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에 변제기·이자 없다면 — 법정이자는 언제부터
차용증에 변제기·이자 없다면 — 법정이자는 언제부터
법률가이드
대여금/채권추심

차용증에 변제기·이자 없다면 — 법정이자는 언제부터 

김강희 변호사


차용증에 변제기·이자 없다면 — 법정이자는 언제부터


사건 개요


지인이나 가까운 사이에 급하게 돈을 빌려줄 때는 차용증을 쓰는 것만으로 안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서를 다시 꺼내 보면 "언제까지 갚는다"는 변제기 조항도, "이자는 얼마로 한다"는 조항도 비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급한 마음에 금액과 서명만 받아 두고, 나머지는 "알아서 갚겠지"라는 신뢰로 남겨 둔 것입니다.

문제는 상환을 요구할 때 드러납니다. "차용증에 언제까지 갚는다는 말이 없지 않느냐"며 상대가 시간을 끌기 시작하면, 빌려준 사람은 억울해도 당장 무엇을 근거로 청구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이자 조항도 없으니 그동안의 지연에 대해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변제기와 이자를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돈을 못 받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언제부터 상대가 지체책임을 지는지, 그 시점부터 얼마의 이율로 지연손해금을 계산할지는 저절로 정해지지 않고, 채권자가 정해진 절차대로 최고(催告)를 거쳐야 비로소 확정됩니다. 이 절차를 건너뛰고 막연히 "빨리 갚으라"고만 독촉하면, 정작 소송에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 자체를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쟁점


이 유형의 사건에서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변제기 약정이 없는 소비대차에서 언제 반환청구권이 발생하는지입니다(민법 제603조 제2항). 이 조항은 대주(빌려준 사람)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최고하여야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일반적인 기한 없는 채무(민법 제387조 제2항)처럼 최고 즉시 지체에 빠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둘째, 지연손해금(법정이자)의 기산일이 언제인지입니다 — 판례는 최고에서 정한 상당한 기간이 지난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이 생긴다고 봅니다. 셋째, 이자 약정이 없을 때 어떤 이율로, 어느 구간을 나누어 청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이 세 지점은 순서대로 맞물려 있습니다. 최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반환청구권 자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다투어질 수 있고, 기산일을 잘못 잡으면 지연손해금 청구액이 통째로 깎일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이행최고로 지체책임의 기산점을 스스로 만들기


변제기가 없는 차용증에서는 최고를 어떻게 했느냐가 사건의 출발점을 결정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최고 절차를 구성합니다.

1) 상당한 기간을 특정해 내용증명으로 최고합니다.

구두나 문자로 "빨리 갚으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나중에 언제 최고가 있었는지, 어떤 기간을 준 것인지 다투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내용증명 우편으로 "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주 내지 1개월 안에 원금 ○○원을 지정 계좌로 반환하라"는 식으로 상당한 기간과 반환 방법을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실무상 상당한 기간이 지나치게 짧으면 최고 자체의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어, 상대가 자금을 마련할 여유를 감안한 기간을 잡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2) 최고를 놓쳤거나 상대가 수령을 거부했다면 소제기 자체로 최고를 갈음합니다.

반환시기 약정이 없는 소비대차에서는 소장의 송달로도 반환최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상대가 내용증명 수령을 거부하거나 주소가 확인되지 않아 최고서 발송이 여의치 않았던 경우에도, 소를 제기하면 그 소장 부본이 송달된 시점부터 최고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지연손해금 기산일이 뒤로 밀리게 되므로, 가능하면 소제기 전에 내용증명으로 최고를 마쳐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3) 최고기간 만료 다음날을 지연손해금 기산일로 청구취지에 명시합니다.

최고서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최고에서 정한 상당한 기간이 언제 만료했는지를 계산해 그 다음날을 기산일로 특정해야 합니다. 내용증명의 배달 완료일(우체국 배달 조회로 확인 가능)을 기준으로 상당한 기간의 만료일을 역산하고,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방식으로 청구취지를 구성하면, 법원이 기산일을 임의로 조정할 여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이율 구간을 나누어 청구금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기산일을 확정했다면 다음은 얼마의 이율로 얼마를 청구할지입니다. 이자 약정이 없는 차용증이라도 지연손해금까지 못 받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간별로 이율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을 놓치지 않아야 청구액이 온전히 인정됩니다.

1) 원금은 이자 약정 부존재를 전제로 청구합니다.

차용증에 이자 조항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무이자 소비대차로 취급되어, 변제기까지의 기간에 대해 별도의 약정이자를 청구할 근거는 없습니다. 구두로 이자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려면 문자메시지, 계좌이체 시 남긴 메모, 통화 녹취 등 별도의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런 증거가 없다면 처음부터 원금과 지연손해금만으로 청구를 구성하는 편이 다툼의 소지를 줄입니다.

2) 최고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민법상 법정이율을 적용합니다.

이 구간에는 민법 제379조가 정한 연 5%의 법정이율이 적용됩니다. 다만 대여가 당사자 일방에게 상행위가 되는 경우(예컨대 사업자금 명목의 대여 등)라면 상법 제54조에 따라 연 6%가 적용될 수 있어, 대여의 성격이 개인 간 순수 금전거래인지 상행위성이 있는지를 먼저 구분해 두어야 합니다.

3)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법상 이율을 적용합니다.

소를 제기해 소장 부본이 상대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청구 기간을 최고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소장 송달일까지,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두 구간으로 나누어 청구취지에 명시해야 법원이 그대로 인용하기 쉽고, 한 이율로 뭉뚱그려 청구하면 오히려 과다 청구로 다투어지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소지가 생깁니다.


결론


차용증을 써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변제기와 이자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변제기가 비어 있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가 반환청구권의 출발점이 되고, 이자 조항이 비어 있다면 최고기간 만료 다음날부터의 법정이율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 두 지점을 놓치면 원금은 받아도 지연손해금 상당액을 통째로 잃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금 손에 쥔 차용증에 변제기나 이자 조항이 비어 있다면, 최고를 어떤 방식과 기간으로 보낼지, 그리고 청구취지의 이율 구간을 어떻게 나눌지 미리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