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자 계약 깨겠다는 매도인, 이행 착수로 막기
사건 개요
계약금을 걸고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잔금일만 기다리고 있던 매수인에게 어느 날 매도인으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드릴 테니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으면 대개 뒤가 궁색합니다. 계약 이후 주변 시세가 눈에 띄게 올랐고, 매도인 입장에서는 지금 파는 것보다 다시 내놓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매수인은 당황합니다. 이미 잔금 마련을 위해 대출 상담을 마쳤고, 이사 일정까지 잡아 둔 경우도 많습니다. "계약서에 도장 찍었는데 마음대로 깰 수 있는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해진 시점 전까지는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그 '정해진 시점'을 이미 지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사건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감정적인 억울함이 아니라, 매수인이 그 시점을 지났다는 사실을 얼마나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 시점이 바로 법이 말하는 '이행의 착수'입니다.
핵심 쟁점
민법 제565조는 매매 당사자가 계약 당시 계약금 등을 주고받았다면,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계약금은 원칙적으로 '해약금'으로 추정되고, 그 해제권 행사의 유일한 시한이 바로 이 '이행의 착수'입니다.
대법원은 이행의 착수를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 일부를 하거나, 이행을 위해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대법원 1993. 1. 19. 선고 92다31323 판결). 단순히 마음속으로 이행을 준비하는 정도로는 부족하지만, 계약 내용 그대로의 완전한 이행 제공까지 이를 필요도 없습니다. 이 애매한 중간지대 — 무엇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가 이 사건의 승패를 가릅니다.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중도금을 약정대로 지급했는지(중도금 지급은 이행 착수로 거의 확실하게 인정됩니다). 둘째, 중도금 약정이 없는 계약이라면 잔금 지급 준비를 마치고 이를 매도인에게 통지했는지. 셋째, 매도인이 배액상환을 '말로만' 통보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제공했는지입니다. 이 세 지점의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두었는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이행 착수 시점을 앞당겨 확정하기
매도인의 해제 통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매수인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사실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을 증거로 남겨 두었는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방어선을 세웁니다.
1) 중도금 지급 사실을 이행 착수의 고정점으로 삼습니다.
계약서에 중도금 약정이 있고 이를 약정된 기일에 지급했다면, 그 시점에 이행 착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확고한 태도입니다. 이 경우 매도인은 그 이후 어떤 사정 변경을 이유로 들더라도 배액상환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계좌이체 내역, 영수증, 문자메시지 등으로 지급 시점과 사실을 우선 특정합니다.
2) 중도금 약정이 없다면, 잔금 준비 완료를 '통지'로 남깁니다.
계약금만 주고받은 상태에서 잔금일이 남아 있다면, 대출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이행 착수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 가능한' 행위입니다. 그래서 잔금 지급 준비가 끝났다는 사실과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의 교부를 요청하는 내용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매도인에게 통지해, 준비 상태를 매도인 쪽에서도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둡니다.
3) 해제 통보 이후 서둘러 잔금을 넣는 방식은 피합니다.
매도인의 해제 통보를 받고 나서야 당황해 잔금을 일방적으로 입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행기 전의 이행행위가 통상적인 계약 이행 과정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해제권 행사를 부당하게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보이는지를 채무 내용, 이행기까지의 기간, 당사자들의 그간의 행위 태양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해제 통보 직후의 '반응성' 입금은 후자로 평가될 위험이 있으므로, 통지와 입금의 시점·형식을 사전에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매도인의 배액상환 통보에 즉시 대응하기
이행 착수 사실을 정리한 다음에는, 매도인이 보낸 해제 통보 자체가 법적으로 유효한지를 따집니다. 여기서도 매도인 쪽 허점이 자주 발견됩니다.
1) 배액상환이 실제 '이행의 제공'에 이르렀는지 확인합니다.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해제하려면 그 배액을 실제로 지급하거나, 최소한 즉시 수령할 수 있는 상태로 제공해야 합니다. 단지 "배액을 상환하겠다"는 구두 통보나 문자메시지만으로는 해제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상 매도인이 이행의 제공을 했다면 매수인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해서 별도로 공탁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 매도인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배액을 제공했는지를 정확히 특정합니다.
2) 이행 착수 사실을 먼저 서면으로 통지해 해제권 소멸을 명확히 합니다.
매도인이 배액을 제공하기 전에, 매수인이 이미 이행에 착수했다는 사실 — 중도금 지급 내역, 잔금 준비 완료 통지 이력 등 — 을 정리한 내용증명을 먼저 발송합니다. 이를 통해 매도인의 해제권이 이미 소멸했음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 두면, 이후 매도인이 배액을 제공하더라도 해제의 효력을 다툴 근거가 확보됩니다.
3) 이중매매 조짐이 있다면 처분금지가처분을 함께 준비합니다.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매도인이 제3자와 새로 접촉하고 있다는 정황이 보인다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서둘러 신청해 등기 이전을 막아 둡니다. 그 위에서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함께 진행해야, 계약대로 소유권을 확보할 실질적인 방법이 만들어집니다.
결론
집값이 오르자 계약을 깨겠다는 매도인의 통보는, 그 자체로 무조건 유효한 것도 무조건 무효인 것도 아닙니다. 판단의 축은 오직 하나 —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한 시점이 매도인의 해제 통보보다 앞서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입니다.
중도금을 이미 지급했다면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고, 계약금만 주고받은 단계라면 지금부터라도 잔금 준비 상태를 문서로 남기고 통지해 두어야 합니다. 매도인으로부터 계약금 배액상환 해제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행 착수의 증거부터 정리해 대응의 방향을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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