해행위이기도 합니다. 형사절차와 민사절차는 원칙적으로 별개이므로,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가볍게 받으려고 지급한 합의금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이 합의금의 성격이 애매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대가로 지급된 돈인지, 피해 회복 목적으로 지급된 손해배상금의 일부인지가 합의서에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으면, 나중에 민사소송에서 이미 지급된 금액을 얼마나 공제해야 하는지를 놓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공제 범위를 최소화하고 싶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이미 지급한 합의금을 최대한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 지점이 실제 민사소송에서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합의서에 "이 합의로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식의 부제소 특약 문구가 들어가 있으면, 단순히 합의금이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민사상 청구권 자체가 포기된 것으로 해석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형사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이 문구가 향후 민사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리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특단의 사정 없으면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추정, 소멸시효와 이율 구조

대법원은 형사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사안에서, "그 합의 당시 지급받은 금원이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331 판결,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다카10312 판결,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8712 판결 등). 즉 원칙은 공제이고, 예외적으로 합의서에 "이 금액은 위자료 명목이며 재산상 손해배상과는 별개"라는 취지가 명확히 적혀 있는 경우에만 재산상 손해(횡령 피해액 원금)에서 공제되지 않고 위자료 부분에서만 고려됩니다.

이 법리를 횡령 사건에 대입하면, 형사합의금이 재산상 손해(횡령당한 원금 상당액)를 변제한 것으로 볼지,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한 것으로 볼지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합의금이 재산상 손해의 일부 변제로 인정되면 횡령 피해액 원금에서 그만큼을 뺀 나머지만 청구할 수 있고, 위자료 명목으로 명확히 특정되어 있다면 횡령 피해액 원금은 그대로 유지한 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합의서에 명목을 특정하지 않고 "합의금 000만원을 지급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식으로만 기재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대부분 재산상 손해의 일부 변제로 추정되어 공제 대상이 됩니다.

공제 후 남은 손해배상 원금에는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횡령행위(불법행위) 시점부터 민법이 정한 연 5%의 법정이율이 적용되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에 따라 연 12%로 이율이 올라갑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횡령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므로, 형사합의를 진행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민사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임박하지는 않았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횡령 피해액이 1억 원이고, 형사 수사 단계에서 3천만 원을 형사합의금으로 받으며 합의서에 명목을 특정하지 않았다면, 이 3천만 원은 재산상 손해의 일부 변제로 추정되어 민사소송에서 청구할 수 있는 원금은 7천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반대로 합의서에 "이 금액은 위자료로서 지급하며 재산상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별개"라고 명시했다면, 원금 1억 원은 그대로 유지한 채 3천만 원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별도 인정받을 여지가 생깁니다. 합의서 문구 하나가 최종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수천만 원 단위로 갈라놓는 셈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합의서 문구 설계부터 소송상 공제 항변 대응까지

실제 사건에서는 합의 시점이 언제인지, 이미 합의서에 서명했는지 여부에 따라 대응이 갈립니다.

  • 합의 전이라면 합의서 문구부터 설계 — 피해자 입장에서는 "본 합의금은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되며, 재산상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별개로 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향후 민사소송에서 원금 전액을 청구할 여지가 남습니다. 반대로 부제소 특약 문구는 신중히 검토해야 하며, 재산상 손해 전액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서명하면 남은 손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 이미 서명한 합의서라면 문언부터 정밀 검토 — 명목이 특정되어 있는지, 부제소 특약이 포함되어 있는지, 지급액이 손해 전체를 포괄하는 취지인지 일부만을 의미하는지를 문구 하나하나 짚어야 합니다. 애매하게 기재되어 있다면 대법원 판례상 재산상 손해의 일부 변제로 추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전제로 소송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 민사소송 제기 시 청구취지 산정 — 횡령 피해액 원금에서 형사합의금 중 재산상 손해에 해당하는 부분만 공제하고, 위자료·지연손해금은 별도로 계산해 청구취지를 작성합니다. 형사 사건 수사기록(고소장, 피의자신문조서, 계좌내역 등)에 나타난 횡령액 산정 근거를 그대로 민사소송의 손해액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형사절차에서 확보한 자료를 민사소송으로 이어가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 가해자 측이 공제 항변을 할 경우 — 가해자가 이미 지급한 형사합의금 전액을 재산상 손해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합의서에 명목이 특정되어 있었는지, 특단의 사정에 해당하는 사실관계가 있었는지를 다투어야 합니다. 합의 당시 정황(합의서 문구, 지급 경위, 대화 기록 등)을 근거로 공제 범위를 다투는 것이 실제 배상액을 좌우합니다.

  • 재산 은닉이 우려되면 가압류를 먼저 — 횡령 피해자는 가해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기 전에 부동산·예금채권 등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해 회수 가능성을 높여 두어야 합니다. 형사합의 협상이 길어지는 동안 가해자의 자력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협상과 별개로 보전처분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 문구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형사합의는 한 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명목을 특정하지 않은 채 합의서에 서명해 버리면, 이후 민사소송에서 그 금액이 재산상 손해의 일부 변제로 추정되어 청구할 수 있는 원금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형사합의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합의서에 서명한 상태에서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준비 중이시라면, 합의서 문구가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점검하고, 소멸시효와 지연손해금 구조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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